[FETV=강성기 기자] 지난 3월 글로벌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 런칭한 셀트리온 '짐펜트라(램시마 SC 미국 제품명)'가 출시 5개월 만에 3대 PBM(처방약급여관리업체)과 처방집 등재 계약을 체결하는 등 출시 초기부터 매출 확대 기반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처방집 등재는 미국 의료보험 급여 체제에 편입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의약품 접근성 향상을 위해서는 다수 처방집에 등재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어 지난 8월 미국 대형 보험사 ‘시그나 헬스케어’와 선호의약품 등재 계약을 맺었다. 이번 계약을 통해 시그나 헬스케어 가입자에 대한 환급이 가능해지면서 미국 내 짐펜트라 처방은 한층 가속도가 붙었다.
짐펜트라는 글로벌 제약사 얀센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레미케이드(성분명 인플릭시맙)' 성분을 기존 정맥주사(IV)에서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변경해 개발한 바이오의약품으로, 미국 시장에서 '신약'으로 허가를 받고 시판에 들어갔다. 일반적으로 IV제형은 투약시간이 2~4시간 정도인데 반해 SC제형은 10초에 불과해 치료 편의성을 크게 개선시킨 것이 특징이다. 약가 역시 IV 제형보다 높아 수익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인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짐펜트라가 주력하는 미국 염증성 장질환(IBD) 시장 규모는 12조 8000억원 규모인데, 셀트리온은 내년에 IBD 시장에서만 짐펜트라만으로 2조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짐펜트라의 미국 시장 성공적인 안착에 힘입어 올해 3조 5000억원 매출 목표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미국 머물머 짐펜트라 마케팅 ‘진두지휘’
짐펜트라 성과 배경에는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자리한다. 서정진 회장은 짐펜트라의 미국 출시에 맞춰 직접 미국 현지에 거주하면서 판촉을 독려했다. 당시만 해도 셀트리온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중 유일하게 해외 직접 판매(직판)망을 구축했지만 서 회장은 직판 성과를 보기에는 다소 이르다고 판단했다. 때문에 서 회장은 차남 서준석 미국 법인장과 함께 미국 전역을 누비면서 짐펜트라의 미국 시장 조기 안착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직판은 해외 제약사를 통하지 않고 현지 법인을 설립하거나 또는 현지 제약사를 인수 합병해 직접 영업망을 운영하며 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해외 유통사와 협력하면 통상 20~30%가량을 수수료를 내야하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다간 외국 회사 배만 불려주는 셈이 된다. 과거에는 해외 파트너사와 손잡고 현지 시장 진출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직접 판매를 통한 시장 진출이 대세가 되고 있다.
서 회장은 올 상반기 내내 미국에 머물면서 현지 의료진을 대상으로 영업 활동을 진두지휘하면서 처방 확대를 이끌었다. 서 회장이 미국에서 공략하고자 하는 곳은 IBD 관련 병원 2800여 곳으로, 이곳에 근무하는 처방 의사 7500여명이 그 대상이다.
서 회장의 노력에 힘입어 셀트리온은 출시 5개월 만에 미국 전체 보험 시장에서 약 75%의 커버리지(가입자 수)를 확보하면서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게 됐다. 짐펜트라에 대한 현지 의료진들의 문의가 잇따르자 현지 마케팅 인력을 기존 60명에서 100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 은퇴 후 2년 만에 경영 복귀...정상화 ‘시동’
서 회장은 올 초 열린 주총에서 올 매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경영진이 책임을 지겠다고 공언한바 있다. 서 회장은 한번 내뱉은 말은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책임을 진다. 그는 평소에 “나도 직원들과 똑같이 정년이 되면 은퇴하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해왔다. 그 말을 지키기라도 하듯 2021년 3월 주총에서 은퇴를 선언하며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러던 그가 2년만인 2023년 3월 공식 복귀를 선언하면서 다시 돌아왔다. 은퇴하면서 경영환경이 악화될 경우 ‘소방수’ 역할로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이다. 셀트리온이 개발한 국산 1호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인 '렉키로나주' 공급이 중단되고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 3사 합병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사업 환경이 급속히 악화되자 서 회장은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게다가 서 회장이 사퇴하던 시점에 34만원이던 셀트리온 주가가 2년 만에 반 토막 난 것도 복귀를 서두르게 했다.
복귀 후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을 완료했으며 바이오시밀러 사업도 상승곡선을 그렸다. 서 회장은 지난해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와, 유럽, 일본, 호주 등 세계 곳곳을 누비며 마케팅 활동을 펼치면서 성과를 냈다.
◇ 내년 매출 목표 5조...글로벌 바이오 기업 일궈
서 회장 복귀 후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을 완료했으며 바이오시밀러 사업도 상승곡선을 그렸다. 그는 지난해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와, 유럽, 일본, 호주 등 세계 곳곳에서 마케팅 활동을 펼치면서 성과를 냈다. 지난해 바이오시밀러 부문에서 1조 45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셀트리온은 내년 매출을 5조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올해 매출 목표액 보다 무려 42.8% 증가한 금액이다.
서 회장은 2002년 셀트리온을 창업한 후 자리 잡기까지 10여 년 동안 ‘사기꾼’이란 꼬리표가 따라다녔지만 개의치 않고 뚝심으로 밀어붙인 결과, 셀트리온을 올해 매출 3조 5000억원을 바라보는 세계적인 바이오 기업으로 일궈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