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수많은 창작물이 등장하고 잊혀가는 현대 사회에서 완전히 새로운 창작물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너무도 많은 창작물이 빠르게 생겨나다 보니 의도하지 않더라도 다른 창작물의 영향을 받는 사례를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만약에 여기에 어떤 의도성이 개입이 된다면 그 창작물은 모방 혹은 표절이라는 비판을 받게 된다.
많은 인기를 누렸던 유명 가수나 작곡가의 곡이 알고 보니 외국의 다른 노래를 베꼈다는 논란은 이제 새롭지도 않다. 그리고 이러한 논란은 게임 분야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나의 게임이 흥행에 성공하면 그와 유사한 형태의 게임이 단기간에 우후죽순처럼 쏟아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리니지류(혹은 리니지 라이크)’ 게임들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리니지 시리즈로 유명한 엔씨소프트는 국내 다른 게임사들보다 상대적으로 모바일게임 시장 진출이 늦은 편에 속했다. 하지만 그들이 2017년에 출시한 모바일 MMORPG ‘리니지M’은 약 반년 남짓한 기간 동안 1조 원에 근접하는 수익을 거두며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의 판도를 바꾸어 놨다.
이후 많은 게임사들이 리니지M의 수익 모델을 모방한 MMORPG를 출시하기 시작했고 지금까지도 리니지류 게임들은 국내 모바일게임 매출 순위 상위권을 점령하고 있다. 일부 게임의 경우에는 리니지M을 지나치게 따라하다 표절 논란이 일기도 했으며 실제로 엔씨소프트와 법적 분쟁으로 이어진 게임도 있다.
표절과 모방을 완전히 구분하기는 어렵다. 모방은 다른 게임의 일부 요소를 차용했지만 새로운 요소를 더해 창작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는 경우가 많다. 반면 재해석이나 추가 요소 없이 원작의 그래픽이나 시스템 등을 그대로 가져와 사용하는 행위는 표절로 간주된다.
다만, 게임 표절을 법적으로 입증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일반적으로 게임의 표절을 논할 때 겉으로 보이는 그래픽과 UI/UX 그리고 게임 플레이의 유사성 등을 따져 보게 되지만 이를 법적으로 입증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이야기다. 법원에서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요소만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엔씨소프트가 웹젠을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소송의 판결에서 법원은 리니지M을 부정경쟁방지법상의 성과물로 보호받아야 한다는 점을 인정해 엔씨소프트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그러나 게임의 규칙에 대해서는 저작물로 볼 수 없다며 저작권 침해는 무혐의로 결론 내렸다.
오랫동안 전 세계 게임 업계의 제왕으로 군림해 온 닌텐도는 게임과 관련한 많은 지식재산권(IP)과 기술 특허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로 인해 그동안 닌텐도의 저작권이나 특허가 침해 받는 사례가 많았는데 대부분 크게 문제삼지 않고 묵인하는 행보를 보여 왔다. 그랬던 닌텐도가 최근 ‘포켓몬스터’ 표절 논란이 있던 ‘팰월드’의 개발사 포켓페어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팰월드는 포켓몬스터와 유사한 ‘팰’이라 불리는 여러 몬스터들을 사냥해 수집한 후, 이를 활용해 기지를 건설하고 자원을 생산하는 등 여러 요소를 즐길 수 있는 오픈월드 게임이다. 팰월드는 출시 당시부터 포켓몬스터와 유사한 팰의 디자인이나 팰을 수집하는 방식에 대해 표절 논란이 있어 왔기 때문에 이번에 닌텐도의 소송 제기가 놀라운 일은 아니다.
물론, 앞서 언급한 것처럼 겉으로 보이는 표절 요소를 법적으로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닌텐도는 포켓페어에 대해 저작권 침해가 아닌 특허권 침해로 소송을 걸었다. 표절 인정을 받기 어려운 디자인 측면보다 기술적인 부분에서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요소에 대해 소송을 걸었는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게임 시장에서 모방과 표절은 때로는 새로운 장르가 정립되는 과정에서 거쳐가야 할 통과의례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특정 게임이 인기가 있다고 해서 혹은 시장 확대의 효과가 있다고 해서 표절 행위에 면죄부가 주어져서는 안 될 일이다. 많은 노력과 시간 그리고 비용이 투입된 창작물이 정당하게 보호받지 못한다면 결과적으로 게임 산업 전반에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