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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정의 P+R


전문가 공해와 빈곤 시대의 생존법

 

“눈에 띄어야 기회도 온다.” 마케팅 대가인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는 그의 저서 ‘퍼스널 마케팅’에서 이제는 개인도 인지도를 높여야 하는 시대가 왔다고 강조한다. 과거에는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들만이 인지도나 개인 브랜드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보통 사람들에게도 자신의 전문성을 브랜딩하는 것이 성공의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2006년에 출간된 이 책은 모바일 혁명과 소셜 미디어 시대 초입에서 이미 개인 브랜딩이 앞으로의 핵심이 될 것임을 내다보았다. 

 

이러한 트렌드는 비단 마케팅 학자들만의 주장은 아니다. 독일의 금융 전문가 보도 섀퍼(Bodo Schafer)와 같은 여러 금융 혹은 재테크 멘토들도 자신을 전문가로 포지셔닝하고 지명도와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고소득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입을 모은다. 보도 섀퍼는 그의 저서 ‘부의 레버리지’에서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언제든지 대체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전문성의 브랜딩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대를 살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두 가지 상반된 현상을 마주하고 있다. 실제로 깊은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이들이 소셜 미디어에서 자신을 '전문가'로 자칭하며 대중을 선동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진정한 전문가들 중에는 자신의 성취를 겸손하게 여겨 브랜딩에 소극적이거나 혹은 아예 브랜딩에는 무관심한 경우가 많다. 인스타그램 계정과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순식간에 '전문가'가 될 수 있는 세상처럼 보인다.

 

이러한 홍수 속에서 진짜 전문가의 목소리는 묻히기 쉽다. 화려한 학위나 엄청난 팔로워를 가진 사람이 실제로 깊이 있는 지식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 반면에, 학계나 산업에서 인정받는 전문가들이 자신의 지식을 공유하거나 대중과 유기적으로 소통하지 않음으로써, 그들의 인사이트는 빛을 발하지 못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두 부류 간에는 분명 중복되는 영역이 존재하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전문성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때 겪게 될 좌절감과 상실감은 상상보다 크다는 것이다.

 

기업에 대한 충성이 더 이상 삶의 보장을 제공하지 않는 시대에 우리의 생존은 스스로의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도적으로라도 전문가로서 브랜딩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순히 지식을 쌓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자신을 알리고, 대중에게 다가가며, 그들에게 신뢰를 얻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스스로를 드러내고, 자신만의 진정한 전문성을 세상에 알릴 때, 우리는 전문가의 공해와 빈속의 시대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임현정 무버먼한국 & 꺼리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