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지수 기자] 롯데·신세계·현대 등 백화점 3사가 간판서 ‘백화점’을 떼고 ‘복합쇼핑몰’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최근 백화점은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으로 어느 때보다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에 단순히 물건을 사고 판매하는 ‘쇼핑 공간’에서 벗어나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한데 모은 공간으로 새롭게 변신 중이다. 팝업스토어 등 체험형 콘텐츠를 강화하고 맛집을 유치하는 등 다양한 연령대가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해 고객들의 체류시간을 늘리는 전략이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이달 중 ‘타임빌라스’(TIMEVILLAS)’ 1호점인 ‘타임빌라스 수원’을 그랜드 오픈(전면 개장)한다. 타임빌라스는 롯데백화점이 그동안 쌓아온 유통 역량과 쇼핑의 미래 가치를 결집한 새로운 쇼핑 플랫폼으로 백화점과 쇼핑몰의 강점을 결합한 ‘컨버전스형 프리미엄 쇼핑몰’이다. 당초 타임빌라스는 2021년 9월 경기 의왕시에 문을 연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타임빌라스’에 처음 붙여졌으나 롯데백화점은 프리미엄 복합쇼핑몰에 해당 브랜드를 사용하기로 전략을 바꿨다.
롯데백화점은 ‘시간도 머물고 싶은 공간’이라는 철학 아래 2년여 간 기획 및 준비 과정을 거쳐 지난해 10월부터 롯데몰 수원점을 새롭게 단장하기 시작했다. 개편 매장 수는 총 350여 개로 현재 80% 이상 매장을 새롭게 바꿨으며 약 40개의 주요 브랜드 재단장이 남겨진 상태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재단장 후 화성·오산·평택 등 수원 외 지역에서 방문하는 고객들이 늘면서 광역 상권 고객 매출도 지역별로 최대 300% 가까이 뛰었다. 특히 구매 고객 4명 중 1명은 신규 고객으로 2030 세대 고객이 절반이 넘는다.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는 최근 복합쇼핑몰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보고 성장을 위한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롯데백화점은 향후 타임빌라스 수성·송도를 포함해 지역 거점 점포 재단장과 신규 추가 출점 등을 통해 타임빌라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부산점 영업을 시작한 지 30년 만에 문을 닫고 새 단장에 들어갔다. 이르면 다음 달 ‘커넥트 현대 부산’으로 간판을 바꿔 달고 백화점·아울렛·엔터테인먼트가 결합한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해 문을 연다는 방침이다. 현대화점은 신규 점포와 매출이 부진한 점포를 위주로 ‘커넥트 현대’를 확대할 예정이다.
이처럼 현대백화점이 커넥트 현대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선보이는 이유는 ‘더현대’라는 새로운 브랜드로 재미를 톡톡히 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현대백화점은 지난 2021년 2월 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더현대 서울’의 문을 열었다. 더현대 서울은 지난해 12월 2일 기준 개장 2년 9개월 만에 국내 백화점 가운데 최단기간 연 매출 1조원을 넘기며 큰 성공을 거뒀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2022년 12월 대구점을 더현대 대구로 새로 단장해 문을 열었고 오는 2028년에는 더현대 광주를 개점할 방침이다.
신세계 역시 ‘스타필드’를 앞세워 복합쇼핑몰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신세계그룹 부동산 개발 계열사 신세계프라퍼티는 지난 1월 초대형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 수원을 선보였다. 지난 2016년 9월 스타필드 하남점을 시작으로 고양·코엑스몰·안성·수원점을 연이어 선보였고 인천 청라·창원·광주에 추가 출점을 추진 중이다.
이처럼 백화점들이 복합쇼핑몰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 이유는 백화점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부진 때문이다. 과거 백화점은 명품 등 고가의 상품을 사기 위해 방문하는 단순한 쇼핑 공간 중 하나였다. 그러나 최근 온라인을 통해 고가의 물품을 쉽고 더 싸게 구매할 수 있게 되면서 소비자들은 더 이상 백화점에 방문할 필요가 없어졌다.
실제로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유통업체 매출 비중은 온라인이 53.5%로, 오프라인(46.5%)보다 7%포인트(p) 많았다. 1년 전만 해도 온라인(50.3%)·오프라인(49.7%) 비중은 비슷한 수준이었다. 특히 같은 기간 온·오프라인을 합친 총 매출액(93조4000억원)에서 백화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16.6%로 온라인 매출 비중(53.5%)과 비교하면 36.9%p나 낮다.
백화점업계 한 관계자는 “백화점 왕국이라고 불리는 일본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백화점 업종의 매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일단 고객을 백화점으로 끌어들이기만 해도 반은 성공이다. 체류시간을 늘려 구매로도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