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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너무 편한’ 디지털 사회가 정답일까

[FETV=김창수 기자] 지난 19일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 운영체제(OS)를 쓰는 글로벌 주요 시스템이 무더기 이상 현상을 일으켰다. 미국 사이버보안 업체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백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과정에서 MS OS와 엉키며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MS 클라우드 서비스 오류가 나며 해외를 중심으로 공항·방송·금융·의료 등 각 분야에서 차질을 빚었다.

 

국내에서도 불상사가 일어났다. 일부 항공사 발권 시스템이 멈추고 윈도 OS 컴퓨터에 블루스크린이 뜨는 등 파장이 일었다. 불행중 다행으로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 중 MS 점유율은 20% 안팎이라 광범위한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항공사 직원들이 혼잡한 공항 카운터에서 시스템 대신 수기로 발권 작업하는 사진을 보니 또 다른 사례가 영화속 오버랩 장면처럼 머릿속을 스쳐갔다. 지난 2022년 10월 경기도 판교 SK C&C 화재로 카카오 주요 서비스가 일주일 가까이 지속된 '먹통’ 사건이다. 

 

당시 사고는 카카오톡 메신저, 주차·택시·대리운전 등 교통 서비스, 은행·페이·대출과 같은 금융 서비스 및 메일 기능까지 큰 영향을 끼쳤다. 특히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독점한 카카오톡 기능 상실은 웬만한 국가기간망 장애에 버금가는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이 사고로 당시 남궁훈 카카오 대표가 사임하고, 카카오톡 이용자들이 ‘라인’과 같은 경쟁 서비스로 대거 넘어가는 등 혹독한 댓가를 치뤘다. 그 해 국정감사에서도 데이터센터 화재 사태가 도마에 올랐고 집중 성토됐다. 카카오는 이후 지난해 9월 경기도 안산에 안전성과 대규모 저장 능력을 갖춘 첫 자체 데이터센터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을 열었다. 결국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 셈이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정보기술(IT) 발달이 가장 빠른 국가중 하나다. 글로벌 주요 빅테크들은 국내를 테스트베드(시험무대) 삼아 최신 기술을 연마하고 빠르게 시장에 내놓는다. 일상을 살아가는 국민들 또한 과도한 편리함에 익숙해진지 오래다. 빽빽한 서류철과 펜·종이 대신 간단한 신분 확인만으로 공적·사적 서비스를 마음껏 누리고 있다. 신분증과 관공서 서류도 모바일 증명서로 대체할 수 있고, 지갑이 없어도 상점에서 물건을 사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 영화 관람이나 열차 탑승시 종이 발권이 사라진지 오래다. 어린시절 공상과학 영화에서 보던 장면들이 사회생활 곳곳에서 연출되는 셈이다. 

 

디지털화된 사회가 끊김 없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이를 받치는 서비스의 안정성이 담보돼야 한다. 첨단을 달리는 디지털 인프라가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날 때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졌다. 종이와 펜으로 만들어지는 아날로그 방식은 느리고 불편하나 위기 상황에서 빛을 발한다. 사회 구성원인 우리도 편리함에 너무 익숙해져 있지는 않은지, 언제 닥칠지 모를 돌발 상황을 극복할 기초를 갖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때가 됐다. 이번 마이크로소프트 사태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마지막 교훈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