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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도 만났는데...UAE대통령 회동서 빠진 5대금융, 왜

'이자금지' 이슬람채권에 양국 '금융분야' 교류 제한적
은행 지점 설치 수준..."법 정비해 오일머니 끌어들여야"

 

[FETV=권지현 기자] 아랍에미리트(UAE) 현직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국빈 방한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대통령이 국내 주요 그룹 총수 및 기업인들과 잇달아 회동했다. 하지만 국내 대형 금융지주 수장과는 대면하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서로 실익이 없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지난 28일 국내 기업인들과 1시간가량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앞서 UAE는 300억달러(약 40조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한 바 있어 '재확인'과 함께 추가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다양한 산업군에서 관심을 보였다. 이날 간담회는 삼성·SK·현대차·한화 등 주요 그룹 총수 9명과 패션, 게임, 엔터테인먼트 산업 대표 11명 등 기업인 20명이 총출동했다. 특히 조만호 무신사 총괄대표는 국내 패션 및 e커머스 플랫폼 기업 중에선 유일하게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금융업계에선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 채진호 스틱인베스트먼트 대표, 이해준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 대표 등 주요 사모펀드(PEF) 운용사 대표들을 만났다. 그러나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 회장들과는 만남을 갖지 않았다. 미·중 등 주요국 정상들이 방한할 때와 비교해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번 대규모 회동에 각각 700조원 안팎을 굴리는 국내 대표 금융지주는 쏙 빠진 것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중동지역은 이슬람법에서 대출을 해주고 이자를 받는 행위를 불로소득이라고 보고 금지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증권사의 경우 채권 발행도 쉽지 않아 중동 시장 진출은커녕 협력 검토도 제대로 진행한 적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한때 국내에 수쿠크와 같은 이슬람금융이 도입되면 기업의 자금 조달 창구를 넓힐 수 있다는 입장도 있었지만 다 옛날 얘기"라면서 "워낙 현지 금융 제재가 심해 국내 은행도 코리아데스크 정도만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번 UAE대통령 방한 이슈도 사실은 금융권에겐 다른 산업군 이야기나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이슬람금융의 대표적인 상품인 스쿠크(Sukuk)는 채권과 비슷하지만, 투자자에게 정기적으로 이자를 주는 대신 투자수익을 배당금의 형태로 지급한다. 이슬람 율법에 의해 발행구조를 검토하고 승인받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씨티·HSBC·스탠다드차타드 등 글로벌 은행들은 무슬림을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기존 금융상품을 이슬람법에 맞게 재조정한 상품을 경쟁력으로 출시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은행·증권사들에게 중동의 오일머니는 그림의 떡이다. 이슬람 금융방식은 국내법과 상충하는 부분이 많고 수익 배당에 따른 과세와 회계처리 문제도 발생할 수 있어 법·제도적 보완이 필요한데 정부는 손 놓은지 오래다. 지난 2009년 9월 정부는 이자 소득에 면세 혜택을 주는 다른 외화표시채권과 형평을 맞추기 위해 수쿠크에도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기독교계와 일부 정치인들의 반대에 막혀 결국 무산됐다. 

 

현재 5대 금융그룹의 UAE 진출 및 사업 현황은 매우 초보적인 수준이다. 증권사는 수년째 검토 단계이며, 은행은 현지 지점을 두고 한국계 지상사를 상대하는 데 그치거나 아예 지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UAE 최대 은행인 ADCB(Abu Dhabi Commercial Bank)에 코리아데스크를 운영하고 있으며, 하나은행은 아부다비지점과 두바이사무소가 영업 중에 있다. 우리은행은 두바이지점을 갖고 있으며, 농협은행은 현재 UAE 지역에 지점이 없다. 

 

신한은행은 두바이지점이 속한 EMEA본부(런던·독일·두바이·카자흐스탄)와의 협력을 통해 한국계 기업 및 현지 금융기관 네트워크 확대 등을 꾀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두바이지점 외에 중동 지역 진출 사례가 현재로서는 따로 없고, IB(투자금융) 관련해서도 중동 지역에 진행 중인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막대한 오일달러가 창출하는 다양한 사업기회를 적극 공략하기 위해 국내 금융사들이 이슬람채권을 적극 활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이슬람금융의 도입 사례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슬람채권 등 금융상품 개발을 위해 정부 및 민간부문의 중동 이슬람 지역 전문가로 이뤄진 전담팀이 구성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만 수익배당에 대한 회계처리, 이슬람채권 발행 검증기관 설치 등 기초환경 구축과 은행법 등 국내법과의 상충문제를 해결하는 등 법·제도적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이중 배당 회계처리 부분이 가장 시급하다. 국내 회계법상 이자의 경우 비용으로 처리되지만, 배당은 자본비용으로 분류돼 과세대상에 포함된다. 회계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기업은 세금 공제혜택을 받을 수 없어 조달비용이 상승하게 된다.  

 

국민은행 한 관계자는 "수쿠크 발행을 허용한다고 해서 국내 기업의 중동 자금 유치나 현지 진출 분야 협력 등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실무자의 의견"이라며 "다만 중동 외에 동남아에도 이슬람 국가가 많으므로 해당 지역에서는 이슬람채권 발행 비즈니스가 사업 분야 확장에 도움이 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