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http://www.fetv.co.kr/data/photos/20240521/art_17164249443098_8537a3.jpg)
[FETV=권지현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올해 상반기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0%로 동결했다. 지난해 2월부터 이어진 11회 연속 동결이다.
소비자물가가 여전히 높은 데다, 금리 인하에 신중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태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 금통위는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50%로 유지하기로 했다. '기준금리'는 초단기금리인 콜금리에 즉시 영향을 미치고, 장단기 시장금리, 예금·대출 금리 등의 변동으로 이어져 궁극적으로는 실물경제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 한은은 3·6·9·12월을 제외하고 매년 8번 금통위를 열어 물가 동향, 국내외 경제 상황, 금융시장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배경에는 여전히 불안한 물가가 자리해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2월(3.1%)과 3월(3.1%) 3%대를 유지하다가 4월(2.9%) 석 달 만에 2%대로 내려왔다. 하지만 과일을 비롯한 농축수산물이 10.6%나 뛰는 등 한은의 목표 수준인 2%대 안착을 확신할 수 없는 상태다. 여기에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보다 0.3%포인트(p) 상승, 소비자물가 추가 인상 가능성을 높였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최근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근원물가(에너지·식품 제외)를 중심으로 둔화하겠지만, 유가 추이나 농산물 가격 강세 기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미 연준이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고 있는 점도 한은 동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2일(현지시간) 공개된 최근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위원들은 "최근 몇 달 새 미국의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진전을 보이지 않는다"며 "금리 인하에 대한 확신을 얻기까지의 기간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준이 통화정책의 준거로 삼는 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지수 기준으로 전월 대비 올해 1월 0.5% 상승한 데 이어 2∼3월 2개월 연속 0.3% 올랐다. 연준이 목표로 하는 연간 물가 상승률 2%를 달성하기 위해선 전월 대비 상승률이 평균적으로 0.2%를 넘지 않아야 한다.
미국이 금리 인하에 신중한 가운데 한은이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내린다면, 원·달러 환율 상승과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등의 위험성이 확대돼 이미 역대 최대 수준(2.0%p)으로 벌어진 양국 간 금리격차를 더 키울 수 있다.
한은은 지난달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미 연준의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가 약화되면서 국채금리가 상승하고 미 달러화는 강세를 나타냈다"면서 "앞으로 국제금융시장은 주요국의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과 통화정책 운용의 차별화 양상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