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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일 동안 설득했다...기업은행 'KOFR 채권 발행'의 의미

수요 없던 시장서 물꼬 터...투자자에 낯선 '이자계산 방식' 설명
국책은행 노력·책임감 결과물..."무위험지표금리는 세계적 추세"

 

[FETV=권지현 기자] IBK기업은행이 국내 처음으로 한국무위험지표금리(KOFR) 연동 변동금리채권 발행에 성공,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그간 시장 수요가 없어 발행 검토조차 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기업은행은 자산운용사 등 투자자들 설득에 적지 않은 시간을 공들였다는 후문이다. 국내 금융시장에 KOFR를 확산시키기 위한 국책은행으로서의 노력과 책임감이 집약된 결과물이라는 평가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 21일 1000억원 규모로 KOFR 연동 변동금리채권을 발행했다. 이번 채권은 KOFR가 금융거래지표법상 중요지표로 지정된 이후 2년 8개월 만에 처음으로 발행된 KOFR 준거 채권이다. 만기는 6개월이며, 발행금리는 KOFR 1일물에 20bp(1bp=0.01%p)를 가산한 수준으로 결정됐다. 'KOFR'는 국채·통안증권을 담보로 하는 환매조건부채권(RP)금리를 활용해 산출한 1일물 금리다.

 

금융당국은 2021년 11월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와 더불어 KOFR도 지표금리로 채택, CD금리를 대체할 KOFR 활성화에 더 초점을 맞춰왔다. 2012년 6월 리보(Libor·런던 은행간 금리) 조작 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글로벌 지표금리 개혁 과정을 거치면서 실거래 기반 무위험지표금리(RFR) 정착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표금리'는 대출, 채권, 파생거래 등 금융계약의 손익, 가격 등을 결정하는 준거금리를 말한다. 

 

호가에 기반한 CD금리의 경우 신용위험을 내포한 데다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시중은행들이 CD금리 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조작·담합의 소지가 있는 반면, 실거래 기반인 KOFR은 시장 상황을 정확히 반영하고 조작 가능성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시장이 여전히 CD금리를 활용한 거래에 더 익숙한 탓에 KOFR는 지표금리로서 활성화되지 못했다. 이번 기업은행의 KOFR 기반 채권 발행이 주목받는 이유다. 

 

기업은행은 시장수요를 조성하기 위해 약 2개월 간 변동금리채권의 주요 투자자인 자산운용사 등과 소통하며 KOFR 연동 채권을 홍보했다. KOFR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히던 이자계산 방식에 대한 설명도 이때 이뤄졌다. 

 

기업은행 자금부 관계자는 "CD금리의 경우 실거래 기반이 아닌 호가 기반으로 고시가 되고 투자 시점에 이미 미래에 얻을 이자이익을 알 수 있는 반면, KOFR는 1일물 금리 즉 '하루짜리 금리'이기에 KOFR 연동 채권 투자자는 만기 후 최종적으로 받을 수 있는 이자를 정확히 모르는 상황에서 투자하게 된다"며 "이 부분이 투자자로서는 생소하고 막연할 수 있어 1~2개월간 투자자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 이번 1000억원 완판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KOFR 연동 채권은 1일물 금리를 활용해 매일 이자가 붙는 '사후복리방식'이다. 다만 예탁결제원에 매일 고시되는 익일물 금리가 하루하루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통상적인 '일복리 상품'과는 구별된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이자계산 방식이지만 미국·영국 등 주요국 금융당국과 금리를 관할하는 통화당국 등은 이미 RFR 체계를 적극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미국의 'SOFR', 영국의 'SONIA', 일본의 'TIBOR' 등이 대표적이다.

 

무위험지표금리를 활용하라는 것이 세계적인 지침이고 CD는 리스크가 내재해 국제규범상 통용되고 있는 RFR 체계에서 벗어나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망설이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아 KOFR 활용은 더디기만 했다. 이런 점에서 기업은행의 KOFR 연동 채권 첫 발행은 국내 시장에 새 물꼬를 텄다는 데 의미가 있다. 

 

기업은행 자금부 관계자는 "미국도 SOFR로 나아가는 등 무위험지표금리는 글로벌 추세"라면서 "우리나라도 호가 기반인 CD금리보다는 실거래 기반인 KOFR금리로 가야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고 이에 공감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투자자들이 좀 더 자신감을 갖고 KOFR 연동 채권에 투자할 수 있도록 이번 1000억원 규모 발행 물량을 추후 회계처리까지 잘 진행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는 게 다음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