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고령화'가 세계 어느 국가보다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금은 일본이 세계 최고의 고령화 국가이지만 이를 우리나라가 빠르게 따라잡을 것으로 많은 기관에서 전망하고 있다. 2025년에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되는 우리나라 보다도 20년 빠르게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던 일본을 넘어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2045년경에는 일본의 고령화 비율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빠르게 고령화사회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젊은 세대의 고령자 부양 부담이 늘어나고 부양의식이 변화하면서 노인혐오 현상이 사회 문제화되고 있다. 2018년 9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한 노인인권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노인의 약 40%와 청·장년층 90%가 세대 간 '소통'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었는데 지금은 그 수치가 더 올라갔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우리 사회는 급격한 고령화와 함께 청년실업 및 양극화 심화, 문화·이념적 차이 등으로 세대 간 소통의 어려움이 심화되고 있다. 세대 간 소통의 어려움은 노인혐오, 세대 갈등 등 사회문제로 이어질 수 있고 우리 사회에 만연한 혐오 표현은 이제 노인을 대상으로 확대되고 있어 시급한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노인혐오 문제는 고령사회의 진전으로 인해 심화될 우려가 크며 세대 간의 인식변화나 사회 구조적 요인과도 관련이 있다. 세계가치관조사에서 약 30년 이상 국민의 가치관 변화를 그 나라의 65세 이상 노인인구비율과 연관시켜 분석한 결과를 보면 고령화 비율이 높을수록 노인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나 존경심이 줄어든다고 한다. 고령자에 대한 부양구조와 인식변화로 소통의 기회가 적어지면서 공동체를 중요시하는 고령 계층과 개인주의에 휩싸인 젊은 층 사이의 가치관 대립은 심화되고 있다.
또 다른 노임혐오 요인으로는 노인인구 증가로 인한 젊은 층의 경제적 부담 문제를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되면 경제적 수요자 중 고령자의 비중이 늘어나 젊은 세대의 경제적 부담 증가가 우려된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를 보면 청년의 약 77%가 노인복지 확대로 청년층의 부담 증가가 우려된다고 답한 바가 있어 앞으로도 청년층의 노인부양 부담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보다 빠른 고령사회를 경험한 일본에서 젊은 층의 경제적 부담 문제를 해결하는 길을 찾아본다면 먼저, 고령자의 지역사회와 세대 간 유대감을 강화할 것이 필요해 보인다. 2005년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일본에서도 2010년을 전후해서 '노인혐오사회'라는 신조어가 나왔을 정도로 사회의 심각한 문제가 됐다. 이러한 가운데 2017년 고령사회전문가포럼 이후 일본은 젊을 때부터 부모, 자녀 그리고 지역사회와 유대 강화의 중요성을 사회적으로 부각시켜 왔다. 이는 서구에서 1960년대 말에 일찍이 노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나타내는 용어로 만들어진 ʻ연령주의(Ageism)ʼ 문제를 직접 경험하면서 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제시된 바 있다.
노인혐오에 대한 대응의 또 다른 하나는, 우리나라는 2025년 초고령사회로 접어들지만 일본은 우리보다 약 20년 일찍 진입했다. 일본인들은 '정년'을 3단계로 구분한다고 한다. 1단계, 직장 정년, 2단계, 65세부터 20년간 더 일하는 정년, 3단계, 인생 정년이 그것이다. 직장 은퇴 후 20년간은 연금 겸업 형태로, 즉 '연금+저임금'으로 살아간다. 우리나라 고령자도 '국민연금+근로소득', 이런 방향으로 의식이 변화돼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이며, 그렇게 되면 젊은 층의 국민연금 재정 부담 문제도 훨씬 가볍게 될 것이다.
청년층의 노인인구에 대한 부양 부담을 완화해서 고령층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우리나라에서도 이 같은 방법을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다. 고령자의 고용을 확대해 나감으로써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고령자로부터 더 많은 세금과 사회복지비용을 징수할 수 있고, 이는 곧 정부나 지자체의 재정 안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고령화로 인한 사회적 영향을 위기가 아닌 하나의 변화로 인식하고, 우리 사회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고령자와 지역사회의 연대 의식을 강화함으로써 세대 간 간격을 줄이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유대감' 강화가 더욱 절실해 보인다.
김형기 연세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