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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미래에너지'...관제 펀드 또 동원된 5대 은행

 

[FETV=권지현 기자] 녹색성장펀드(이명박 정부)→통일펀드(박근혜 정부)→뉴딜펀드(문재인 정부)→미래에너지펀드(윤석열 정부)

 

금융당국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끌어올리기 위해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과 함께 조(兆)단위 규모의 펀드를 새로 조성한다. 이로써 5대 은행(금융그룹)은 3년 6개월 만에 정부가 주도하는 관제 펀드에 다시 발을 들이게 됐다. 역대 정부가 주도한 4가지 펀드 중 통일펀드를 제외하고는 (신)재생에너지가 핵심키워드로 사실상 같아 '이름만 바꿨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온다. 5대 은행은 전 정부가 주도한 뉴딜분야 금융지원을 위해 현재까지도 자금을 집행하고 있다.  

 

◇ 4번째 관제 펀드 출격...5대 은행 상반기에만 2016억씩 출자해야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전날 5대 은행 수장과 '미래에너지펀드 조성 협약식'을 열고 총 9조원 규모 펀드를 신규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신재생발전 관련 금융수요가 약 16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 9조원이 초기 투자를 불러일으켜 중기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올릴 주춧돌이 될 것이란 판단이다. 

 

김 위원장은 협약식에서 "우리나라는 발전량 중 재생에너지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며 "미래에너지펀드가 재생에너지 설비 증설에 필요한 금융수요 160조원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2022년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약 7.7%(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9.2%)로 전세계 재생에너지 평균 발전비중(14.8%) 및 OECD 국가 평균(34%) 대비 낮은 수준이다.  

 

 

미래에너지펀드는 모두 5단계, 단계별 6개 펀드로 이뤄진다. 산은과 5대 은행 출자로 1~3단계에서 각 1조26000억원, 4~5단계에서 각 2조6100억원 총 9조원을 조성한다. 운용사는 KDB인프라자산운용 및 5대 금융그룹 자산운용사 총 6곳이다. 

 

1단계 펀드의 경우 6개 자산운용사(KDB인프라·KB자산·NH아문디·신한자산·우리자산·하나대체)가 2100억원씩 굴리는데, 2100억원을 조성하기 위해 산은 420억원, 5대 은행은 각 336억원을 출자한다. 5대 은행의 경우 1단계에서만 336억원씩 6번, 총 2016억원씩을 내놓아야 하는 셈이다. 1~3단계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하기에, 5대 은행은 3단계 펀드 조성까지 6048억원씩을 출자하게 된다. 당국은 올해 상반기 내 1단계 펀드 조성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은행으로선 출자 시한이 2개월 여밖에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 뉴딜펀드 진행 형인데...은행 부담 늘리고도 '차별성' 안보여  

 

가장 먼저는 은행 부담이 가중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래에너지펀드 출자에 참여하는 A은행 관계자는 "1~3단계 펀드 출자금액의 경우 자료를 확인하고 나서야 구체적인 숫자를 알게 됐다"면서 "출자금액이 더 불어나는 4~5단계의 경우 아직 정확한 수치를 당국 등으로부터 들은 바가 없다"고 했다. 산은에 따르면, 5대 은행은 4~5단계에서 각 4176억원씩을 출자하게 된다.  

 

B은행 관계자는 "이전 정부의 뉴딜펀드는 기존 ESG 투자·대출 실적을 일정 부분 유용할 수 있는 등 정책적 유연성이 있었는데, 이번 미래에너지펀드는 신규 출자라 안그래도 소상공인 금융지원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은행에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미 시장에 나온 정부 주도 펀드와 차별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미래에너지펀드는 주로 태양광·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설비에 투자하는 펀드다. 앞서 출시된 뉴딜펀드 역시 재생에너지에 신에너지(연료전지·수소에너지 등)를 포함한 '신재생에너지' 설비·사업 등을 투자처로 삼았다.  

 

5대 금융그룹의 뉴딜분야 금융지원은 현재 진행 형이다. 5대 금융은 지난 2020년 9월 약 70조원을 5년간 한국판 뉴딜에 투입하기로 했다. 신한금융 28조5000억원, 하나·우리금융 각 10조원, KB금융 9조원, NH농협 8조원 등이다. 신한금융은 2021~2022년 신재생에너지, 스마트시티 등 뉴딜금융 대출·투자에 총 8조5000억원을 들였으며, KB금융은 2025년까지 그린에너지, 데이터댐, 사회간접자본(SOC) 디지털화 등에 약 10조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 2022년에는 신재생에너지 생산 관련 대출 등에 2조7000억원을 투입하기도 했다.     

 

C은행 관계자는 "이번 미래에너지펀드의 경우 2020년 발표된 뉴딜펀드와 상당 부분 겹치는 내용이 있다"면서 "기존에 지원한 분야를 동일하게 또 투자할 수는 없으니 투자 항목에서 제외해야 할텐데, 이 때문에 지원 분야가 한정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친환경 이슈가 (펀드 조성) 당위성만 놓고 보면 충분하지만, 정권마다 생색내기 좋은 이슈인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펀드는 이름만 달라졌을 뿐, 이전 정부가 내놓은 것과 별반 다른 점이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