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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에너지


고려아연 vs 영풍 주총장서 대립각 세운 까닭은?

 

[FETV=박제성 기자] 19일 오전 고려아연의 올해 주주총회가 막을 올렸다. 이번 주총은 최대주주인 영풍과 고려아연 간의 경영권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예고하면서 그 결과에 관심이 쏠렸다. 승패는 무승부로 끝났다. 서울 강남구 영풍빌딩 별관에서 1시간 넘게 진행된 고려아연 주총은 최대주주 ㈜영풍 측이 반대한 배당은 가결됐고, 정관변경 안건은 부결됐다. 고려아연이 상정한 5000원 결산 배당 안건은 찬성 62.74%로 가결됐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날 고려아연 주총은 영풍그룹 장씨 일가인 장형진 고문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간 경영권을 둘러싸고 대립각을 세웠다. 영풍그룹은 고려아연 경영권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최대주주로서의 영향력을 행사했다. 반면 고려아연은 현대자동차, LG화학 등 대기업들과 동맹 관계를 구축해 지분율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핵심의 쟁점은 이렇다. 고려아연이 신주인수권 제3자 배정 대상 및 결산 관련 정관 변경에 대해 영풍 측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세부 정관으로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할 경우 외국 합작법인에만 신주를 발행할 수 있다는 정관을 국내 법인에도 가능하도록 해당 정관 삭제를 추진했다. 이를 통해 신주를 발행한다는 계획에서다.

 

이에 영풍은 제3자 배정을 허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뿐 아니다. 영풍이 반대하는 또 다른 사항으로는 배당금도 있다. 2023년 결산 배당금이 2022년 배당금 2만원과 비교해 5000원 줄었다는 점도 반대하는 이유중 하나다. 이와 관련, 양측은 의결권 대리 업무를 맡기는 것을 놓고 다른 행보를 보였다. 고려아연은 머로우소달리코리아 등 총 5곳의 법인 업무를 맡겼다. 영풍은 케이디엠메가홀딩스 등 3곳의 법인에 의결권행사 대리업무를 위탁했다. 

 

양측간 갈등이 촉발된 계기는 경영실적이다. 주력사업의 실적은 고려아연이 월등히 좋다. 고려아연은 제련 부문 사업 등 신사업 성과 부분 모두 영풍을 뛰어넘었다. 하지만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는 영풍이다. 이로 인해 영풍의 장형진 고문과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간의 경영권 분쟁의 점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두 기업은 기업 가문으로 맺어졌다. 영풍그룹은 고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설립한 뒤 최씨 일가가 고려아연 경영을 맡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고려아연과 영풍의 경영실적엔 희비가 엇갈렸다. 고려아연은 기존 제련부문 실적은 물론, 신사업 확장에서의 성과가 영풍을 뛰어넘었다. 실제로 고려아연의 영업이익은 2022년 9314억원, 2023년엔 6591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영풍은 180도 다르다. 2022년 107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영풍은 2023년 1~3분기까지 536억원 적자를 나타내고 있다. 

 

장 씨 측은 계열사를 동원해 지분을 매입하며 지분율을 끌어 올렸다. 장씨 일가는 계열사 씨케이, 에이치씨, 시네틱스, 영풍전자 등을 통해 지난해 약 1950억원의 고려아연 지분을 매입했다. 고려아연으로부터 받은 약 1500억원의 배당금을 대다수 지분 매입에 사용했다. 영풍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25.2%이며 장형진 고문과 특수관계인의 지분 6.8%를 합하면 32%에 이른다.

 

최 씨일가도 대응 태세를 갖추고 있다. LG화학, 한화에너지, 현대자동차 등 우군을 활용해 지분을 끌어들이고 있다. 최윤범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 18.1%가 있다. LG화학과 한화 에너지 USA, 현대자동차 북미 투자법인 등은 고려아연 지분을 13.7% 보유하고 있다. 모두 합하면 31.8% 수준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이번 경영권 사항을 놓고 논쟁이 당분간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라며 “영풍 측의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입장이 강하다보니 그렇다”고 말했다.

 

이날 주총 출석률은 90.31%인 가운데 5000원 배당금 안건은 62.74%로 통과됐다. 반면 제3자 배정 관련 정관 변경은 통과되지 않았다.  고려아연을 창립한 장씨 집안과 최씨 집안이 대립각을 세운 이날 고려아연 주총이 사실상 승자와 패자 없는 무승부로 끝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