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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량 높여라"...이석용 농협은행장, 올해 '수익성' 고삐죈다

 

[FETV=권지현 기자] 이석용 NH농협은행장이  대형은행장 중 유일하게 올해 신년사에서 '상생'을 언급하지 않아 눈길을 끈다. 앞서 신년사를 내놓은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도 '상생'을 빼고 새해 경영방침을 전했다. 특수은행이지만 시중은행을 넘어선 성장을 이룬 농협은행이 자신감을 바탕으로 올해 '수익성'에 본격 힘을 주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농협 차별성 강화" vs "농협 특수성에 안주 말라"

 

이석용 농협은행장은 지난 8일 'ESG(친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개선)' '리스크 관리'를 전면에 내건 신년사를 발표했다. KB국민·신한·우리 등 대형 은행 최고경영자(CEO)들이 지난 2, 3일 새해 메시지를 내놓은 것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늦은 신년사로, 직원들이 전국 단위로 이동하는 농협은행의 특성을 고려한 결과다.

 

ESG와 리스크 관리를 앞단에 세웠지만, 이날 이 행장이 정작 힘줘 말한 건 '수익성 제고'였다. 이 행장은 이번 메시지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할당해 "핵심역량을 제고해, 농협은행의 차별적인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기업금융 경쟁력 강화하고, WM(자산관리) 사업의 질적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면서 "농업금융·공공금융·지역금융 등 우리가 잘하는 분야에 대해서도 타행이 넘볼 수 없는 진입장벽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형은행들이 지난해부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기업금융과 비이자이익 핵심 사업인 WM 강화에 더해 농협은행만이 할 수 있는 것에도 집중, 수익성을 끌어올리자는 메시지였다.

 

농업금융·공공금융·지역금융 등에 대해 다른 은행이 넘볼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이 행장의 언급은, 얼핏 보면 지난 2일 "더 이상 농협이라는 '특수성'에 머물거나 안주하지 말자"는 신년사를 임직원에 전한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생각과 배치되는 듯하다. 하지만 이 회장은 이날 "열린 마음으로 꿈을 향해 매진"해야 한다며 "특별한 인생 금융회사로 거듭"나자고 했는데, 이는 농협금융의 기존 경계를 확장한 이 행장의 생각과 맥을 같이 한다. 

 

◇'상생' 빼고 자신감 내비쳐...농협 한계 벗고 올해 '디지털' 힘준다  

 

 

'상생' 두 글자 단어를 신년사에 넣지 않은 대형은행장은 이 행장이 유일하다. 그는 "사회 구성원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는 기업이 좋은 기업"이라며 ESG 경영체계를 강조했지만, 은행 CEO들이 금융당국 압박 등에 일제히 내건 '상생금융 강화'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도 다른 KB·신한·하나·우리 등 대형 금융지주 회장과 달리 상생 단어를 배제하고 '특별한 인생 금융회사' '기회를 잡는 1년'을 강조한 바 있다. 

 

농협 두 금융 수장의 이 같은 메시지에는 '수익성'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있다. 이미 농협은행이 매 분기 약 800억원을 농업지원 사업비 명목으로 내놓고 있는 만큼 사회적 책임에도 소홀하지 않다는 계산도 포함돼 있다.  

 

농협은행의 최근 성적은 괄목할 만하다. 지난해 9월 말 농협은행의 당기순이익(농업지원사업비 부담전)은 1조7877억원으로 3분기 누적 기준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9.2% 늘어난 것으로, 성장률만 보면 신한은행(6.6%), 우리은행(-3.5%)을 앞지른다. 지난해 주춤했던 비이자이익이 올해 들어 83.5% 급증한 덕분이다. 이에 우리은행과의 순익 격차는 작년 9월 말 7376억원에서 올해 5023억원으로 2300억원 이상 크게 줄어들었다. 농협은행 순익은 2020년 9월 말 1조2808억원이었으나 3년 만에 40% 급증했다. 

 

이 행장은 올해 수익성 강화 열쇠로 기업금융, WM, 농업·공공·지역금융 등을 꼽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디지털'을 언급, 이 부문 역시 올해 농협은행 성장세를 바라보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디지털 경쟁력 강화는 농협은행의 미래가 달린 생존 과제"라면서 "NH올원뱅크를 일상생활과 금융을 연계하는 완성형 슈퍼플랫폼으로 구현하고, AI(인공지능)와 블록체인 등 디지털 신기술을 활용한 농협은행만의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의 생각도 같다. 이 회장은 "전사적으로 구축 중인 슈퍼플랫폼에 금융·비금융 서비스와 AI까지 탑재하게 된다면 진정한 의미의 '완성형 슈퍼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농협은행과 NH올원뱅크에 기대감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