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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다짐 속 다시 조용히 '영업'에 힘주는 4대 은행

이자장사 비판에 '상생 강화' vs '영업력 제고' 방점 둔 조직 정비
저성장·은행업 둔화 전망 영향...가산금리 등 금리산정 변화 주목

 

[FETV=권지현 기자] 새해 벽두부터 국내 주요 은행들이 일제히 '영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 

 

은행이 본업을 강화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수익성 확대를 앞단에 내걸던 예년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조용히' 진행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상황 속에서 이익 둔화를 두고만 볼 수는 없다는 판단과, 지난해 초부터 이어진 이자장사 지적에 은행들이 최근 조직개편과 최고경영자(CEO)의 신년사 등을 통해 상생금융을 전면에 내세운 상황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실제 KB금융지주(ESG상생본부), 하나금융지주(상생금융지원팀), 신한은행(상생금융부)은 '상생조직'을 새로 만들었다. 또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지난 2일 신년사에서 "기존의 방법이 '경쟁과 생존'이었다면, 이제는 '상생과 공존'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했으며,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우리의 성장 전략에 대한 인식전환과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언급, '사회'를 강조한 바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은 최근 조직개편·정기인사를 단행, 모두 영업에 힘을 실었다. 고객(응대), 상품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성과가 우수한 직원에게는 승진으로 확실히 보답한다는 전략이다.

 

국민은행은 상품 역량을 높이기 위해 개인고객그룹 내 여·수신을 담당하는 '개인상품본부'를 신설하고, 자산관리(WM)고객그룹에는 WM상품을 공급하는 '금융투자상품본부'를 두기로 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은행 본연의 경쟁력 향상을 기조로 한 정기 조직개편"이라고 말했다. 연말 인사에서는 영업현장에서 성과가 탁월한 직원에게 경영진 보임·승진의 기회를 부여해 영업력 강화에 대한 동기를 제공했으며, 지역그룹대표 대상 부행장 직위도 새로 만들어 성과와 영업현장 중심의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신한은행은 '영업지원부문'과 '채널부문'을 새로 만들었다. 영업지원부문은 금융·비금융 구분 없이, 채널부문은 대면·비대면채널 구분 없이 고객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를 위해 영업지원부문에는 고객솔루션그룹과 디지털솔루션그룹을 뒀으며, 채널부문에는 영업채널을 4개 영업그룹으로 구분하고 채널지원본부를 신설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전문성과 영업추진 역량을 강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일에는 연초 영업조직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2024년 첫 영업일에 '상반기 부서장 정기인사'를 시행하기도 했다.   

 

하나은행은 중앙영업그룹 내 강남서초영업본부, 종로영업본부 등 2개의 영업본부를 신설했다. 또 비대면 채널과 디지털 서비스를 별도로 담당하던 디지털그룹을 리테일그룹으로 통합해 대면·비대면 상품, 서비스 등을 관리하기로 했다. 비대면 고객 응대 기능은 손님지원조직이 집중적으로 맡는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현장과 고객 중심의 영업 조직 운영 효율화를 위해 이번 조직개편을 단행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기업금융에 방점을 두고 영업 진용을 다듬었다. '국내영업부문'은 개인·자산관리·기관·부동산금융그룹 등으로, '기업투자금융부문'은 CIB(기업투자금융)·중소기업·글로벌그룹 등으로 정비했다. 특히 기업그룹과 IB(투자은행)그룹을 'CIB그룹'으로 통합, 기존 기업금융 외에 투자금융과 해외투자업무 집중도를 높여 기업고객 포섭에 나선다는 전략을 세웠다. 

 

대형 은행들이 정부와 금융당국의 상생 압박과 여전한 고금리 상황 속에서도 새해 '영업력 제고'를 일제히 들고 나온 것은 수년간 이어진 역대급 실적을 올해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란 계산에서다. 저성장 기조와 부채 누증에 따른 건전성 부담 등으로 대출 증가율이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영업력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는 것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024년 국내 금융산업' 보고서에서 올해 은행업은 대출 성장이 둔화하고, 고금리 효과는 상반기까지 잔존할 것이라 내다봤다.

 

만만치 않을 업황에 대한 우려는 CEO들 발언에서도 묻어난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3일 열린 2024년 상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올해 또한 결코 녹록지 않은 경영환경이 예상된다"고 했으며, 이재근 국민은행장은 신년사에서 최근 한 글로벌 컨설팅 회사가 한국경제를 '끓는 냄비 속 개구리'에 비유한 것을 언급, 위기 속 과감한 변화를 주문했다. 

 

이런 가운데 은행들이 지난해와 차별화된 대출 금리를 내걸 것인지도 영업 강화 속 관전 포인트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가산금리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비용과 원가를 산정함에 있어 신용등급 체계는 적정한지, 금리 감면요청 전에 선제적인 제안은 할 수 없었는지 등을 자문해야 한다"고 했으며, 이재근 행장은 "고객의 대출금리 부담을 고려할 때, '고객 중심의 프라이싱(Pricing) 체제'로의 대전환도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