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임종현 기자] 카드사들이 획일적인 디자인에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최근 출시된 카드를 보면 전면이 화려한 디자인으로 채워지고, 가로형이었던 플레이트는 세로형으로 바뀌고 있다. 카드번호, 고객명 등 복잡한 정보는 카드 앞면에서 뒷면으로 옮겨졌다.
카드사가 디자인 교체에 나선 이유가 뭘까. 이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특징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들이 카드를 선택할 때 ‘혜택’보다는 ‘디자인’을 중요시한다는 점에 착안해 각자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즈(개인이나 기업 환경에 맞도록 수정)된 상품들을 내놓고 있다.
카드 앞면에 푸바오·토심이·산리오 등 유명 캐릭터나 예술작품 등을 내세우며 고객의 소유욕을 불러일으키는 한편 각 카드만의 특징을 부각해 경쟁력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카드의 서비스를 넘어 디자인도 경쟁력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소비자의 감성을 사로잡는 상품이 경쟁력을 갖추면서 디자인 전쟁이 제조업에서 카드 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KB국민카드가 에버랜드의 인기판다인 ‘푸바오’를 메인 캐릭터로 내세우며 ‘KB국민 에버랜드 판다카드 푸바오 에디션’을 판매 개시 3일(영업일 기준 2일) 만에 완판됐다. 해당 카드는 지난 1일 총 1000장 한정으로 선착순 판매했는데, 고객들의 요청에 4000매를 추가 판매에 나서기도 했다.
또한 세로형 카드들도 대거 출시되고 있다. 세로형 카드가 처음 모습을 드러낸 건 옛 LG카드(현 신한카드)가 2015년 10월 세로형으로 디자인 된 ‘WEEKI 카드’다. 그 뒤로 2007년 KB국민카드가 세로형 디자인의 ‘잇(IT) 카드’를 선보인바 있다.
다만 트렌드를 선도한 건 현대카드다. 현대카드는 지난 2017년 일반적인 가로형 플레이트에서 회사의 디지털 철학을 반영한 세로형 카드 디자인을 전면 도입했다.
현대카드는 TV 모니터나 영화관 스크린 등 초기 디지털 제품이 주로 가로형 디자인이었다면 스마트폰 등 최신 디지털 제품들은 세로형 디자인이라는 점에서 착안해 카드 디자인도 세로형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카드가 앞서 카드사와 다른 점은 카드 앞면에 기재되던 이름과 카드번호를 과감히 뒷면에 배치했고, 기존 단색 컬러만 고집하던 것에서 벗어나 레드, 블루, 그린 등 다양한 색을 카드에 도입한 것이 포인트다. 당시 정태영 부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발상은 간단하지만 몇십년 동안 사용된 공통의 포맷을 한국 기업이 글로벌 결제사를 설득하며 바꾸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후 다른 카드사도 세로형 카드 디자인을 앞다퉈 채택했다. 최근 출시 된 우리카드의 ‘카드의정석 DON’ 체크카드, 롯데카드 디지로카 시티(City) 에디션 카드 등도 세로형 디자인으로 내놓은 것을 알 수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세로형 카드가 주로 출시되는 이유는 카드결제 방식이 가로로 긁는 마그네틱(MS) 방식에서 세로로 꽂는 집적회로(IC) 방식으로 바뀐 점이 가장 크다”며 “또한 가로형 카드들의 경우 카드 단말기에 꽂았을 때 카드 디자인이 일부 가려지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세로형 카드에서는 이 같은 문제가 많이 사라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