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국내 시중은행과 국책·지방은행 등이 임금피크제를 운영 중인 가운데, KB국민은행 전 직원 A씨 외 15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소송에서 법원이 국민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15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1민사부는 A씨 등이 '각 임금피크제가 헌법, 근로기준법 및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하여 무효'라고 주장한 1심에서 국민은행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목적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임금피크제'는 근로자가 일정한 나이가 되면 임금을 줄이는 대신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다.
재판부는 "KB국민은행이 근로자의 정년을 연장하면서, 고령 직원의 고용유지 및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임금피크제를 실시했다"면서 "개정된 고령자고용법(2013.5.22.)에서도 사업주들이 근로자들의 정년 연장과 고용안정을 위한 목적에서 임금피크제와 같이 일정 연령에 도달한 근로자들의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 개편 조치를 실시할 것을 예정하고 있는바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목적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KB국민은행의 임금피크제 관련 지침에 따르면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정년이 2년 연장됐음에도 만55세부터 정년까지 지급받을 수 있는 연 보수의 총액은 임금피크제 시행 직전 연봉의 50% 만큼 감소했다고 돼있다"면서 "▲중식대·통근비 등을 일반 직원과 동일한 수준으로 지급하고 이를 반영해 각종 수당을 지급한 점 ▲복리후생 혜택을 일반 직원과 동일한 수준으로 제공하고 연장된 정년만큼 추가로 제공한 점 ▲특별보로금도 연장된 정년만큼 추가로 지급한 점 등을 고려하면 임금피크 직원이 50% 상당의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또 재판부는 "본부부서, 후선센터 등에서 근무하는 임금피크 직원을 위해 종전과 같이 임금피크 직원에게만 부여하는 별도 직무를 설정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으며, 임금피크제 적용 이전까지는 업무량이 많은 직무를 수행하다가 임금피크제 적용 이후에는 업무량과 업무강도가 경감된 자료가 확인된 바, 피고는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로 수행하는 직무의 범위를 제한하는 대신 업무 강도를 조정해 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국민은행이 지난 2019년 2월, 임금피크 적용기간을 축소하는 등 제도 도입 후에도 임금피크제 적용에 따른 고령 근로자들의 불이익을 개선하고자 지속적으로 노력해 온 점도 인정했다.
이번 판결이 잇단 임금피크제 법적 공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작년 5월 한국전자기술연구원에서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더라도 삭감 폭이 지나치게 크면 무효라는 법원 판단이 나와 은행권에서도 임금 반환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국민은행 외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의 일부 직원들도 회사를 상대로 임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판결이 향후 있을 다른 은행들의 임금피크 소송에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라며 "비록 1심이지만 서울중앙지법의 판례인 만큼 임금피크 직원과 금융기관 간의 '임금 반환 소송'에 대한 갈등과 논란을 불식시키고 금융권에 임금피크제도를 안착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