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권지현 기자] 내년 초 정기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JB금융지주와 2대 주주인 국내 행동주의 사모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에 다시 시선이 쏠리고 있다.
올해 초 얼라인은 지분 14.04%를 보유한 JB금융에 대한 주주제안을 통해 JB금융이 계획한 연 7~8%의 위험가중자산(RWA·보유 중인 자산 유형별로 부실 가능성을 감안해 산출한 자산) 성장률을 다른 은행지주 수준인 연 4% 정도로 낮출 것을 요구한 바 있다. RWA 비중을 조정해 주주 배당을 더 늘리라는 뜻이다. JB금융은 주주환원 정책을 놓고 얼라인과 표대결을 벌인 끝에 승리했다.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JB금융과 얼라인은 지난 9월 열린 기관투자자 간담회에서 비공개 채널을 통해 조율했던 자본배치안 관련 논의를 공론화했는데, 이 자리에서 RWA를 둘러싼 이견이 재확인됐다. 얼라인 측의 RWA 증가율 조정 요구에 김기홍 JB금융 회장이 "아직까진 성장을 지속해야 하는 단계"라며 '조정 불가'를 재차 피력한 것이다.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하며 오는 2025년 3월까지 JB금융을 이끌게 된 김 회장은 2기 출범 후 안정적인 성장과 수익성 중심의 내실 경영을 내내 강조해왔다.
순익 vs 배당. JB금융-얼라인의 갈등이 1년가량 이어지면서 내년 초 주총을 앞두고 김 회장이 얼라인을 설득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인다. 핵심은 'RWA 증가 성과'와 '주주환원 확대 전략'이 될 것으로 보인다.
JB금융은 9월 말 RWA 33조5597억원을 기록, 지난 12월 말(32조5441억원)보다 3.1% 증가했다. 얼라인의 요구 수준인 4%를 하회하지만 증가세를 감안하면 가파른 성장세다. 작년 4분기와 올해 1분기 연이어 감소했던 RWA는 올해 2분기 들어 증가세로 전환하더니 두 분기 연속 1조원가량 불어났다.
현재로선 증가세로 돌아선 RWA가 그룹에 마이너스(-) 요인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JB금융은 1년새 대출채권이 40.5% 크게 증가해 RWA가 늘어났다. 대출증가세의 경우 국내 톱티어 금융지주인 KB금융지주(45.9%), 신한금융지주(44.2%)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덕분에 JB금융은 9월 말 이자수익이 전년 동기보다 40.4% 급증, 당기순이익 4934억원으로 역대 최대 성적을 기록했다.
자본비율도 선방했다. 통상 RWA 증가는 자본적정성 지표인 자본비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JB금융은 9월 말 국제결제은행(BIS) 총자본비율과 보통주자본(CET1)비율 각각 14.48%, 12.45%를 기록, 은행지주 평균을 상회했다. 특히 CET1비율의 경우 1년새 1%포인트 이상 끌어올려 큰 폭 개선에 성공했다. 자본 배분·관리가 비교적 잘 되고 있다는 뜻이다.
김 회장은 지난 7월 상반기 실적발표 때 3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전격 발표, 주주환원 확대도 신경쓰는 모습을 보였다. 지방금융지주 중 가장 큰 액수다. 전년도와 비슷한 6000억원 안팎의 순익을 낼 경우 총주주환원율을 5%포인트 높일 수 있는 규모로, 앞서 얼라인이 요구한 총주주환원율 3%에 해당하는 자사주 매입·소각보다도 규모가 크다. 다만 김 회장은 자사주 활용 방안에 대해선 아직까지 결론을 내지 못했다.
JB금융의 수익성·자본비율 지표와 주주환원 확대 노력이 맞물리면서 주가는 우상향을 그리고 있다. JB금융지주는 11일 종가 1만440원을 기록, 1년 전(8340원)보다 25.17% 뛰었다. JB금융 주가는 3분기 실적 발표 즈음인 지난 10월 6일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1만원을 상회하고 있다. 얼라인이 주주환원 확대를 요구한 올해 초와 비슷한 증가폭이다.
얼라인은 올 초 주주제안에서 "2022년에도 역대 최대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JB금융지주는 주식시장에서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며 "주가 저평가는 주주들의 재산권을 크게 침해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김 회장은 성장과 주주환원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포부를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장은 얼라인의 주주환원 정책에 완전히 동의하진 못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주주환원 확대에 뜻을 같이 한다는 의지로 읽힌다. 실제 올 초 JB금융이 얼라인의 주주제안을 거부하며 내세운 주장은 "과도한 배당성향 확대가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에 손해가 될 수도 있으며, 주주이익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김 회장은 3분기 실적발표 직후 진행된 콘퍼런스콜에서 "대출 성장률이 회복하고 순이자마진(NIM)이 소폭 반등하며 톱라인 성장에 기인해 올해 3분기에 사상 최대 이익을 경신했다"며 "보통주자본비율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안정적인 자본비율을 기반으로 미래 손실흡수능력을 증대하면서 주주환원 정책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