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권지현 기자] 최우형 전 BNK금융그룹 디지털·IT 부문장(전무)이 24년 만에 CEO(최고경영자)로 은행권에 복귀한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 차기 행장으로 낙점된 것으로, 그가 '인뱅 1호' 자존심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케이뱅크는 이달 5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가 최우형 전 BNK금융 부문장을 4대 케이뱅크 은행장 최종 후보자로 추천했다"고 발표했다. 최 후보자는 이달 말 임시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케이뱅크 4대 은행장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최 내정자는 서호성 현 행장에 이은 외부인사다. 두 사람은 금융-비금융회사를 두루 거쳤다는 공통점이 있다. 서 행장은 카드·증권·보험사에서 마케팅·WM(자산관리)·전략을 담당한 뒤 한국타이어에서 글로벌 업무를 경험했는데, 최 후보자도 BNK금융그룹 외에 액센츄어, 삼성SDS, 한국IBM 등 IT업계에서 17년간 컨설팅, 금융 AI(인공지능)와 블록체인 업무 등에 몸담았다.
차이점도 있다. 최 후보자는 1992년 하나은행에 입행, 8년가량 근무하며 신용관리·외환·IB(기업금융) 등 은행의 핵심 업무를 익혔다. 은행 근무 이력이 없는 서 행장과 비견되는 대목이다.
◇수익성·자본적정성 개선할까..."막중한 책임감 느껴"
케이뱅크는 지난 2017년 4월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2020년까지는 1000억원가량 연 순손실을 냈으나, 2021년 225억원 순익을 내며 흑자로 돌아섰다. 2022년에는 매분기 흑자를 내며 순익이 836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도 3분기까지 분기 흑자를 이어갔으나, 연순익은 전년 수준에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케이뱅크는 현재 수익성과 자본적정성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케이뱅크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총자산순이익률(ROA)은 지난 9월 말 기준 전년 동기대비 0.38%포인트(p) 하락한 0.27%를 기록했다.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2.69%p 내려간 2.76%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ROA와 ROE가 모두 오른 카카오뱅크, 토스뱅크와 대조적이다.
자본적정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총자본비율은 9월 말 13.91%를 기록, 전년 동기(14.51%)보다 0.6%p 낮아졌다. 시중은행이 16~18%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이는 대출 성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BIS는 위험가중자산이 증가할때마다 일정 수준의 자기자본을 쌓도록 하고 있는데, 안정적으로 BIS비율을 유지하지 못하면 대출 자산 증가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최 후보자는 "케이뱅크 은행장 최종 후보가 돼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며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케이뱅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임추위는 그가 제시한 인터넷은행의 성장 전략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24년 만에 은행 '금의환향'...'인뱅'은 또 다른 도전
1966년생인 최 후보자는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 재무관리 석사를 마쳤다. 재학 중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했으며, 1992년 하나은행 입행을 시작으로 금융권에 발을 들였다. 이후 2000년 5월 액센츄어컨설팅으로 자리를 옮겼으니, 그로선 24년 만에 은행권으로 CEO가 돼 돌아오게 된 셈이다.
케이뱅크는 현재 업비트 효과 소멸, 대출성장 주춤,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부실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쌓여있다. 은행업 '정공법'으로 돌파할 전략이 어느 때보다 간절하다는 얘기다. 은행 주요 업무를 두루 경험한 최 후보자의 이력이 벌써부터 기대감을 모으는 이유다.
다만 '인터넷'은행이기에 그에게는 또 다른 도전이기도 하다. 케이뱅크 임추위는 최 내정자를 두고 IT와 금융, 경영, 재무 전반에 대한 이해가 높아 은행장으로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그는 BNK금융에서 디지털·IT부문장을 지낼 당시 국내 처음으로 금융사 빅데이터 플랫폼의 클라우드 전환을 주도하고, 영업점과 본점 업무에 로봇업무자동화(RPA)를 적용해 금융권 주목을 받기도 했다.
임추위 관계자는 "금융·IT·재무 전반에 다양한 경험을 갖춘 디지털금융 전문가가 국내 1호 인터넷은행 케이뱅크의 도약을 이끌게 됐다"며 기대감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