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DGB금융그룹의 차기 회장 1차 후보군(롱리스트) 선정이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 승계 절차에 대해 예년보다 매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데다 '새 인물'을 낙점해야 하는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돌입한 지난 9월 말 이후 2개월이 넘어가도록 아직 롱리스트 명단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회추위는 ▲내·외부 후보군 확정 ▲롱리스트 선정 ▲2차 후보군(숏리스트) 선정 ▲숏리스트 평가 프로그램 실시(1개월 과정) ▲최종 후보자 추천 등을 거쳐 회장 최종 후보를 낙점하는데, 5단계 중 2단계도 넘어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김태오 현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말까지로, 물리적으로는 약 4개월의 시간이 남아있다. 다만 지난 2020년 차기 회장 선정 당시 회추위가 11월 27일 숏리스트를 추리고 12월 11일 최종 후보를 선정했음을 감안하면 이전 절차보다 늦어지고 있는 셈이다.
DGB금융 관계자는 "롱리스트의 경우 이달 말에서 내년 1월 초 쯤 발표될 예정"이라며 "명단은 공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내·외부 각각 몇명인지 수준에서 밝힌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숏리스트 선정 시기 등 이후 절차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롱리스트 발표가 예년보다 한달 가량 늦어지는 데는 선정 과정을 '매의 눈'으로 바라보는 금융당국의 태세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DGB금융 회추위는 지난 9월과 10월 '후보군 구성의 투명성' '평가의 공정성'을 연거푸 강조했는데, 당시는 회추위 개최와 더불어 김태오 회장이 용퇴를 결정한 것인지에 이목이 모이던 때였다. 앞서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과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은 각각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세대교체를 위해 용퇴를 결정한 바 있다. 금융권은 이를 현 정부 들어 금융당국이 지주 회장들의 연임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며 교체 인사를 종용한 결과로 해석했다.
이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0월 말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당시 KB금융그룹 회장 선임 과정과 관련해, 후보군을 확정한 다음에 회장 자격 요건을 만든다는 지적에 대해 "누구 특정인이라기보다는 프로세스 절차의 어떤 공정성과 적정성에 대한 의견을 내고 점검을 하고 있는데 그런 관점에서 조금 개선 여지가 없는지 잘 살펴보겠다"고 언급, 금융그룹 회장 후보 '조건-확정' 과정을 이전보다 세밀하게 들여다볼 것임을 분명히 했다.
김태오 회장이 연임할 가능성이 희박한 점도 후보 확정이 늦어지는 이유로 분석된다. 김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던 3년 전과는 상황이 달라져 시간을 확보해 새 인물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김 회장은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 2020년 4~10월 캄보디아 정부에 대한 로비자금 350만달러(약46억원)을 현지 브로커에 전달한 혐의로 2021년 12월 재판에 넘겨졌다. 여신 전문 특수은행인 DGB SB를 수신, 외환, 카드 업무까지 할 수 있는 상업은행으로 바꾸기 위해서였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DGB금융이 캄보디아 정부 부동산 매입금액을 1900만달러(약248억원) 이상으로 부풀렸다며 특정경제법죄법상 횡령 혐의를 적용했다.
DGB금융은 만 67세가 초과되면 회장으로 선임 또는 재선임 될 수 없다는 내부 규정도 두고 있는데, 김 회장은 지난달로 만 69세가 됐다. 정관을 바꿔 '셀프 연임'을 하지 않는 이상 연임이 불가능하다. 지난 10월 이 원장은 "회추위가 시작된 뒤 현재 회장 연임이 가능하도록 바꾸는 것은 축구를 시작한 뒤 중간에 규칙을 바꾸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DGB금융 관계자는 "체계적으로 길게 진행하다 보니 롱리스트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선 정관변경 분위기도 감지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김 회장의 용퇴 가능성을 두고는 "(롱리스트가 확정되는) 내년 초쯤 돼야 명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