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값이 6개월 새 최고치를 기록한 28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직원이 금 현물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http://www.fetv.co.kr/data/photos/20231148/art_17011806751232_df8ece.jpg)
[FETV=권지현 기자] 지난 2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 금값이 온스(약 31.1g)당 2010달러를 넘어서며 6개월 만에 최고치를 다시 썼다. 골드만삭스는 26일 발간한 내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금의 광채가 돌아오고 있다"며 금값 강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 내다봤다.
금값이 뛰는 데는 달러 약세가 한몫했다. 통상 미국 달러 가치와 반대로 움직이는 금 가격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이 곧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달러 가치에 투영되자 가파르게 우상향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온스당 1700달러를 밑돌던 금값은 올해 1월 11일 1878.9달러로 1900달러에 육박하더니 현재는 2000달러를 돌파, 올 들어서만 최고치를 3번째 경신했다.
금값이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금으로 목돈을 굴리는 이른바 '금테크(금+재테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금 통장(골드뱅킹)'이 대표적인 금테크 상품이다. 금 통장은 금을 0.01g 단위로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어 소액투자도 가능하다. 필요할 경우 실물 인출을 할 수 있으며, 가입대상에 제한도 없다.
하지만 찾으려하면 도통 보이질 않는 것이 이 금 통장이다. 현재 금 통장을 내놓은 국내은행은 시중·지방·특수·인터넷전문 등 총 20곳 중 KB국민·신한·우리은행 3곳뿐이다.
지난 8월 시중은행 금 통장을 개설한 직장인 신모 씨(37)는 "올해 금값이 꾸준히 오르는 것을 보고 생일선물로 받은 현금을 골드통장에 넣으려 주거래은행 영업점에 일부러 시간을 내 방문했는데, 금 통장 취급은행이 아니라는 답변만 듣고 되돌아왔다"면서 "대형 은행에 실물 자산인 금 관련 투자상품이 없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금값이 연일 강세를 보이면서 금테크가 다시 활기를 찾는 모습과 달리, 국내은행이 취급하는 금 통장 수는 여전히 소수에 머물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A시중은행 한 프라이빗뱅커(PB)는 "금은 예금자보호법이 적용되지 않고 대부분 원금 보장도 안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등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은 통상 장기투자할 경우 물가상승률 이상의 수익률 가져다 줄 것이라 생각하지 쉽지만, 금 또한 시세에 영향을 받기에 원금 보장 상품이 익숙한 은행이 취급하기에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또 금융 투자 상품인 만큼 세금도 내야 한다. 이 PB는 "금 통장은 15% 이상 원천징수 하는데, 이를 감안하면 구입 당시보다 금값이 최소 20%가량 올라야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은행 금 통장은 매매차익에 대해 15.4% 세금을 부과한다. 반면 금 실물은 부가가치세 10%를 과세하며, KRX금현물과 한국금거래소 앱(센골드)을 통해 투자하면 비과세다.
금 시세는 달러로 표시되지만 금 통장 거래는 원화로 이뤄져 환율 변동성도 신경 써야 하는 점도 은행들이 금 통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데 한몫했다.
B시중은행 관계자는 "안전하다는 인식에 은행이 금 투자를 하기에 적합한 금융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편리한 거래방법이 이미 많이 나와있어 금 통장 수요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주식시장만 해도 금 상장지수펀드(ETF)·상장지수증권(ETN) 상품들이 많이 상장돼 있는데, 금 통장과 마찬가지로 세금 15.4%(배당소득세)를 내야하지만 훨씬 더 간편하게 금 투자를 할 수 있다"면서 "센골드를 통해서도 은행에서처럼 0.01g 단위로 거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