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21일 열린 취임식에서 임직원들에게 취임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 FETV DB]](http://www.fetv.co.kr/data/photos/20231148/art_17010880359849_63021f.jpg)
[FETV=권지현 기자] 양종희 신임 KB금융그룹 회장이 4년 전 제시했던 화두를 다시 꺼내들었다. 당시엔 KB금융 주력 계열사인 KB손해보험 사장으로서 '가치'를 언급했다면, 이번엔 그룹 회장 직함을 달고서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지난 21일 취임사에서 "사회, 고객, 직원, 주주, 이 모든 분들과 '함께 성장하는 가치'를 만들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가치'를 9차례 언급, 자신의 경영 방침을 분명히 드러냈다.
양 회장은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시절에도 '가치'를 강조한 바 있다. KB손보 사장이던 지난 2020년 1월, "임직원 모두 가치경영의 선도자라는 자신감을 갖고 올 한해를 고객을 중심으로 더욱 선명한 가치중심 정도 영업을 실행하자"고 언급, '영업'과 가치를 연관지으며 임직원들의 동참을 주문했다.
4년이 흘러 사회-주주로까지 가치를 지향하는 범위가 확대된 셈이다. 큰 그림을 봐야 하는 그룹 회장 직책 특성도 있겠지만, 은행권을 향한 당국의 칼날이 매서워 진 데다 주주환원을 바라보는 주주들의 눈높이가 달라진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에 금융권은 양종희 회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가치'를 투영하며 자신만의 경영 색깔을 드러낼 연말 인사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KB금융은 12월 셋째 주께 은행 등 계열사 최고경영자 인사안을 확정하고, 마지막 주 직제개편과 더불어 지주·계열사 임원 인사를 단행한다는 방침이다. 양 회장은 계열사 CEO 후보군을 추리기 위해 이달 안으로 자신이 위원장인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를 열고 대표이사 선임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KB금융 11개 계열사 중 KB라이프생명, KB데이타시스템 두 곳을 제외한 은행·증권·카드·손보 등 9곳, 10명의 CEO 임기가 다음 달 만료돼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이창권 KB카드 사장은 자리를 지킬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두 CEO 모두 2022년 1월 임기를 시작해 '2년+1년' 총 3년의 임기를 보장하는 KB금융 관행상 임기가 1년가량 남은 데다 각각 1965년(이창권), 1966년생으로 상대적으로 '젊어' 세대교체 이슈에서 비켜가 있다. 실적이 선방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다만 그룹 부회장직이 존속될 경우 1순위로 거론되는 부회장 후보들 역시 이 두 CEO이기도 하다.
KB증권은 박정림(WM부문)·김성현(IB부문) 두 대표가 5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어 쇄신이 가장 높게 점쳐지는 계열사다. 이들은 윤종규 전 회장 체제서 3연임에 걸쳐 자리를 지킨 인물인 만큼 양 회장으로선 '자기 사람'이 필요할 것이란 목소리도 있다.
두 대표 모두 용퇴보다는 연임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의 경우 증권사 최초 여성 CEO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지만, 2020년 11월 라임펀드 사태로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통보받은 점이 걸림돌이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오는 29일 박 사장에 대한 제재를 최종 확정할 예정인데, 문책경고가 확정되면 사실상 연임은 불가능하다. 김 대표는 3연임에 성공한 리더십을 갖추고도 IB수수료 수익이 올해 매 분기 하락한 점이 마이너스 요인이다.
각각 6년, 5년째 CEO직을 소화하고 있는 이현승 KB자산운용 대표와 황수남 KB캐피탈 대표 역시 물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 최상위사로 올라선 이들 금융사지만 수익성이 악화돼 경쟁력을 더 갖춰야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KB자산운용의 9월 말 기준 총자산순이익률(ROA)과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각각 17.54%, 24.16%로 전년 동기보다 1.03%포인트(p), 3.85%p 내렸다. 같은 기간 KB캐피탈은 0.47%p, 3.81%p씩 떨어졌다. 두 계열사 모두 3년째 수익성 지표가 하락 추세다.
양종희 회장이 보험 전문가인 만큼 KB손보 인사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환주 KB라이프생명 사장은 올해 초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 통합 대표이사로 취임하며 2024년 말까지 2년의 임기를 새로 보장받은 반면, 김기환 KB손보 사장은 재임 3년차로 내달 임기가 끝난다. 양 회장은 보험업계의 현황과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만큼 인사 이후에도 보험 계열사의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가능성이 높다.
양 회장 자신이 손보사 CEO 출신으로 지주 부회장으로 승진해 보험·글로벌, 개인고객·자산관리·연금을 총괄한 이력이 있기에 KB금융이 부회장직을 채운다면 김 사장이 부회장에 오를 거란 전망도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통상 그룹 수장이 새로 선임되면 계열사 CEO가 바뀔 가능성이 높아진다"면서 "KB금융 인사폭의 경우 5~6년 이상 재임한 CEO들이 교체될 것이란 전망과 (양 회장이) 임기 초반이니 이번엔 그룹의 안정을 꾀한 뒤에 이후 인사를 통해 자신의 색깔을 드러낼 것이란 관측이 공존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