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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대출' 기술금융, 문턱 높이자 4대은행서 26兆 이탈

평가 기준 강화 1년...대형은행 건수·잔액 두 자릿수 감소
기술성·신용등급 '우선'...영세 자영업자 등 대출서 '제외'

 

[FETV=권지현 기자] 국내 대형은행들이 취급한 기술신용대출 규모가 1년 전보다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9월부터 대출 대상 업종 심사를 강화하자 기술 관련성이 약하거나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기업들이 빠져나간 점이 직격탄이 된 것으로 보인다.  

 

'착한 대출'로 불리는 기술신용대출은 자본이 부족하고 신용도도 높지 않은 중소기업에 기술력을 담보로 낮은 금리로 제공하는 대출이다. 지식재산권(IP) 대출을 포함한 기술금융의 가장 큰 부분으로, 기업의 기술 혁신 전 과정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한다.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을 제외한 국내 시중·지방·특수은행 17곳은 2014년부터 모두 기술신용대출을 취급하고 있다. 은행은 중소기업이 대출을 신청하면 기술보증기금·한국기업데이터·나이스평가정보 등 기술신용평가기관(TCB)에 평가를 의뢰해 대출 여부를 결정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기술신용대출 누적 건수는 지난 9월 말 기준 37만175건으로 1년 전(48만459건)보다 11만284건(23%) 줄어들었다. 국민은행이 11만5337건으로 1년새 3만6667건 감소했으며, 우리은행은 6만7946건으로 2만3084건 줄었다. 신한은행(9만7202건)과 하나은행(8만9690건)은 작년 9월 말 10만건을 웃돌았으나 올해는 각각 2만1120건, 2만9413건 줄어 10만건을 밑돌았다.    

 

 

대출 누적액도 크게 줄었다. 4대 은행의 9월 말 기준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155조8091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182조2001억원)보다 26조3910억원(14.5%) 감소했다. 국민은행(38조1990억원)과 우리은행(36조6253억원)이 1년 전보다 각각 9조4161억원, 8조1339억원 줄어 감소폭이 컸으며, 같은 기간 하나은행(37조8540억원)과 신한은행(43조1308억원)이 4조4435억원, 4조3975억원 줄어들었다. 이들 은행 4곳은 작년 9월 말 모두 40조원 이상을 기술신용대출로 보유했지만 이번 감소세로 신한은행만 유일하게 40조원을 넘어서게 됐다. 

 

기술신용대출의 건수·누적액이 1년새 크게 줄어든 데는 금융당국이 관련 가이드라인을 강화, 대출 문턱을 높인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당국은 지난해 9월부터 금융지원이 가능한 기업들이 대출 지원 대상으로 선정될 수 있도록 사전선별을 강화했다. 사전선별을 거친 기업을 대상으로 사업재편 종합지원센터에서 재무상황을 파악하고 한계기업 여부, 자본잠식 등 결격사유 해당여부를 판단한다. 결격사유 심사를 통과하면 TCB가 기술성과 사업성 여부를 판단한 뒤 대출을 내준다. 

 

당국으로선 자원과 대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내놓은 방안이었다. 하지만 이전보다 깐깐해진 대출 조건은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기업과 기술 연관성이 적은 단순 도·소매업, 임대업 관련 영세 기업들을 기술금융 지원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비닐우산에 넣는 철심을 만드는 영세 기업에게도 기술금융 우대금리로 대출을 해줬지만, 최근에는 신사업 진출 타당성, 신규 투자자 확보여부 등 기준이 강화돼 이런 차주들이 대출 조건을 만족하지 못해 기존 대출을 연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고금리 장기화에 경기둔화까지 이어지면서 신규 차주 유입이 줄어든 탓도 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신규취급액 기준 9월 중소기업의 예금은행 대출금리는 5.34%로 8월(5.24%)보다 0.10%포인트, 전년 동기(4.87%)보단 0.47%p 올랐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금리 상황이 길어져 신규 대출에 부담을 느낀 중소기업들이 늘어난 것도 기술신용대출 실적이 예년만 못한 원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