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심준보 기자]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잇따라 무료 수수료 정책과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시장점유율 1위 업비트를 제외한 나머지 2~5위 거래소들 간의 출혈 경쟁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3일 암호화폐 투자 업계에 따르면 빗썸, 코빗에 이어 고팍스는 최근 비트코인, 이더리움, USDC, 리플에 대한 거래 수수료 무료 및 출금 수수료 인하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국내 5대 원화 가상자산거래소 중 업계 1위 업비를 제외하면 무료 수수료 정책을 전개하지 않는 거래소는 코인원뿐이다.
이와 관련 코인원 관계자는 "관련한 논의가 진행 중이나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라고 밝혔다.
고팍스 측은 기존에도 출금 수수료 등에 강점이 있는 거래소였다며 이번 무료 정책에 대해서는 이전부터 내부적으로 준비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번 정책은 수수료, 콘텐츠 등 다양한 이유로 고팍스 이용을 중단하거나, 아직 해보지 않은 이용자에 거래소 이용 경험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수수료 무료의 시작을 알린 것은 빗썸이었다. 빗썸은 지난 8월 창립 10주년을 기념해 일부 가상자산을 대상으로 이벤트를 시작하며 종료 기한도 정해놓지 않았다. 그러나 점차 무료 대상 가상자산을 늘려 10월에는 전체 가상자산으로 확대했다.
코빗은 빗썸이 이벤트를 시작한 지 약 두 달 후인 지난 10월 20일부터 무료정책을 폈고 고팍스는 4일 후인 24일 무료 이벤트를 공지했다. 정책은 점유율 변화로 이어졌다. 지난 1일 기준 국내 5대 가상자산거래소의 시장 점유율은 ▲업비트 71.19% ▲빗썸 24.64% ▲코인원 3.29% ▲코빗 0.72% ▲고팍스 0.14% 순이었다. 빗썸, 코빗, 고팍스 모두 정책 시행 전 대비 점유율이 각각 12%, 0.5%, 0.11% 늘었다.
이처럼 암호화폐 거래소 간 출혈경쟁이 심화되는 이유로는 곧 출시될 가상자산 ETF(상장지수펀드) 승인 전 상승장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가상자산 시장은 변동성이 큰 데다가 24시간 거래방식으로 안정성이 떨어지는데 ETF를 통해 주식시장에 편입된다면 기간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비트코인 반감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점도 암호화폐 상승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비트코인 반감기는 약 4년을 주기로 비트코인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을 말한다. 채굴 보상이 줄면 시장 물량이 줄어들고 암호화폐 대장격인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하면 전체 가상시장 가격도 상승한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지난 2012년, 2016년, 2020년 반감기마다 상승장을 맞았었다.
거래소들의 장기적인 관점도 출혈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현재 거래소의 주 수입원은 거래수수료지만 기본 거래량이 뒷받침 돼야 신규 가상자산 추가, 팬 토큰, NFT(대체불가능토큰), 파생상품 판매 등 다른 사업 전개 시에도 힘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거래소의 이러한 무료 수수료 정책은 1년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코인업계 한 관계자는 "암호화폐 거래소는 거래수수료가 대부분의 수입을 차지하는데 현재 업계 사정이 지 않아 1년을 넘기지 못할 것으로 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정책의 효과도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으로 일부 거래소의 경우 현금 보유량 등을 감안하면 6개월을 넘기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책을 가장 먼저 시행한 빗썸의 경우 한때 30%를 넘보는 점유율 상승을 이끌어냈으나 최근 다시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아울러 코빗과 고팍스도 초반 성과를 본 뒤 점진적으로 하락하는 비슷한 양상을 나타냈다.
국내 웹 3 블록체인 컨설팅 업체 디스프레드는 "수수료 무료 정책이 장기적으로 거래소를 성장시킬 정책인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으며, 한국 투자자들이 거래소를 선택하는 기준이 수수료의 유무 여부에만 있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라고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