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들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모습. [사진 연합뉴스] ](http://www.fetv.co.kr/data/photos/20231042/art_16974151834189_834306.jpg)
[FETV=권지현 기자] 국내 은행권의 외화 '조달지도'가 넓어지고 있다.
그간 주로 미국과 몇몇 유럽국가에서 채권을 발행한 은행들이 호주, 스위스, 대만 등으로 조달 전략 선택지를 확장하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유로존 경제 불확실성에 더해 최근 부각된 중동지역 리스크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지속되자 기존 영역에만 의존해서는 매년 필요한 자금을 효율적으로 조달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12일 대만에서 5억달러(약 6775억원) 규모 달러화 표시 포모사본드를 발행했다. 포모사본드는 대만 자본시장에서 외국 금융회사나 기관이 대만달러가 아닌 다른 국가 통화로 발행하는 채권을 말한다.
5년 만기 변동금리 채권으로, 금리는 미국 무위험지표금리(SOFR) 금리에 1.08%포인트(p)를 가산한 수준으로 결정됐다. SOFR는 미국채를 담보로 하는 1일물 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 데이터를 기반으로 매일 산출된다. 신한은행이 포모사본드 발행에 성공한 건 2020년 4월 이후 3년 6개월만, 은행권 전체로는 산업은행 3억달러 규모 발행 이후 3개월 만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당초 3억달러를 발행할 계획이었는데 역내외 투자자들의 수요가 예상을 뛰어넘어 5억달러 규모로 진행됐다"면서 "일반적인 글로벌채권 대비 0.1%p 이상 금리를 낮춰 조달비용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지난 7월 스위스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스위스 프랑화(CHF) 표시채권 2억(약 2.3억유로)을 발행했다. 올해 첫 한국계 CHF 선순위 채권으로, 산은은 국내 은행권 처음으로 4년 연속 스위스 시장에 진입해 연례 발행자 지위를 강화했다는 점에 무게를 뒀다. 3년 만기 고정금리채로, 스왑 후에는 SOFR 금리에 0.79%p를 가산한다.
산은 관계자는 "이번 발행으로 스위스와 같은 틈새 로컬시장에서도 우량등급 한국물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재확인했다"면서 "미국 달러화 직접조달에 비해서도 금리 경쟁력 있는 외화자금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비슷한 시기 수출입은행은 8.5억호주달러(약 5.8억달러) 규모의 캥거루본드를 발행했다. 캥거루본드는 호주 자본시장에서 외국기관이 발행하는 호주달러화 표시 채권을 말한다. 올해 첫 은행권 발행으로, 한국 발행사가 발행한 캥거루본드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이며 투자자 수도 55개로 가장 많다. 5억호주달러는 3년 만기에 고정(5.162%)·변동(호주단기금리(BBSW)+0.85%p) 금리로 발행됐으며, 5년 만기인 3.5억 호주달러는 BBSW에 1.0%p를 가산한 수준으로 금리가 결정됐다.
수은 관계자는 "최근 호주 채권시장의 단기물 선호 현상을 포착해 일반적으로 수요가 많은 5년 만기 외에 3년 만기를 추가한 점이 다양한 투자자군의 참여를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지방은행인 BNK부산은행은 지난달 600억원 규모로 녹색채권을 발행, 지방 금융사 조달 선택지를 확장했다. 녹색채권은 친환경 프로젝트에 사용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된 채권으로 친환경 사업,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 녹색산업과 관련된 용도로만 사용이 한정돼 있다.
올해 발행된 은행권 첫 녹색채권으로, 그간 은행들은 사회적채권, 지속가능채권 등 다른 ESG채권은 해마다 수차례씩 발행해 왔지만 녹색채권은 그 중요성에 비해 관심을 두지 않았다. 여러 기준을 충족해야만 발행할 수 있는 데다 환경 개선 효과 등에 대해 연 1회 이상 한국거래소에 정기보고를 해야 하는 등 검증 역시 까다롭기 때문이다. 부산은행은 이번 채권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을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이차전지 장비 제작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활용할 계획이다.
김청호 부산은행 자금시장본부장은 "이번 녹색채권 발행으로 온실가스 감축, 순환경제 활성화 등 실질적인 환경개선 효과가 창출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