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박제성 기자] LG화학 신학철 부회장이 중국발(發) 석유화학 사업 속 악재에도 경영리더십에 우수한 점수를 받고 있다. 올해 상반기 석유화학업계의 해당 사업은 그야말로 우울 모드를 겪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LG화학도 예외는 아니다. 2분기 LG화학의 석유화학 사업성적은 매출 4조5589억원, 영업손실 127억원을 기록했다. 해당 사업이 의미하는 것은 팔면 팔수록 손해를 겪은 셈이다. 이럴수록 신 부회장은 사업다각화와 과감한 투자를 앞세워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신 부회장은 화학업계에서 노련한 CEO로 통한다. 글로벌 미래신수종 호황 산업인 전기차(EV)용 배터리소재 사업을 앞세워 석유화학 사업의 부진을 메꿔주고 있기 때문이다. 신 부회장은 배터리소재 등 첨단소재 부문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내세우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중국 화유코발트와 모로코에 LFP(리튬, 인산, 철) 배터리용 양극재를 2026년 양산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 양극재는 연 5만톤 규모로 북미에 공급하게 된다.
이뿐 아니다. LG화학의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 사업에서 승승장구를 해준 덕분에 연결 재무재표로 고스란히 반영됐다. LG에너지솔루션의 2분기 성적은 매출 8조7735억원, 영업이익 4606억원으로 집계됐다. 신 부회장 입장에선 자식 농사 잘 키운 바람에 부모도 함께 훈훈한 가족애(愛)를 발휘하고 있는 모습이다.
LG화학은 배터리 핵심소재인 양극재(배터리 전압크기 결정)와 분리막(양극재와 음극재 접촉막아 화재 예방) 사업인 첨단소재 부문을 앞세워 1846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45% 감소했지만 석유화학 사업보단 확실히 호성적을 기록했다. 같은기간 전체 영업이익은 6156억원으로 전년대비 30% 가량 감소했다. 원인은 중국발 석유화학 부진 때문인데 그럼에도 배터리소재 사업 덕분에 이만큼의 성적을 거둔 셈이다.
화학업계에서 신 부회장의 경영성적의 A학점을 주는 이유도 이러한 점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 뿐 아니다. 올 상반기 현금성자산도 전년동기와 비교해도 우수한 성적표를 받고 있다. 상반기 현금성자산은 6조8461억66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전체 8조4978억8200만원이였던 점을 감안했을 때 올해 더 좋은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투자활동 현금흐름도 작년 4분기보다 적극적이다. 1분기 투자활동 현금은 -4조772억원, 2분기는 -2조751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4분기(1조5420억원) 대비 공격적인 투자를 전개한 것이다.
신 부회장은 올해 글로벌 고(高)금리 등 금융 경기가 녹록치 않음에도 양극재 공장 확대, 바이오 연료공장, 탄소나노튜브(CNT) 등의 과감한 통 큰 투자를 통해 중장기적인 캐시카우(수익창출)를 도모하고 있다. 통상 투자현금 흐름이 마이너스면 공장 건설, 생산시설 확대, 타 기업 지분 취득 등의 현금 유출을 뜻한다. 반면 플러스일 경우에는 생산장비나 공장 부지 등 자산을 처분해 현금이 유입된 것을 의미한다.
신 부회장은 올해 5월 양극재 캐파(생산능력)를 2028년까지 47만톤까지 기하급수적으로 늘린다고 밝혔다. 강소화학 기업인 코스모신소재와 3308억원 규모의 양극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원래부터 코스신소재는 LG에너지솔루션에 양극재 관련 소재를 공급했다. 작년에는 중국의 화유코발트 자회사인 B&M과 양극재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LG화학이 지분 51%, B&M이 49%의 지분을 각각 확보키로 했다. 2025년까지 5000억원 규모를 투자한다. 이 양극재는 프리미엄 전기차용 배터리 NCMA(니켈,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 양극재 전용 라인으로 구축된다. 내년 하반기부터 6만톤 규모로 양산에 들어간다.
신 부회장은 분리막 사업도 적극적이다. 일본의 도레이와 헝가리 현지에 8억 스퀘어미터 규모의 분리막 공장을 짓고 있다. 이 공장에만 약 4400억원 가량의 투자금이 투입됐다. 신 부회장의 2030년 매출 목표는 뚜렷하다. 30조원 규모로 성장시키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지난 5월 해외 기관 투자자 대상으로 열린 뱅크오브아메리카 주관 ‘코리아 & 글로벌 전기차·이차전지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
신 부회장은 배터리소재 뿐만 아니라 혁신 신약, 디지털 전환(DX), 친환경 소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서 기조연설 신 부회장은 이같은 관련 포부를 밝혔다. 그는 “LG화학은 지난 4년간 뼈를 깎는 노력으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혁신, DX(디지털 전환) 기반의 비즈니스 프로세스 구축, 글로벌 4대 권역에 현지 역량 확보 등 경영 체제 전반의 혁신을 거듭해 왔다”고 말했다. 신 부회장은 이어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틀을 완성하고, 전지 소재·친환경 소재·혁신 신약이라는 3대 핵심사업을 보유한 글로벌 과학기업으로 대전환을 가속화 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