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픽사베이]](http://www.fetv.co.kr/data/photos/20230937/art_16946500244166_effb2d.jpg)
[FETV=권지현 기자] 올해 개인투자자의 채권 순매수 규모가 27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상 최대치로, 주식시장에 이어 채권시장에서도 개인투자자(개미)의 위상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개인들의 대규모 매수세에 기관투자가들이 개인 수요를 따라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4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9월 13일 기준) 장외 채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는 26조7983억원어치 채권을 순매수했다. 채권 유형별 순매수액 규모는 국채가 9조833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회사채(7조294억원), 은행을 제외한 금융사 채권인 기타금융채(5조7595억원), 은행채(3조634억원)가 뒤를 이었다. 특수채와 ABS(자산유동화증권)도 각각 8923억원, 4826억원 순매수했다. 개인투자자에는 개인들을 포함해 지방 금고, 신협 및 농협 협동조합 등 서민금융기관이 포함된다.
이번 개인 채권 순매수 금액은 '역대급' 규모다. 최근 5년간 개인투자자 채권 순매수 규모를 살펴보면, 2019~2021년 동안은 매년 4조원 안팎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고금리 바람을 타고 채권 투자에 대한 관심이 급증, 개인투자자들이 채권을 20조6113억원어치 순매수 하더니 올해는 3분기가 채 지나기도 전에 순매수액 26조원을 넘겼다.
2년 새 6배 가량 급증한 것으로, 은행·자산운용사·보험사·국가(지자체)·외국인 등을 포함한 채권시장 전체 투자자 가운데 가장 가파른 증가폭이다. 작년 이후 지속된 금리 불확실성과 예년보다 부진한 발행, 운용 손실, 기관들의 투심 저하 등을 고려하면 채권 투자자 중 개인의 존재감은 그 어느 때보다 두드러졌다는 분석이다.
![개인투자자 채권 순매수 규모(단위: 원). [자료 금융투자협회] ](http://www.fetv.co.kr/data/photos/20230937/art_16946469713728_ceba9f.png)
개인 채권 투자가 급증한 데는 '안정성'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상기에 채권 금리도 덩달아 뛰면서 상대적으로 위험 자산인 주식 투자를 망설이는 투자자들이 채권으로 눈을 돌렸다는 얘기다.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국채의 경우 3년물은 2021년 말 1.80%로 1%대였으나, 지난 7월 말 3.68%를 기록하더니 이달 12일 3.86%를 기록했다. 국채 10년물은 지난해 말 3.73%에서 이달 12일 3.97%로 4%에 육박했다. 회사채(3년물·AA-) 금리도 많이 올랐다. 2021년 말 2.41%이던 금리는 지난 8월 말 4.48%로 뛰더니 이달 12일 기준 4.62%를 기록했다. 이는 3%대 중반 수준인 제1금융권 예·적금 금리보다 높다.
쉬워진 채권 투자도 개인투자자들을 끌어들였을 가능성이 높다. 증권사들은 개인들을 잡기 위해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에서의 채권 매매 편의성을 높였다. 현재 대부분의 증권사 MTS에서 회사채와 신종자본증권을 사고 팔 수 있으며, 일부 증권사에선 해외 회사채도 매매가 가능하다.
개인투자자들의 채권 투심이 높아진 덕분에 시장 영향력도 크게 달라졌다. 원래 채권 시장에서 리테일(소매)은 규모가 작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지난해 이후 개인 순매수 규모가 급격히 커지다보니 개인 매수 흐름이 기관들 수요에 영향을 미치고 시장 분위기를 형성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 채권시장에서 은행과 함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자산운용사의 경우 올해 순매수액 113조6161억원을 기록, 지난해 전체보다 5조2747억원을 더 사들였다. 새마을금고가 포함된 '종금·상호'의 경우 순매수 금액이 지난해 11조1301억원에서 올해는 7조871억원이나 더 늘었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달 들어 고금리 기조에 계절적 비수기까지 겹치며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에 부담을 느끼면서도 리테일 물량을 염두에 두는 모습"이라며 "금융사 후순위채에도 개인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은 개인들의 채권 순매수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 시장에서 유통되는 채권들은 대부분 우량채들로 사실상 위험도는 낮은 편"이라며 "웬만한 대형 은행 예·적금 기본금리보다 수익성이 좋고, 국고채 금리의 경우 미 연준 긴축기조 장기화 기대 등으로 상승 여력이 남아 있어 개인투자자들에게 여전히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