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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출장 나서는 금융지주 회장들, 이번엔 '5% 주주' 숙제 풀까

내달 IMF-WB 총회 앞두고 해외NDR 박차...진옥동·임종룡 '데뷔' 무대
부진한 주주환원에 마진 둔화·배당 압박...'K-금융' 세일즈 결과 주목

 

[FETV=권지현 기자] 내달 국내 4대 금융지주 회장의 해외 출장이 예고된 가운데, 이들이 해외 설명회(NDR) 등을 통해 글로벌 투자자들의 마음을 잡아 '기업가치 제고'라는 보따리를 들고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예년보다 금융업 환경이 녹록지 않고, 해외 주주들에게 줄 선물이 마땅치 않다는 점은 부담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내달 10~15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IMF-WB 총회는 1년에 두 번 4월과 10월에 개최되는 글로벌 국제 금융 행사로,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와 주요20개국(G20)재무장관회의 등이 함께 열린다. 정부·공공기관 대표와 함께 민간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해 글로벌 금융계 인사들과 교류해왔다. 

 

코로나19 팬데믹 전환으로 지난해 10월부터 대면 참석으로 바뀌었는데, 4대 금융 회장들은 IMF-WB 총회에 맞춰 해외 NDR을 진행해 해외 주요 투자자들을 직접 만날 계획이다. 총회 일주일 전 출국해, 미국 뉴욕·영국 런던 등 주요 국제 금융도시를 돌며 글로벌 투자자들을 만난 뒤, 워싱턴으로 향하는 일정이 논의되고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진옥동 회장이) IMF-WB 총회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며, 우리금융 관계자는 "(임종룡 회장이) IMF-WB 총회 참석 요청을 받은 상태"라고 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함영주 회장이) 내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과 영국 런던 등 유럽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해외 출장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지난 8일 양종희 부회장이 새 회장 후보로 낙점된 만큼 내달 해외 행보를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해외 순방은 금융지주 회장에게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자리다. 올해 취임한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이번 IMF-WB 총회가 데뷔 무대로,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그룹뿐만 아니라 자신의 이름·얼굴도 알려야 한다. 

 

4대 금융 중 한때 외국인 투자자 지분을 가장 많이 가졌던 하나금융의 함영주 회장은 글로벌 투심을 다시 잡아와야 한다. 12일 기준 하나금융 외국인 지분율은 68.06%로, KB금융(72.86%)에 4.80%포인트(p) 뒤처져있다. KB금융 새 수장은 내년 4월 IMF-WB 총회까지 확보된 시간 동안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보여줄 그룹의 가능성을 준비해야 한다.   

 

 

4대 금융 모두에게 중요한 시간이지만, 이번 해외 순방이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올해 초 금융지주들은 지난해 연간 실적을 발표하며 배당 등 주주환원 확대를 약속했지만 보통주자본(CET1)비율 조건도 함께 내건 탓에 주주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하는 수준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금융사의 성과를 평가할 때 당기순이익 외에 배당 수익까지 더한 총주주환원율을 따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외 주주들의 마음을 얻을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얘기다.    

 

지난 12일 기준 주요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절반인 두 곳(신한·하나)은 최근 6개월 주가 수익률이 코스피 수익률(5.93%)을 밑돌았다. 신한금융은 12일 3만6000원을 기록, 6개월 전(3월10일)보다 0.56%(200원) 올랐으며, 하나금융(4만650원)은 같은 기간 도리어 3.79%(1600원) 떨어졌다. 여기에 외국인 주주들은 최근 1년간 원화가치가 4.32%가량 하락해 생긴 환손실까지 떠안아야 한다.  

 

주택 시장, 경기 불안정성 등으로 가계·기업대출 부문에서 마진도 기약할 수 없는 데다 대손준비금 등 새로운 규제가 예고된 상황이라는 점도 금융지주 회장들의 어깨를 무겁게 한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은행권에 대한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 도입 막바지 작업에 들어갔는데, 특별대손준비금은 이익잉여금 중 일부를 배당재원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외시켜 이 제도가 실행되면 배당이 더 줄어들 수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내세울 카드가 마땅치 않지만, 금융지주 회장들의 이번 해외 순방이 중장기적으로 '지분 5% 이상 주주' 확보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현재 KB금융은 JP모건(6.37%)과 블랙록(6.02%)이 글로벌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렸지만, 이들은 각각 5년, 2년 6개월이 지나도록 추가로 KB금융 주식을 사들이지 않고 있다.

 

신한지주는 블랙록(5.61%)만이 글로벌 주요 주주이지만 역시 5년 동안 블랙록의 추가 매수가 없는 상황이며, 하나금융은 올 초 캐피탈그룹(5.47%)을 5% 이상 주주로 새로 맞았으나 캐피탈그룹은 지난달 하나금융 지분을 0.08%p 줄였다. 우리금융은 올해 1월이 돼서야 처음으로 5% 이상 주주 목록에 블랙록(5.07%) 이름을 올렸다.  

 

한 증권사 금융 담당 연구원은 "신한지주와 하나금융은 주가 부양책과 신사업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물음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KB금융의 경우 은행을 넘어서는 비은행 부문 강화 전략과 새로 지휘봉을 잡을 최고경영자의 비전 등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