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현지시간) 독일 서부 노르트라인베르트팔렌주공업도시 하겐의 화물역에 퍼업으로 열차들이 멈춰서 있다. '유럽의 성장 엔진'으로 불렸던 독일 경제는 올해 성장률이 -0.3% 뒷걸음질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 AFP 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30936/art_16939589051571_4f266e.jpg)
[FETV=권지현 기자] 독일 부동산발(發) 리스크가 촉발된 가운데, 국내 대형 은행이 보유한 독일 금융시장 연계 자금이 1조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실제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현지 위험가중자산도 5300억원에 달했다. 미국·중국·캐나다 관련 자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규모지만 유럽 최대 경제강국 독일이 경기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에 '예기치 못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개 은행의 독일 내 익스포저(위험노출액)와 위험가중자산은 총 1조619억원으로 집계됐다.
'익스포저'는 금융사의 자산에서 특정 국가나 사업과 연관된 금액이 어느 수준인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받기로 약속된 대출이나 투자 금액 등 연관된 모든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대 손실 금액을 가리킨다. '위험가중자산'은 대출금이나 유가증권 등 금융사가 보유한 자산을 각각의 위험성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한 값이다.
익스포저의 경우 하나은행이 2761억원으로 규모가 가장 컸다. 이어 신한은행(1340억원), 국민은행(854억원), 우리은행(369억원) 순이었다. 이들 은행의 독일과 연결된 위험가중자산 역시 하나은행이 2376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신한은행(1296억원), 국민은행(1279억원), 우리은행(344억원)이 뒤를 이었다.
![4대은행 독일 관련 익스포저 및 위험가중자산(6월 말 기준, 단위: 억원) [자료 각 사] ](http://www.fetv.co.kr/data/photos/20230936/art_16939597383283_2073b2.png)
문제는 최근 독일 부동산개발업체들이 줄줄이 파산하면서 1조원을 넘긴 국내 은행의 독일 연계 자금이 금융사에 실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현재 독일에서는 긴축(금리 인상)에 따른 자금조달 비용 증가와 건축 자재값 상승, 노동력 부족, 신규 개발 수요 둔화 등으로 부동산개발업체들이 잇달아 문을 닫고 있다. 뒤셀도르프에 본사를 둔 게르히와 센트룸그룹, 뮌헨의 유로보덴, 뉘른베르크의 프로젝트이모빌리엔그룹 등 여러 부동산개발업체가 최근 몇 주 사이에 파산 신청을 했다. 보노비아, 어라운드타운 등 대형 임대업체들은 부동산 포트폴리오를 대폭 축소한다고 발표했다. 시장에서는 부동산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큰 빚을 진 부동산업체들이 추가로 문을 닫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건설업은 독일 국내총생산(GDP)의 12%를 차지하며 100만명을 고용하는 경제의 핵심 축 중 하나다. 하지만 이번 여파로 독일이 주요 7개국(G7) 중 올해 유일하게 경제가 역성장하는 나라가 될 거란 전망마저 나온다. 지난 4일(현지시간) 독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독일 GDP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0.2%에 머물렀다. 작년 4분기(0.3%), 올해 1분기(-0.2%)에 이어 내리막이다.
부동산 경기가 점차 회복될 경우 만기를 늘리는 것이 익스포저 해소 방안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국내 금융사의 최종 손실 규모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경기가 이렇다 할 출구 방법을 찾지 못한 채 만기만 늘리면 이자 부담이 커지고 사업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독일 정부는 최근 경기 부양을 위해 연간 70억유로 규모의 법인세 감면 패키지를 통과시키면서 부동산 부문 대책도 내놨지만 효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독일 킬 세계경제연구소 모리츠 슐라리크 소장은 지난 3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10~15년간 이어진 독일의 부동산 호황이 막바지에 이르렀으며, 기존의 자금조달 방식이 한계를 맞았다"면서 "정부가 독일의 취약한 경제를 부양하는 데 도움이 될 대규모 주택 건설 프로그램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의 독일 관련 자본이 높은 수준이 아니어서 현지 경기 부진이 미칠 영향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다만 최근 중국에서도 부동산 리스크가 촉발한 만큼 해외 익스포저 손실이 현실화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관련 자본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