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진태 기자] 대한항공이 마일리지 한도와 사용처를 확대하고 있다. 회계상 부채로 잡히는 만큼 재무부담을 덜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다만 일부 고객들 사이에선 마일리지로 좌석을 구하기 어려워 활용가치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달 이후 현재까지 2차례에 걸쳐 마일리지 제도를 일부 변경했다. 고객들이 마일리지를 더욱 원활히 사용할 수 있도록 보너스 좌석공급을 늘리고 기내면세품을 마일리지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달엔 기존에 사용할 수 있던 마일리지의 한도를 20%에서 30%로 10%(p) 늘렸다.
대한항공이 이처럼 마일리지 사용처와 한도를 늘리는 것을 두고 업계 일각에선 재무건전성 때문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마일리지는 회계상 이연수익이라는 부채로 계상되기 때문이다. 마일리지를 사용하지 않으면 그대로 부채에 남아 재무건전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마일리지를 사용할 경우 부채에서 수익으로 전환된다. 대한항공이 마일리지 사용처와 한도를 늘리는 이유다.
실제로 대한항공의 이연수익을 살펴보면 지난 2018년 당시 2조100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기준 2조5000억원을 웃돌았다. 이 기간 대한항공의 부채가 22조원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전체 부채에서 이연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10%대에 달한다.
문제는 이연수익의 부채 비중이 점차 늘고 있다는 점이다. 10%대에 육박하던 이연수익의 부채비중은 올 2분기 기준 12%대를 기록하며 5년 새 2%(p) 가까이 증가했다. 여기에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효과로 대한항공의 이연수익은 지속 증가될 것으로 관측되는 점도 대한항공이 마일리지 사용처와 한도를 늘리는 이유로 풀이된다.
대한항공이 마일리지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골몰하고 있지만, 여전히 불만스럽다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따르면 대한항공을 이용하는 한 고객은 마일리지 활용가치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이 고객은 “적립 마일리지로 좌석 구하는 난이도도 극악인데, 다른 활용 방법이 없다”며 “물건 사는 것도 아깝고, 좌석 승급하면 호갱”이라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항공마일리지로 좌석을 업그레이드하기보다 차라리 처음부터 비싼 좌석을 구매하는 편이 가성비가 낫다는 주장이다.
지방에 거주하는 소비자들은 “마일리지 한 번 쓰려면 인천이나 서울 올라가는 돈도 들여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지방출발 마일리지 이용 가능 항공편은 극히 적다. 미주·유럽 지역 장거리 항공편은 거의 없고 아시아권만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항공사 측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정책마다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지만, 항상 목소리를 내는 쪽은 피해를 입었거나 불만이 있는 쪽”이라며 “항공마일리지 정책의 장점도 분명 많지만 부각되지 못한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대한항공 다른 관계자도 “이번에도 ‘캐시 앤 마일즈’처럼 좋은 방향으로 개선된 정책도 있지만, 보너스 항공권 현장 제한 정책 등 불만스러운 부분만 주목받고 있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설명했다. 캐시 앤 마일즈는 항공권을 마일리지와 현금을 섞어 결제할 수 있는 복합 결제 서비스로, 마일리지 이용 한도가 이번에 기존 운임의 20%에서 30%로 상향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