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김진태 기자] HD현대의 현금흐름이 1년새 건강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으로 벌어들이는 돈은 지출에서 유입으로 전환한 데다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서다. 고금리 기조에 따른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채무 상환에 나서면서 곳간도 더욱 풍족해진 모습이다. 올해 초 새로운 집을 마련한 HD현대가 선순환 구조를 갖추는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재도약을 이룰지 관심이 쏠린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HD의 현금 흐름이 빠른 속도로 달라지고 있다. HD현대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보면 지난해 1분기에만 해도 1조551억원의 현금이 빠져나갔지만 올해 1분기엔 1조1173억원의 현금이 유입됐다. 영업으로 벌어들인 돈보다 빠져나갔던 돈이 더 많았던 HD현대가 1년 만에 확 바뀐 셈이다.
HD현대는 영업에서의 현금흐름뿐만 아니라 투자와 재무에서의 현금흐름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통상 투자와 재무의 현금흐름은 현금유입보다 지출이 더 많을 때 기업가치에 좋은 영향을 준다고 해석한다.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에는 보유 중인 핵심 자산의 매각이나 사업 확장을 위한 시설 구매 등이 포함된다. 시설을 구매하면 그 구매금액만큼 현금 지출이 늘고 보유 시설을 매각하면 매각 비용만큼 현금이 유입되는 것이다.
HD현대의 투자활동 현금흐름을 보면 작년 1분기엔 3조5686억원의 현금이 유입됐고, 올 1분기엔 2807억원의 현금이 빠져나갔다. HD현대가 작년 1분기엔 보유 중인 자산을 매각해 수조원의 현금이 들어왔지만, 올해엔 투자를 늘리면서 현금이 빠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투자활동 현금흐름의 세부 항목을 살펴보면 유형자산의 취득이 대폭 늘었다. 이 기간 HD현대가 유형자산에 쓴 돈은 2996억원에서 3957억원으로 10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무형자산도 2배 가까이 늘어난 229억원을 기록했다. 무형자산의 대표 항목으로는 특허권이 있다.
재무활동 현금흐름에서도 긍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HD현대의 재무활동 현금흐름을 보면 이 기간 1조8694억원에서 308억원으로 98.3%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재무활동으로 인한 현금의 유입이 90% 넘게 깎인 셈인데도 긍정적으로 보는 것은 재무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 채무와 연관돼 있어서다.
통상 재무활동 현금흐름은 은행에 빚을 져서 대출을 받는 경우에 현금의 유입이 늘어나고 대출금을 상환하면 현금 지출이 커진다. 기업이 사업을 진행할 때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순 없다. 하지만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채무 상환에 나섰다는 것은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신호로 읽힌다.
금리가 높아지면 이자 부담이 커지는 만큼 유동성이 풍부한 기업은 채무 상환에 나서 이자 비용을 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HD현대의 단기금융부채 상환 금액은 이 기간 1조원 넘게 증가했다. 또 단기금융부채의 증가 폭도 줄었다. HD현대가 이자 부담이 높은 단기부채 줄이기에 나선 셈이다.
HD현대의 현금흐름이 좋아지면서 곳간도 풍족해지는 모양새다. HD현대의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을 보면 이 기간 5조6548억원에서 6조4066억원으로 1조원 가까이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영업으로 벌어들인 돈이 많아지면서 좀 더 여유로운 상황에서 채무를 상환한 것이 다시 현금을 늘리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영업과 투자, 재무 등 기업의 현금흐름이 좋아진다는 것은 양손에 꽃놀이 패를 쥔 것과 다르지 않다”며 “HD현대가 넉넉한 현금을 바탕으로 재도약을 이룰지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