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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은 가지찜을 좋아해"...금융지주 수장 단골 식당 보니

신한 진옥동 '소소한 풍경', 우리 임종룡 '평동집' 등 찾아

 

[FETV=권지현 기자] "오시면 주로 가지찜을 많이 드시는데 우리 가게의 시그니처(대표) 메뉴입니다. 부행장 시절부터 오셨으니 꽤 오래됐네요."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위치한 퓨전 한식 코스요리 전문점 '소소한 풍경' 사장은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내정자를 이렇게 기억하고 있다. 진 내정자가 2017년 1~3월 신한은행 부행장을 지냈으니 6년째 단골손님이다.

 

국내 금융지주 회장님들의 단골 식당은 어디일까. 진옥동 내정자의 '픽'은 종로구 자하문로40길에 위치한 소소한 풍경이다. 이 곳에서는 김치 밀전병, 훈제 한방 오리구이, 마늘 새우구이, 수제 양갱 등 10~12가지 요리와 디저트를 맛볼 수 있다.

 

이중 가장 인기 메뉴는 '가지찜'으로, 메뉴판을 보던 기자에게 식당 아주머니는 "가지찜 맛을 안보면 후회할 정도"라고 귀띔했다. 진 내정자 역시 가지찜을 즐겨 찾는다고 한다. 그는 은행장 연임 이야기가 한창 오가던 지난해 늦가을에도 이 식당을 찾았다.

 

4년간 신한은행장을 지낸 진 내정자는 이달 23일 주주총회를 거쳐 신한금융 회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금융권 '상고 신화'로 유명한 그는 1986년 신한은행에 입행해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오랜 기간 구력을 쌓았다. 2017년 신한은행 부행장으로 승진한 뒤 본격 '후계 구도'에 올랐다. 이듬해인 2018년 금융지주 부사장, 다시 1년 뒤 은행장으로 취임했다.

 

 

진 내정자와 직원들의 방문이 잇따르자 식당 주인은 아예 신한은행 마스코트 피규어와 로고 깃발 장식을 만들어 신한 예약이 있는 날 디저트와 함께 내놓기 시작했다. 맛과 '서비스'가 입소문을 타면서 다른 기업 전현직 임원들도 이 식당을 찾기 시작해 지금은 미래에셋증권과 현대해상, KT, 한화 등의 로고 스티커가 준비돼 있다. 지난 16일엔 조웅기 미래에셋증권 부회장이 소소한 풍경을 찾았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서울 여의도 본사 인근에 위치한 식당에서 김치찌개를 즐겨 먹는다. 임직원들과 이 곳에서 편하게 드는 점심을 좋아한다. 지난 2014년 11월부터 KB금융 회장을 지낸 윤 회장은 이후 얼굴이 많이 알려지자 얼마 전부터 방문 대신 포장을 선택했다고 한다. 주변에 불편을 끼칠까 우려한 것이다. 이 식당 밥이 생각나는 날은 포장을 해와 사무실에서 점심 식사를 해결하기에 김치찌개보다 '국물 염려가 적은' 김치찜을 먹는다.

 

'금융권 소식좌' '지니어스(genius·천재) 윤' 등 별명 부자인 그는 화려한 이력으로 유명하다. 광주상고 졸업 후 1973년 외환은행에 입행해 금융권에 발을 들인 뒤 곧바로 공인회계사 자격을 취득해 삼일회계법인에서 부대표까지 지냈다. 2002년이 돼서야 은행권으로 돌아온 그는 이후 KB국민은행·KB금융지주,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행장, 부사장, 상임고문 등 고위직을 번갈아 맡았다. 2014년 11월 KB금융 회장으로 취임, 8년 이상 재임하며 금융권 장수 최고경영자(CEO)에 이름을 올렸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의 단골집은 서울 서대문구 양곱창 전문식당 '평동집'이다. 이곳 양곱창도 좋아하지만 임 내정자는 특히 불고기를 즐겨 찾는다. 10년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당시 이 식당에서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인수단 출범을 한 일화는 유명하다. 임 내정자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어렸을 때 일요일 아침에는 항상 가족들이 둘러앉아 불고기를 먹었습니다. 지금도 불고기를 가장 좋아하는 이유예요"라고 밝힌 바 있다. 

 

전남 보성이 고향인 그는 5남매 장남으로 태어났다. 회계사를 생각하다 아버지의 권유에 행정고시로 방향을 틀었다.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한 해 전인 1981년 행시 24회에 합격해 서울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 국무총리실장, 농협금융 회장, 금융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낸 그도 남다른 이력의 소유자다. 

 

농협금융 회장으로 선임되며 '모피아'(재무부와 마피아 합성어) 논란이 일었지만 취임 후 평가는 달랐다. 농협금융 한 관계자는 "(임 내정자가)지주 회장 채 2년이 지나기도 전에 금융위원장으로 임명돼 내부에선 '아버지를 잃은 심정'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만큼 농협금융에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었다는 얘기다. 임 내정자는 이달 24일 우리금융 주주총회를 거쳐 회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