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진태 기자] 건설사들이 미분양 해소에 나섰다. 중도금을 이자 없이 대출해주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 미분양 아파트 구매자에게 고액의 현금을 제공하는 단지도 속속 등장했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발표한 미분양 통계 자료에 따르면 9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4만1604가구로 집계됐다. 전월(3만2722가구) 대비 27.1%(8882가구) 급증한 셈이다. 수도권은 7813가구로, 전월(5012가구) 대비 55.9%, 지방은 3만3791가구로 전월(2만7710가구) 대비 21.9% 증가했다. 또 지난달 경기도 안성시와 양주시가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신규 지정됐다.
특히 청약불패로 꼽혔던 서울에서도 미분양이 속출하면서 대형 건설사들도 대응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실제 GS건설은 서울 은평구 일대에 '은평자이 더 스타'를 분양하면서 중도금 대출이자 지급 방식을 후불제에서 무이자로 전환하고, 유상 옵션 가전들도 무상 제공하기로 했다.
DL건설은 지난달 경기 파주시 탄현면에 'e편한세상 헤이리'(1057가구 규모)를 선보이면서 계약금(1차) 500만원 정액제·중도금 전액 무이자·발코니 확장 공사 무료 등 파격 혜택을 잇따라 내걸었다. 전용면적 84㎡ 분양가가 3억~4억원 선임을 고려하면 통상 분양가의 10% 선인 3000만~4000만원이 계약금으로 책정돼야 하지만, 500만원만 있으면 계약할 수 있게 문턱을 낮춘 것이다.
과거 지방에서나 볼 수 있던 중도금 무이자 혜택이 수도권에서도 모습을 드러낸 셈이다. 심지어는 계약시 현금을 지원해주는 곳도 나왔다. 이달 초 선착순 분양에 돌입한 서울 구로구 오류동의 천왕역 모아엘가 아파트는 중도금의 40%까지(4회차) 무이자에 더해 계약만 하면 한 달 안에 현금 3000만원을 주기로 했다.
중도금 5, 6회차 이자가 총 700만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계약자에게 2300만 원을 추가로 얹어주는 셈이라는 게 시행사 설명이다. 발코니 공사도 무료로 해준다. 분양 관계자는 "분양 일정을 맞추려고 거의 마진을 포기했다"며 "혜택은 기존 계약자에게도 소급해 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금융혜택을 내세운 분양경쟁이 당분간 지속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이자가 크게 오른데다 다음 달에도 추가 금리 인상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주담대 금리가 8%대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우세하다.
건설사들은 어쩔수 없다는 입장이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급융업계에서 대출 조이기에 나서는 만큼 자금난을 피하기 위해선 초기계약률을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계약률이 저조하면 금융권 대출을 받을 수 없어 자체 자금으로 공사를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건설사 관계자는 "입지가 안 좋거나 첫 청약에서 대거 미분양이 난 경우라면 일단 계약률을 높여야 초기 자금이 들어오기 때문에 고육지책으로 파격 혜택을 내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