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국내 주요 금융그룹의 올해 3분기 실적이 공개된 가운데 '비이자이익'이 성적을 좌우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 침체 등 금융 시장의 불안정으로 향후 비이자이익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비이자이익 증대를 위해 그룹이 수익구조 다변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3분기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그룹의 비이자이익은 이자이익보다 편차가 컸다. 4대 금융의 이자이익이 1년 전보다 17.8~24.7% 증가한 반면, 비이자이익은 12.9%~29.5% 감소했다. 금융그룹별로 비이자이익 '방어력'에 따라 3분기 성적이 달라졌단 얘기다. 실제 비이자이익 감소폭이 적을수록 당기순이익 성장세가 가팔랐다.
'비이자이익'은 총영업이익(매출) 중 예대마진(대출금리-예금금리)으로 불리는 이자이익을 제외한 수수료이익, 매매평가익, 기타영업손익 등을 말한다. 이중 증권업 대행, 펀드·파생상품 판매, 방카슈랑스(은행 판매 보험), 신탁, 신용카드 업무 등으로 얻는 수수료이익이 가장 비중이 크다.
특히 금융그룹 실적에서 비이자이익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금융사 전체 수익이 이자이익에 편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이자이익은 대출 외에 은행이 수익을 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비이자이익이 감소했다는 것은 그만큼 다양한 수익원을 통해 들어오는 수익이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여기에 당장 4분기부터 비용 증가로 금융그룹의 실적이 둔화할 것이란 전망도 비이자이익 증가 필요성에 힘을 싣는다.
4대 금융은 3분기 모두 비이자이익이 줄어들었다. 올 들어 국내 증시가 부쩍 맥을 못 추면서 비이자이익 부문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증권업수입 수수료와 펀드판매 등 증권대행 수수료가 폭삭 내려앉은 탓이다. 가장 많은 비이자이익을 낸 곳은 2조7170억원을 거둔 KB금융이다. 신한금융이 2조4508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각각 1조431억원, 915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감소폭을 기준으로 하면 순위가 달라진다. KB금융의 3분기 비이자이익이 1년 전(3조8532억원)보다 29.5% 감소, 4대 금융 중 가장 크게 쪼그라들었다. 반면 신한금융은 신한투자증권 사옥 매각이익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2조8151억원)보다 12.9% 줄어 4곳 중 가장 감소율이 적었다. 이어 우리금융이 작년 1조920억원에서 올해 16.2% 줄었으며, 같은 기간 하나금융은 1조3703억원에서 23.9% 감소했다.
이들 비이자이익 실적은 핵심이익인 수수료이익 감소 여부에 따라 달라졌다.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은 1년 전보다 수수료이익이 각각 0.2%, 14.9% 늘어난 반면 KB금융과 하나금융은 각각 5.1%, 5.0% 줄어들었다.
KB금융 관계자는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라 수수료·자본시장 관련 실적이 부진했다"고 밝혔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여신관련 수수료 증대에도 불구하고, 영세·중소 가맹점 수수료 환급 등에 따른 신용카드 수수료 감소, 글로벌 증시 조정에 따른 WM(자산관리) 수수료 약세, 업황 약화로 인한 IB(투자금융) 수수료 하락으로 그룹 수수료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비이자이익 감소율은 곧장 당기순이익 성장률에 영향을 미쳤다. 비이자이익 방어에 상대적으로 선방한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은 1년 전보다 순익이 각각 21.2%, 21.1% 증가했다. 반면 비이자이익이 20% 이상 줄어든 KB금융과 하나금융은 각각 6.8%, 6.3% 한 자릿수 성장에 그쳤다. 비이자이익이 덜 감소할수록 순익이 더 많이 증가한 것이다.
비이자이익이 금융사의 영업력을 평가할 수 있는 척도인 만큼, 금융그룹이 이자이익 외 비이자이익 부문에서도 견조한 실적을 낼 수 있도록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체적으로 주요 매출처인 WM과 IB, 외환 딜(Deal) 부문 사업을 개선하고 비용 관리를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연구기관의 분석도 같다. 금융연구원은 '국내 은행의 효율성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금융사의 비이자이익 증대를 위한 수익구조 다변화는 향후 생존과 발전에 필수적이므로, 자산관리 서비스 등을 통해 비이자이익 부문 규모의 경제와 비용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