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진태 기자] 높은 부채비율을 가진 대우조선해양이 레고랜드로 인한 자금경색에도 유동성에 문제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700% 가까운 부채비율을 보유하고 있지만 인수자금이 수혈될 경우 200%대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선박 수주시 받는 선수금이 부채로 잡히는 조선업 특성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이유 중 하나다. 특히 업황이 좋지 않아 받아들였던 저가수주 대부분이 해소되면서 수익성이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의 부채비율은 2분기 기준 676.4%로 700%대를 바라보고 있다. 지난해 부채비율이 300%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반년 만에 2배가량 증가한 셈이다.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경색이 커지는 가운데 대우조선해양의 부채비율도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는 등 유동성에 어려움이 제기되는 상황이지만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로부터 2조원에 가까운 인수자금이 수혈될 경우 대우조선해양의 부채비율은 200%대로 확 줄어들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의 2분기 기준 자산총액 규모는 2조224억원으로 10조4741억원의 부채와 1조5483억원의 자기자본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한화그룹이 인수자금 2조원을 수혈하면 대우조선 자본총계는 2분기 말 1조5483억원에서 3조5483억원으로 늘어난다.
700%를 바라보던 부채비율은 295.2%까지 줄어들게 된다. 부채비율이 개선되면 신용등급의 상승과 조달비용 감소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높은 부채비율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유동성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다.
조선업의 특성도 이러한 전망에 힘을 보탠다. 조선업의 경우 선박 수주시 받는 선수금(계약부채)을 모두 부채로 계상한다. 즉 부채란 곧 일감을 뜻한다는 소리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의 상반기 계약부채는 3조1684억원으로 현재 보유한 부채 중 30%가 넘는 금액이 사실은 일감인 셈이다.
항목상 부채가 늘어났지만 실제로는 수주가 늘어난 것이다. 이 부채는 선박을 인도하는 것으로 상환 처리된다. 대우조선해양의 부채비율이 커져도 단순히 부채가 많다고 보기는 어려운 이유다.
내년을 기점으로 조선업황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개된다는 점도 호재로 꼽힌다. 그간 저가수주에 발목 잡혔던 대우조선해양의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은 산업은행의 지원을 받는 형태다 보니 저가의 다량 수주로 기업의 명맥을 유지할 수 밖에 없었다. 이는 이익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저가수주 물량이 거의 해소가 되고, 작년부터 선박 제값 받기 경쟁이 시작되면서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신조선가지수는 8월 말 기준 161.81포인트(p)로 21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선종별 호황주기가 다르다는 점도 기대되는 포인트다. 코로나 사태에선 물동량을 충당하기 위한 컨테이너선 수주가 많았다면 최근엔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이 호황 주기에 접어들었다. 아직 끝이 보이지 않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사태가 종식되면 원유운반선 주기도 돌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등락이 큰 조선업 싸이클에 연연하지 않고 지속적인 이익 기반을 갖출 수 있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2년 전 높은 가격에 수주한 선박들이 내년부터 본격 건조에 들어가면서 이익 증가가 예상된다”며 “이는 한화그룹과의 시너지와 맞물려 대우조선이 부실을 빠르게 털고 조기에 실적 턴어라운드 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