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김진태 기자] 국내 철강 시황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동국제강이 이례적인 성장세를 보여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리 인상에 따른 철강 수요 감소로 실적이 부진한 경쟁사와 달리 매출과 영업이익 등 쌍끌이 상승곡선을 그리는 등 이례적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올들어 견조한 실적을 바탕으로 부채는 줄이고 현금은 증가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뚜렷하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경쟁 철강회사들이 동국제강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유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국제강의 2분기 매출은 2조3133억원, 영업이익은 293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매출은 27.2%, 영업이익은 41.9% 증가한 금액이다. 금리 인상에 따른 철강 수요 감소로 철강산업 전반이 부진한 실적을 거둔 것과 비교하면 매우 이례적인 성적표다.
실제로 세계철강협회(WSA)가 전망한 올해 철강 수요 증가율은 당초 0.4%에서 –2.3%로 하향 조정됐다. 철강산업의 전방산업인 건설업계에 악재가 겹치면서 철강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해석된다. 건설협회에 따르면 건설 민간 수주액은 지난 6월 25조원에서 7월 20조7000억원, 8월 14조8000억원을 기록하며 하향세를 면치 못했다.
철강 시황은 당분간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동국제강의 성장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동국제강의 올해 매출은 8조5903억원, 영업이익 8424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지난해보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늘어난 셈이다. 특히 동국제강이 유동성 위기를 맞았던 2014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2조원 넘게 올랐고 적자였던 영업이익은 1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철강산업이 어려운 시기에도 동국제강이 우수한 성적을 기록하면서 재무구조도 개선세다. 올 2분기 기준 동국제강의 차입금은 2조1443억원이다. 유동성 위기였던 2014년 당시 동국제강의 차입금이 5조원이 넘었던 것을 감안하면 절반 넘게 줄어든 셈이다.
동국제강이 차입금을 줄이면서 어깨를 짓눌렀던 이자비용도 대폭 감소했다. 2014년 당시 1871억원이었던 이자비용은 지난해 말 기준 626억원으로 1000억원 넘게 줄었다. 같은 기간 이자보상배율도 –0.1배에서 12배로 탈바꿈했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영업이익을 금융비용(이자비용)으로 나눈 것을 말한다. 통상 이자보상배율이 1보다 작으면 영업 활동을 통해서 번 돈으로 이자비용을 지불할 수 없어 잠재적 부실기업으로 볼 수 있다.
부채비율도 확 낮췄다. 2014년 당시 200%를 넘어갔던 부채비율은 올 상반기 기준 100%대 초반으로 줄었다. 매년 부채를 줄이고 자본을 늘리면서 부채비율 감소에 성공한 동국제강은 올해 90%대의 부채비율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채비율은 회사가 빚에 얼마나 의존하는지 보여주는 지표로 통상 200% 이하를 안전하다고 보고 100% 이하를 이상적으로 평가한다.
동국제강은 한 차례 유동성 위기를 겪은 뒤 현금 쌓기에 힘을 쏟고 있다. 실제로 동국제강은 3000억원대에 그쳤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5413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무상증자나 신사업 투자, 인수합병(M&A)에 사용하는 자본유보율도 329.7%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