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 공격으로 초토화된 우크라이나 하리코프 거리. [사진 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20309/art_16461987578854_9fea68.jpg)
[FETV=이승현 기자] 국제사회의 러시아 경제 제재 직격탄을 맞은 자동차, 석유화학 대장주들은 연일 52주 신저가를 경신하는 등 약세를 보이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지속하고, 장중 유가가 급등세를 보였음에도 전날 2700선을 회복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이미 증시에 선반영 돼있어 하락폭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코스피는 올해 들어 금리인상 기조와 전쟁 공포감에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지난 1월에만 약 10% 하락했다. 하지만 점차 하락세가 둔화되기 시작해 지난달 말 코스피는 1월 말 종가 대비 1.3% 상승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주가 레벨은 우크라이나 지정학적 리스크를 상당부분 반영했다고 볼 수 있어 코스피 하단은 2600선 정도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수의 전문가들도 2600선은 쉽게 깨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사회가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하는 등 강도 높은 글로벌 경제 제재가 이어지고 있지만 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양국은 지난 28일(현지 시간) 진행된 회담에서 여전히 합의점을 찾는데 실패했다. 전쟁이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자 글로벌 증시는 다시 한 번 하락했다. 특히 러시아와 직접적인 교류를 취하는 자동차, 석유화학 업종에 대한 전망이 밝지 않다.
![[자료 한국거래소]](http://www.fetv.co.kr/data/photos/20220309/art_16462102895047_1a9f4f.png)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달 28일 나란히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특히 현대차는 장중 한 때 17만원 선이 깨지기도 했다. 러시아 스위프트 제재에 수출 사업인 자동차 산업은 직접적인 피해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러시아 전체 수출 품목 중 자동차·부품이 40.6%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또한 한국자동차협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동차 부품업체들 또한 러시아로 수출하는 부품의 90% 이상이 현대차·기아 러시아 공장으로 납품되고 있다.
이에 업계 전문가들은 현대차·기아는 올해 러시아 시장에서 정상적인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좀처럼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이번 전쟁이 한국 기업에 실질적인 매출 타격을 안겨줄 것이란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러시아법인(HMMR)의 생산량은 17만8300대로 집계됐다. 전체 법인 가운데 5번째 규모다. 또 같은 기간, 573억원이 투자됐으며 매출은 2조3287억원을 기록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결제 시스템에서 제외하기로 하면서 현대차와 기아의 러시아 수출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러시아 규제로 인한 현대차와 기아의 최대 손실을 각각 2000억원, 2500억원으로 추산했다.
석유화학 업체도 유가 상승으로 인한 원자재 수급에 부담을 느끼며 전쟁 부담을 안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1일(현지 시간) 5월물 인도분 브렌트유는 104.97달러를 돌파했고, 4월물 서부텍사스유(WTI)는 103.4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는 1년새 약 60% 이상 급등했다. 업계에서는 통상 유가가 오르면 석유화학 업체의 실적이 개선된다는 공식이 있었다. 하지만 급작스러운 초고유가 현상은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도 함께 불러오기 때문에 석유화학 산업의 피해로 번질 수 있다. 나프타는 원유에서 정제돼 만들어지는 원료로 석유화학 제조원가 중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나프타 가격은 1일 톤당 970.46달러를 기록했다. 하루만에 톤당 108.93달러가 급등하며 다시 한 번 52주 최고가를 경신했다.
수급 또한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러시아는 글로벌 산유량의 12%를 담당하는 세계 3대 산유국 중 하나다. 한국의 지난해 원유 수입량 9억6015만 배럴 가운데 러시아산은 5375만 배럴로 5.6%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에서 수입한 품목 2075개 중 나프타(43억8000만달러) 수입액이 가장 높았다. 국내 나프타 전체 수입액(187억달러) 가운데 러시아 물량이 약 23%를 차지했다. 미국, 호주 등 국제에너지기구(IEA) 주요 회원국들이 전략 비축유 방출을 준비하고 있지만, 러시아 에너지 수출에 직접 제재가 가해질 경우 유가는 더욱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면전 확대 등 현 상황에서 더욱 악화하거나 장기화할 경우 유가의 단기 오버슈팅은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러시아의 원유 또는 석유 제품판매와 관련된 제재가 이뤄지면 정유 부문에서는 글로벌 정제 설비의 최대 약 8% 수준의 생산차질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