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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메기’ 인뱅 옥죄던 은산분리 완화되나?…‘갑론을박’ 여전

정부 금융혁신 기조에 정치권‧금융당국, 특례법 제정 논의 속도
케이‧카카오뱅크 “은산분리로 성장에 한계 따라…규제 풀어야”
시민단체 등 “잠재적 위험 대응에 필요” “인터넷은행만 특혜”

[FETV=오세정 기자] 출범 1년을 맞는 ‘금융 메기’ 인터넷전문은행의 목줄을 죄던 은산분리(은행자본-산업자본) 규제가 완화돼 숨통을 틔게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금융혁신, 규제개혁 기조에 발맞춰 정치권과 금융당국 등에서는 인터넷은행에 한해 은산분리를 완화하는 특례법 제정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금융의 독립성’을 이유로 은산분리 완화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거센 만큼 이를 둘러싼 갑론을박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 목소리 커진다

24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국회 등 정치권에서 은산분리 완화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은 물론, 금융당국도 특례법을 통한 은산분리 완화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11일 국회에서 토론회를 주최하는 등 ‘인터넷은행의 은산분리 규제 완화’ 공론화에 앞장선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위원회를 소관 부처로 둔 국회 정무위원장에 선출되고, 정 의원이 정무위 민주당 간사에 선임되면서 국회 통과 가능성이 커졌다. 또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앞서 작년부터 이미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당론으로 정해 추진해온 바 있다.

 

현재 국회에는 은산분리 규제 완화 관련 법안 5건이 발의된 상태다. 정재호 의원이 ‘비금융 유력자는 인터넷 전문은행의 지분을 34%까지 보유할 수 있다. 단 개인 총수가 있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재벌)은 현재와 같이 지분한도를 4%로 제한한다’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발의했다.

 

정 의원의 ‘34% 법’은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 민병두 정무위원회 위원장 등도 공감하고 있는 내용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인터넷은행 특례법 제정에 반대해왔던 여당의 입장이 바뀌면서 국회에서 관련 법안 통과는 한층 수월해졌다.

 

이 가운데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직접 나서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재차 강조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지난 23일 경기도 판교 카카오뱅크 사옥에서 열린 ‘핀테크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를 활성화하려면 인터넷전문은행법과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을 조속히 입법해야 한다”며 사실상 인터넷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최 위원장은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경제 규모 확대와 경제시스템 선진화 노력이 이어지면서 (은산분리라는) 원칙 적용 방식을 재점검할 시점이 됐다”며 “은행법상 은산분리 원칙을 덜 훼손하려는 목적으로 의원들께서 특례법 형태가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은산분리 완화 주장 왜?

은산분리란 산업자본이 금융시장을 잠식하는 것을 막기 위해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해 산업자본(기업)이 은행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법적으로 막아놓은 제도를 말한다.

 

현행 은행법에서는 산업자본이 의결권 있는 은행 지분 소유 한도를 최대 10%(의결권 있는 경우 4%)로 제한하고 있다. 금융권이 아닌 주요 주주는 자금이 있어도 공격적인 투자가 힘들어지는 구조로 만든 것이다.

 

그러나 은산분리는 인터넷은행 성장에 ‘한계’로 작용했다. 인터넷은행은 현재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은산분리 탓에 자본 마련을 위한 유상증자 등을 진행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설립 주체는 각각 KT와 카카오로, 이들은 산업자본이기 때문에 은행 지분 소유 제약에 증자 여력이 있어도 지분을 매입하기 어렵다. 결국 지분 소유에 제한이 없는 금융사 대주주들이 나서거나 소액 주주들이 함께 투자를 진행해야 자본을 마련할 수 있다.

 

앞서 지난 12일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는 1500억 원 유상증자에 실패하고, 300억 원 규모의 자본을 모으는 데 그쳤다. 은산분리에 가로막혀 주주사인 IT나 ICT 기업이 지분을 추가로 매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제 3자 배정 방식으로 주주를 모으려고 했으나 불발됐다.

 

카카오뱅크도 은산분리 탓에 유상증자 때마다 실권주가 발생했다. 첫 유상증자 당시 실권주 8%는 은산분리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금융자본 주주사 한국투자금융지주가 맡았다. 이후 지난 4월 5000억 원의 유상증자 때는 결국 한국투자금융지주도 실권했고, 이에 카카오가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 형태로 전환해 해당 실권주를 매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터넷은행들은 은산분리 완화를 호소하고 있다.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은 지난 11일 국회 토론회에서 “은산분리의 기본취지가 대주주에 의한 사금고화가 될 것에 대한 우려를 막기 위해서인데, 인터넷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완화는 결코 이런 기본원칙에 어긋나지 않을 것”이라며 “금융혁신과 은산분리의 취지를 모두 잡을 수 있는 특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날 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도 “지난 1년 간 성장세를 유지하고 앞으로 더욱 발전하기 위해선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며 “그동안 오프라인 영업 위주로 규정돼 있던 각종 규제도 모바일 네트워크에 맞게끔 변화해야 한다”며 강조했다.

 

 

◆만만치 않은 반대 목소리

이 가운데 아직 은산분리 완화 반대 목소리도 여전하다. 산업자본이 은행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것을 허용하면 은산 분리의 기본 원칙과 함께 금융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등 7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금융소비자단체 연대회의’는 지난 17일 연대회의 결성 취지문을 통해 “은산분리 규제 완화는 금융규제의 근간을 허무는 중요한 문제로,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약화해 금융소비자 보호를 취약하게 할 것”이라며 “산업자본이 은행을 지배할 수 없도록 ‘소유 규제’를 두는 이유는 은행과 대주주 간의 거래를 통제하는 ‘행위 규제’만으로는 재벌의 금융기관 사금고화 및 금융시장 잠식 등 잠재적 위험을 모두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전국금융산업노조도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금융노조는 “인터넷은행의 실적 부진은 은산분리 규제 때문이 아니라 투자를 불러모을 혁신적인 핀테크 서비스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인터넷은행에만 특례법으로 예외를 두는 것이 장기적으로 은산분리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은행에 한정된 은산 분리 완화가 특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조대형 입법조사관은 “은산 분리 규제 완화는 결국 은행에 주인(대주주)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지배주주가 나타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주주 관점보다는 예금주 등 이해 관계자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맹수석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은산 분리의 기본 이유, 즉 금융사가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는 인터넷은행의 주요 주주인 IT기업들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며 “일반 금융사와 마찬가지로 인터넷은행도 대주주인 IT 회사가 망하면 동반 부실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