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국내 주요 시중은행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하지만 예수금 등 은행업 핵심부문에서 업계 '후발주자' 카카오뱅크에 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4대 은행이 자산규모와 업력에 맞는 '혁신'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올 3분기 예수금(수신액)은 1150조원으로 1년 전(1065조5000억원)보다 7.9%(84조5000억원) 증가했다. '예수금'은 요구불예금과 같은 핵심예금에 정기예·적금과 같은 저축성예금 등을 더한 것으로 은행의 '실탄' 역할을 한다.
4대 은행이 역대급 실적을 거뒀음을 감안하면 8%를 밑도는 예수금 증가율은 아쉽다. 이들이 올 9월 말까지 거둔 당기순이익은 총 8조2650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8조원을 돌파했다. 전년 동기(6조4604억원)보다는 27.9%(1조8046억원) 증가했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의 예수금 증가율이 가장 낮았다. 국민은행의 3분기 원화예수금은 317조9000억원으로 1년 전(302조9000억원)보다 5%(15조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이 6.2%(15조7000억원) 늘어난 267조4000억원을 나타냈으며, 하나은행은 9.2%(22조2000억원) 증가한 262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우리은행은 11.8%(31조9000억원) 늘어난 302조5000억원의 예수금을 기록, 4대 은행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은행별 예수금 증가율(단위: %). [자료 각 사]](http://www.fetv.co.kr/data/photos/20211145/art_16363336871241_c058d5.png)
문제는 4대 은행의 예수금 증가율이 카카오뱅크에 크게 떨어진다는 점이다. 3분기 카카오뱅크의 예수금은 29조1000억원으로 1년 전(23조원)보다 26.5%(6조1000억원) 증가했다. 4대 은행의 약 3.4배 규모다. 2017년 4월 은행업 본인가를 받아 만 5년이 채 안된 카카오뱅크가 각각 수십년의 업력을 가진 대형 시중은행보다 더 빠르게 고객의 돈을 끌어모으고 있는 셈이다.
4대 은행이 카카오뱅크보다 못한 예수금 증가율을 보인 것은 이들의 '낮은 경쟁력'이 드러난 결과라는 분석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출범할 때만 해도 기업대출 등의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는 인터넷은행의 단점을 들어 경쟁자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이번 실적을 보면 결과적으로 카카오뱅크의 성장세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에 역으로 대형 은행의 경쟁력을 들여다봐야 하는 상황이 돼버렸다"고 전했다. 실제 올 3분기 카카오뱅크의 누적 순익은 1679억원으로 1년 전(859억원)보다 95.6%(821억원) 급증했다.
시중은행이 카카오뱅크보다 고객의 돈을 덜 모은 데는 '낮은 금리'가 첫 손에 꼽힌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4대 은행의 정기예금(12개월·단리) 기본금리는 0.55%(우리은행·WON예금)~1.15%(신한은행·미래설계 크레바스 연금예금) 수준이다. 반면 카카오뱅크의 정기예금은 기본금리 1.50%이다. 4대 은행이 내놓은 총 12개 정기예금 중 11개 상품이 기본금리 0%대로, 온갖 우대금리를 적용해야 카카오뱅크의 기본금리와 견줄 수 있는 정도다.
뒤떨어지는 상품 경쟁력도 고객이 카카오뱅크로 향하는 이유다. 카카오뱅크가 지난 8월 선보인 '26주 적금 위드 해피포인트'는 2주 만에 누적 계좌개설 40만좌를 돌파했다. 단기간 최고 실적이다. 특히 40대(33%)가 가장 많이 가입을 하는 등 40~50대의 유입이 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MZ세대(20~30대)뿐만 아니라 기성 세대도 새로운 상품이 간절했다는 얘기다.
금리와 상품에서 드러난 4대 은행의 낮은 경쟁력은 고객에게 매력을 덜 부각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4대 은행은 카카오뱅크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월간활성이용자수(MAU) 1등을 내줬다. 올 9월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MAU는 1470만명으로 최대 1000만명 수준인 4대 은행을 훨씬 앞지른다. 카카오뱅크 가입자수는 1740만명으로 국민은행(1762만명)과 비등하며, 하나은행(1260만명)보다는 500만명 가량 많다. 이러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카카오뱅크는 포브스가 뽑은 세계 최고 은행 순위에서 4대 은행을 제치고 한국 은행 중 1위를 차지했다.
이에 금융권 일각에서는 4대 은행이 일련의 역대급 실적에 안주하지 말고 업력과 규모에 맞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에서도 카카오뱅크를 국내 은행 1등으로 꼽았다는 점은 대형 시중은행이 고민과 개혁에 나서야 할 부분이 있다는 방증이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실 4대 은행의 경우 이번 호실적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닌,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로 인한 이자이익 등이 큰 영향을 미쳤다"면서 "실적발표 시즌이 되면 '이자장사'라는 비판을 늘 받곤 하는데, 이자이익으로 이룬 좋은 실적이 언제까지나 지속될 수는 없는 만큼 디지털·글로벌 등의 경쟁력을 갖추는 것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