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신세계그룹]](http://www.fetv.co.kr/data/photos/20210939/art_16327001428402_887311.jpg)
[FETV=김윤섭 기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광주신세계 지분 매각을 신호탄삼아 이마트의 정용진 부회장과 신세계의 정유경 총괄사장간 '분리경영'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최근 보유중인 광주신세계 지분 전량을 신세계에 매각했다. 정 부회장은 이를 통해 증여세 재원을 마련하는 한편 신세계백화점과의 연결고리를 끊는 효과를 얻게 된다.
앞서 신세계는 정용진은 이마트를, 정유경은 신세계백화점을 경영하는 내용의 후계구도 프로그램아래 사실상 남매경영을 추진했다. 이번 정 부회장의 광주신세계 지분 매각을 둘러싸고 정용진ㆍ유경 남매의 독자경영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 정 부회장, 광주점 지분 전량 매각...“증여서 재원 확보”=정 부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광주신세계의 지분 52.08%를 전량을 신세계에 매도했다. 거래규모는 2285억원으로 이번 거래를 통해 신세계는 광주신세계의 지분 62.5%를 확보하게 됐다. 그동안 광주신세계는 경영과 소유가 일원화되지 않은 유일한 계열사란 평가를 받아왔지만, 이번 지분 매각을 기점으로 신세계는 광주신세계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게 됐다.
정 부회장은 매각 대금을 증여세 재원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78)은 아들인 정 부회장에게 이마트 주식 229만2512주를 증여했다. 8.22%에 해당하는 지분이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의 이마트 주식은 278만7582주로 낮아지면서 지분율도 10%로 줄었다. 반대로 정 부회장의 이마트 주식은 기존 288만399주에서 517만2911주로 불었다. 지분율은 10.33%에서 18.55%로 올랐다.
이 회장은 신세계의 지분 8.22%도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에 증여했다. 이 회장의 신세계 보유 지분이 기존 18.22%에서 10.00%로 낮아지는 대신 정 총괄사장은 10.34%에서 18.56%로 높아졌다.
이에 따라 정 부회장은 1917억 원, 정 총괄사장 1045억 원을 증여세로 납부해야하는 상황이다. 이마트 측은 “정 부회장이 증여세 재원 마련과 지배구조 단순화를 위해 지분을 매각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는 “광주신세계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고 지배구조를 단순화 하기위해 지분을 매입했다”며 “연결 회계 편입으로 재무구조 개선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광주신세계를 매각했다는 점에서 지배구조 단순화에 더 무게감을 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부회장은 2011년 6월 말 기준으로 삼성전자 주식 29만3500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4만8500주를 지난 2015년에 처분했는데 이후 추가 처분이 없었다면 액면분할 등을 감안해 정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은 약 1225만 주로, 14일 종가기준 9300억 원에 이른다. 광주신세계 지분이 아닌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해 재원을 마련하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광주신세계 지분을 처분하면서 계열사 정리를 앞당기는 선택을 했다.
![광주 신세계백화점.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10939/art_16327002034578_009d94.jpg)
◆ 정용진-이마트, 정유경-백화점 구도 확립...지배구조 단순화=실제 이번 광주신세계 매각을 통해 정 부회장-정 사장 남매의 지배구조는 더욱 명확해졌다. 신세계그룹은 2011년 이마트 인적분할을 통해 정 부회장에게 대형마트 사업을, 정 사장에는 백화점을 맡기며 경영권 승계 사전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후 지난 2016년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은 각각 신세계와 이마트 지분을 맞교환하며 지금의 분리경영 체제가 만들어졌다. 당시 정 부회장은 보유 중인 신세계 지분 72만203주 전부를 정 총괄사장에게, 정 총괄사장은 이마트 지분 70만1203주 전량을 정 부회장에게 각각 넘겼다. 지난해에는 이 명예회장이 정 부회장에게는 이마트 주식을, 정 명예회장에는 신세계 주식을 증여하며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정 부회장은 이마트를 필두로 신세계푸드, 조선호텔앤리조트, SSG닷컴,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등의 계열사를 거느리게 된다. 정 사장은 신세계를 정점으로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디에프, 까사미아 등의 계열사를 보유 중이다. 또 지배구조 정리의 의미도 있다. 대형마트 사업은 정 부회장, 백화점 사업은 정 총괄사장이 맡았지만, 그동안 광주신세계 지분만은 정 부회장이 지분의 52.08%를 보유하고 있었다. 신세계의 지분은 10.42%에 불과했다.
이번 광주신세계 지분 확보로 신세계는 모든 백화점 계열사의 최대주주에 올랐다. 신세계는 대전신세계에 대한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고, 신세계동대구는 61%, 인천신세계는 90%를 확보했다. 신세계 의정부역사는 27.55%로 최대주주다.
공정위의 레이더 망에서도 벗어났다. 광주신세계는 오너 일가인 정용진 부회장이 지분을 50% 넘게 보유하고 있어 매년 공정위의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 이름을 올려왔다. 신세계그룹에서 유일한 규제 대상이었다. 공정위는 총수일가 지분이 상장사는 30%, 비상장사는 20% 이상이면 해당 회사를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일감몰아주기 등을 통해 총수일가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기 위함이다.
광주신세계는 지난해 전체 매출(1천475억원)의 9.0%인 133억원을 내부거래로 올렸으며 2019년에는 전체 매출(1천548억원)의 11.7%인 181억원을 계열사를 통해 거둔 바 있다. 현재 지분이 정리되지 않은 곳은 신세계의정부역사와 SSG닷컴 정도다. 신세계가 지분 27.55%를 보유한 신세계의정부역사는 이마트의 자회사 신세계건설이 지분 19.9%를 보유하고 있고 SSG닷컴은 이마트가 지분 50.08%, 신세계가 지분 26.9%를 보유 중이다.
다만 이 두곳은 광주신세계와 달리 오너일가가 직접 지분을 보유한 형태가 아니고 지분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규모가 아니어서 비교적 지배구조 정리가 용이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소연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연구원은 2020년 9월 “신세계그룹은 이마트와 백화점(신세계)로 계열분리가 대부분 완료됐다”며 “남은 것은 광주신세계, SSG닷컴, 신세계의정부역사이며 이 계열사의 지분정리가 차례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는 당장 계열분리가 공식화 될 가능성은 이른 것으로 전망된다. 이명희 회장이 총수자리를 지키고 있고 이명희 회장이 아직 건재한 상태일 뿐만 아니라 유통환경이 특히 코로나19 영향으로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각자도생으로 가는 것보다는 유기적인 협조가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도 “책임경영을 위해 지배구조를 보다 단순히 한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계열분리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10939/art_16327002741181_2dd04d.jpg)
◆ 정용진 부회장-이마트, 4분기 앞두고 숨고르기 돌입...내부 다지기 박차=한편 올해 엄청난 투자를 연이어 단행한 정용진 부회장과 이마트는 4분기를 앞두고 숨고르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연초부터 연달아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킨 데 이어 본사 건물 매각과 내년 자회사 SSG닷컴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정지작업에 들어갔다는 평가다.
우선 SSG닷컴과의 연계를 바탕으로 한 옴니채널 강화와 함께 전문점 효율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마트는 2019년부터 잡화점 '삐에로쇼핑', 헬스앤뷰티(H&B) 스토어 '부츠' 등을 접은 데 이어 올해 2분기 자체브랜드(PB) 화장품 센텐스 등을 추가로 폐점했다. 16개에 달했던 전문점은 현재 ▲노브랜드 ▲몰리스펫샵 ▲일렉트로마트 ▲SSG푸드마켓 ▲PK마켓 ▲베이비써클 ▲토이킹덤 ▲스톤브릭 등 8개로 줄였습니다.
이 같은 체질 개선 결과로 이마트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 76억원을 기록하며 3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총매출액 5조8647억원, 당기순이익 4830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13%, 53.6% 증가했다. 또 현재 운영 중인 일렉트로마트, 몰리스, 토이킹덤, PK마트 등 점외 점포를 올해 말까지 철수한다는 방침이다. 외부로 나가는 돈을 줄이고 내부 역량을 강화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분석된다.
이마트 관계자는 “점포망 외 전문점 철수를 당장 모두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간 효율화를 위한 작업을 계속 하고 있었다. 장사가 잘되는 전문점은 계속 하고 안 되는 전문점은 폐점하는 식이다. 수익성이 좋지 않은 곳을 정리해 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정기인사도 예년보다 앞당겨 내달 중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이은 M&A로 인해 조직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올해 신세계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이마트를 주축으로 올해 M&A전에 약 4조3000억원을 투입하는 공격적 행보를 선보였다. 올 초 이마트는 SK그룹으로부터 프로야구단 SSG랜더스(옛 SK 와이번스)를 인수했다. 이후 이마트의 자회사 SSG닷컴이 온라인 패션 편집숍 W컨셉을 품에 안았다. 6월엔 '대어'로 꼽히던 오픈마켓 3위 이베이코리아를 품에 안았다. 7월에는 스타벅스커피 인터내셔널이 보유하고 있던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지분 50% 가운데17.5%를 추가 인수했다.
재원마련을 위해 서울 성수동 이마트 본사 매각에도 나섰다. 건물을 매각한 후 재임차하는 '세일앤리스백' 방식이다. 본사 매각 입찰은 오는 30일이다. 업계에서는 이마트가 이번 매각을 통해 현금을 1조원가량 확보할 수 있을지 관심을 두고 있다.
이달 초부터는 창사 이래 처음 직급 호칭제를 폐지했다. 직급과 상관 없이 '님'자를 붙여 부르는 방식이다.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자는 차원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상호 존중 문화를 확립하기 위해 도입했다"며 "자유롭고 창의적이고 열려 있는 조직 문화를 지향하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 SSG닷컴 상장 추진 속도..."내달 주관사 선정"=내년 중 이뤄질 SSG닷컴의 상장계획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최근 국내외 증권사를 대상으로 한 주관사 선정 프레젠테이션 절차를 마친 SSG닷컴은 다음달 주관사를 선정해 개별 통보할 예정이다.
SSG닷컴은 지난 2019년 출범 당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블루런벤처스(BRV) 등 재무적투자자(FI)들로부터 투자 유치를 진행하면서 5년 내 상장, 매출 10조원 달성 등의 조건으로 환매청구권(풋백옵션)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SSG닷컴은 당초 2023년으로 예상됐던 증시 상장 추진 시점을 내년 상반기로 계획, 1년 이상 앞당겼다.
SSG닷컴은 “향후 선정될 주관사와 함께 성공적인 기업공개(IPO) 추진을 위해 다각도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주관사 선정이 순탄하게 진행되면 내년 상반기 중에는 증시에 입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SSG닷컴의 상장 기업가치는 최대 10조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SSG닷컴은 현재 직매입(1P) 중심의 사업자에서 소비자와 판매상을 연결해주는 중계 형태인 마켓플레이스(3P)로의 확장을 꾀하고 있다. 실제로 이마트는 지난 2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2023년 SSG닷컴의 목표 총거래액(GMV)을 연평균 29% 성장한 10조원으로 제시하며 2023년까지 그로서리 부문(1P)을 2배, 라이프스타일 부문(3P)을 3배 성장시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