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10938/art_1632639549406_ce70c4.jpg)
[FETV=김윤섭 기자] 독한 술의 대표 주자였던 소주가 더욱 더 순해지는 모습이다. 롯데칠성음료(롯데주류)에 이어 하이트진로 등 주류업계의 저도주 트렌드가 지역업체까지 확대되면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홈술트렌드가 자리잡은 가운데 저도주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에 주류업체들이 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중순 '참이슬 후레쉬'의 알코올 도수를 종전 16.9도에서 16.5도로 내렸다. 지난해 5월 17도에서 16.9도로 소폭 저감한 이후 1년 3개월 만에 다시 하향 한 것이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4월 진로이즈백의 알코올 도수도 16.9도에서 16.5도로 낮춘 바 있다.
'참이슬 오리지널' 제품의 도수는 지난 2006년부터 20.1도로 유지하고 있다.
소주의 16.5도 시대를 연 것은 롯데칠성음료다. 롯데칠성음료는 올해 1월 대표 소주 브랜드인 '처음처럼'의 도수를 16.9도에서 16.5도로 내렸다.
이어 3월에는 처음처럼 제품군을 알코올 도수별로 라인업을 재정비했다. '처음처럼 순한'은 '처음처럼 순'으로 바꾸고 알코올 도수를 16.5도에서 16도로 0.5도 하향 조정했고, '진한처럼'은 '처음처럼 진'으로 바꾸면서 20도로 유지했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순한 소주를 원하는 소비자 트렌드에 맞춰 처음처럼 제품에 대한 ‘알코올 도수’를 조정했다”며 “향후 ‘부드러운 소주’ 트렌드를 이끈 선두주자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2006년 17도의 벽을 처음 깼던 무학도 최근 주력 소주 브랜드이 좋은데이의 알코올 도수를 16.5도로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참이슬과 처음처럼 등이 도수를 낮추며 지역 소주 시장을 공략해 오자 지역 시장을 사수하기 위해 도수를 낮춘 것으로 풀이된다. 무학은 젊은층을 겨냥해 알코올 도수가 15.9도인 '좋은데이 1929'를 선보이는 등 최근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주요 소주 브랜드들의 도수가 16.5.도로 맞춰지면서 국내에 최초로 출시됐던 소주와는 50% 이상의 도수 차이가 벌어지게 됐다.
국내 첫 주류회사인 진로가 1924년 처음 출시한 소주 제품 ‘진로’ 도수는 35도였으며, 1965년 30도, 1973년엔 25도까지 떨어졌다. 이후 1998년 참이슬이 23도 소주를 처음 선보였고, 2006년 처음처럼이 20도까지 도수를 낮췄다.
저도주 트렌드가 확산되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업계가 저도주를 통해 원가 절감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주류 업계에 따르면 통상 소주 도수가 0.1도 내려가면 주정값 0.6원을 아낄 수 있다. 도수를 낮추는 방식으로 아낄 수 있는 비용이 연간 수백억원에 달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이같은 저도주 트렌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의견이 갈린다. 16도 선이 깨지게 되면 소주가 지니고 있는 특징이 사라지는 만큼 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이트진로는 2010년 12월 저도주 트렌드에 맞춰 소주 도수를 15.5도까지 낮춘 '즐겨찾기'를 선보였으나 시장에 안착하지 못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