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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부동산


[FE리포트] SK에코플랜트 '플랜트부문' 사모펀드 매각 추진 논란

최태원 SK 회장 ESG 경영방침중 지배구조(G) 가치훼손 우려
1200여명, 하루 아침에 PEF 소속으로...고용불안 커진다
거버넌스(G) 대처 미흡한 SK, 구성원들에 윤리경영 강조하고 매각 추진

[FETV=김현호 기자] SK에코플랜트(옛 SK건설)가 플랜트사업 매각을 추진하는 가운데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이번 매각 결정은 부채 비율을 낮추고 친환경 사업에 대한 투자 확대 차원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구성원들은 회사에서 사실상 해고처리됐다며 반발하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강조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영철학 가치와도 동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친환경투자 확대하는 SK에코플랜트, 부채비율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반기 기준, SK에코플랜트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동기대비 46% 오른 338%를 기록했다.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분류되는 300%를 뛰어넘은 것으로 주요 건설사 가운데 가장 높은 축에 속한다. 자산은 1조원 가까이 증가한 반면, 단기차입금은 지난 10년새 가장 높은 5289억원에 달했다. 이는 외화차입이 1.5배 불어난 4035억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재무건정성에 빨간불이 들어온 이유는 투자 규모가 확대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SK에코플랜트는 1997년 설립된 국내 최대 환경플랫폼 기업인 EMC홀딩스(한국시설관리공사)를 인수하기 위해 지난해 사모펀드와 1조원 가량을 투자했다. 당시 사측은 기술력 중심의 친환경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스마트그린산단 조성, 신에너지 발전, 복합 환경처리시설 개발 등 친환경 중심의 신사업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기존의 건설사가 주택과 플랜트 사업 위주로 사업을 꾸려나가는 것에 비해 그동안 SK에코플랜트는 친환경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왔다. 특히 EMC홀딩스 인수는 사업 전략의 핵심 열쇠로 평가된다. EMC홀딩스는 수처리와 폐기물 소각·매립을 영위하는 기업으로 수도권,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등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보유학 욌다. 수처리시설만 전국에 970개에 달하며 폐기물 소각장은 4곳, 매립장도 1곳을 운영하고 있다.

 

친환경사업 투자는 올해에도 이어졌다. 지난 6월에는 충청권 폐기물 처리기업인 대원그린에너지, 디디에스(DDS) 등 4곳을 인수했고 지난달에도 도시환경, 이메디원, 그린환경기술 등 3개 기업을 추가로 확보했다. 7개 기업을 인수하기 위한 투자규모만 6000억원에 달했다. 이번 인수로 하루 968톤(의료폐기물 제외)의 사업장폐기물 소각용량을 보유한 국내 1위 사업자로 올라섰다.

 

◆사모펀드가 인수 추진...고용불안 떤다=SK에코플랜트의 사업은 크게 ▲에코비즈니스 ▲에코에너지 ▲에코스페이스 ▲에코엔지니어링 ▲에코인프라 부문 등 5가지로 나뉘어져 있다. 이 가운데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부서는 에코엔지니어링 부문의 플랜트와 LiBS(리튬이온전지분리막), 배터리 사업부다. 매각시 이동 규모만 전체 정규직(3678명) 가운데 33%에 달하는 12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플랜트사업의 수익성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반기 기준, 이 사업의 매출은 1조8957억원, 총이익은 1089억원에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 43% 줄어든 수치다. 특히 매출은 지난 2017년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 근로자들도 2987명에서 2061명까지 줄어들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이음프라이빗에쿼티(이음PE)와 미래에셋자산운용 컨소시엄이 이번 인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이 현실화 될 경우 구성원들 입장에선 SK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사모펀드로 소속이 변경돼 고용불안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PEF는 기업가치를 키운 이후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하기 때문에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매각되는 사업에 남아있을 바에는 새로운 부서로 인사이동을 추진할 수 있지만 사측은 이마저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직장인 온라인 익명 게시판에는 “분사 매각 발표 이후 인사이동을 막아버렸고 희망퇴직도 거부했다”는 글이 올라와 있는 상태다. 사측은 이르면 오는 10월 이사회를 열고 12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사업을 매각할 예정이다.

 

이번 매각은 SK에코플랜트가 에코엔지니어링 사업부를 물적분할하고 이음PE 컨소시엄이 신설법인의 지분(50%+1주)을 인수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매각 금액은 5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이사회 일정 등 구체적인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매각이 추진되는 것은 맞다”며 “회사 차원에서 친환경 포토폴리오 강화를 위해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 ESG 하긴 하는데...‘G’가 없네=SK에코플랜트는 올해 5월 사명을 변경하면서 “ESG를 선도하는 아시아 대표 환경기업이 되겠다”며 “2023년까지 총 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번 매각이 투자재원 확보를 염두한 결정으로 풀이되는 이유다. 투자액은 모두 친환경 신사업 개발과 인수합병(M&A)에 사용하기로 했다.

 

기업이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건 흔한 사례지만 건설사가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건 이례적인 경우다. 이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하고 있는 ESG경영 철학에 기반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지난해 12월 개최된 ‘도쿄 포럼 2020’에 참석해 “기업들이 친환경사업, 사회적 가치 창출 등을 추구하는 ESG 경영을 가속화 하는 것이 환경위기와 코로나 팬데믹을 극복하는 해법이 될 것”이라고 밝히는 등 ESG 경영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도 사명 변경 당시 경제적·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지구를 지키는 환경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ESG를 기업 경영의 새로운 핵심 가치로 삼고 친환경·신에너지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그동안 SK그룹은 환경(E)과 사회(S)에 대한 문제의식을 관계사에 지속적으로 전파하며 ESG 경영을 선도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 매각을 포함해 지배구조(G)에 대한 대처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SK는 그룹 내 최고 의사결정협의체인 수펙스추구협의회에 거버넌스위원회까지 세우며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고 관계사의 이사회 중심 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주주가치를 훼손했다는 평가를 받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사업 분할과 SK바이오팜의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등은 주가 하락이 이어져 거버넌스 가치와 맞지 않다는 비판을 받았다.

 

SK는 기업경영의 근간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에 대한 가치를 창출하는 윤리경영을 촉구하고 있다. 구성원을 중심으로 주주에는 기업가치 창출을, 고객과 사회에는 각각 지속적인 고객만족과 경제적·사회적 가치 창출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 구성원들에는 ‘회사를 대표하는 자세로 성실한 직무수행’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이번 매각 소식에 SK에코플랜트 소속의 한 직원은 “직원을 소중한 구성원으로 안 보는 경영방식을 보여줬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