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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높은 ‘부채비율’ 괜찮을까?

상반기 대형사 부채비율 평균 815% ...전년比 73%p↓
"과도해...건전성 우려" vs "증시 호황 때문...업종 특성 고려"

 

[FETV=이가람 기자] 올해 상반기 대형 증권사들의 부채비율이 소폭 개선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증권사들은 전례 없는 주식시장 활황으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된 데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일 기준 자기자본 규모 상위 10개 증권사의 부채비율은 평균 814.6%로 집계됐다. 지난해 887.6%에서 73%포인트(p) 낮아졌다. 부채비율은 부채총액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뒤 백분율로 환산한 값이다. 이 수치가 작을수록 외부 의존도가 낮고 채무를 보다 완만히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삼성증권이 954.8%로 대형사 가운데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어 키움증권(935.1%), 한국투자증권(927.7%), KB증권(921.3%) 등도 900%가 넘었다. 그 뒤를 NH투자증권(878.9%), 미래에셋증권(800.7%), 메리츠증권(744.1%), 신한금융투자(736.5%), 대신증권(659.2%), 하나금융투자(587.9%) 등이 따르고 있다.

 

 

부채 항목에 따라서는 금융당국이 관리하는 레버리지비율에도 영향을 미친다. 금융당국은 증권사의 레버리지비율이 1100%를 넘어서면 적기 시정 조치 대상으로 삼는다. 그만큼 부채를 통해 투자를 많이 했다는 의미라 부실 가능성 등을 우려해 경계 태세에 돌입하는 것이다.

 

민윤홍 예금보험공사 증권상시감시팀장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건전성 악화가 특정 증권회사에 집중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글로벌 경기회복세에 맞춰 증권사별 재무지표를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도 “산업군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부채비율이 200%를 초과하면 위험하다고 본다”며 “부채비율이 높으면 기업신용평가에서 좋은 등급을 받지 못해 금융거래가 어려워지는 등 여러 가지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금융기관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증권사의 부채 과목에는 투자자예수금, 신용대주담보금, 신용공여담보금 등 고객들이 맡긴 현금이 포함된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증권시장 호황에 주식 거래가 활발해진 상황이기 때문에 부채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투자금이 넉넉한 만큼 수익성 증대로 이어질 수 있어 장점이 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A증권사 관계자는 “금융회사의 경우 높은 부채비율이 악재가 되지 않는다”라며 “증권사보다 부채비율이 더 높은 금융지주도 있지만 은행을 위험산업으로 분류하지 않는 것처럼, 부채비율의 표준은 업종마다 다르다”고 해명했다.

 

B증권사 관계자는 “특별한 이벤트가 있어서 부채비율이 늘어난 것이 아니기에 부채비율을 낮출 필요가 없다”며 “리스크 관리는 전문 인력을 투입하고 관련 조직을 개편하는 등 다른 방식으로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