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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Why] 현대자동차, 전기차·수소차사업 가시밭길이라는데...왜?

모든 차량을 전기차·수소전기차로 전환 선언한 현대차
전기차 판매 늘었지만 점유율 하락...8월 생산량 ‘연중 최저’
수소차 판매량 1위 유지했지만...도요타에 맹추격 당해

 

[FETV=김현호 기자] 내연기관차의 종말이 다가오는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의 ‘시계’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달들어 잇따라 전기차와 수소차의 비전을 쏟아내면서 친환경차 시장의 입지를 키우겠다는 각오를 내세우고 있다. 현대차는 글로벌 완성차기업 가운데 전기차와 수소차 사업을 모두 추진하는 유일한 기업으로 평가되지만 전기차는 점유율 확대를, 수소차는 도요타에 추격을 걱정하는 처지에 놓인 상황이다.

 

◆전기차 시장 ‘활활’인데 현대자동차는 주춤=전기차는 내연기관차를 대체하는 ‘게임 체인저’로 변모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전기차 누적 보급대수는 1000만대를 웃돌며 전년대비 43% 증가했고 전체 신규 차량 중 전기차 비중은 70% 증가했다. IEA(국제에너지기구)는 지속가능개발 시나리오(SDS)를 통해 전기차 누적 보급대수가 2025년에 7000만대에서 2030년에는 2억3000만대에 달해 총 자동차 보급대수의 12%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완성차기업도 발 빠르게 사업전략을 바꾸고 있다. BMW는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를 절반으로 끌어올리기로 했고 폭스바겐그룹은 유럽 판매 비중을 70%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또 같은 기간 GM의 캐딜락은 전체 생산 모델을 전기차로 전환하고 벤츠는 전 차종을 전기차로 출시하기로 했다. 이는 영국, 중국, 인도 등 세계 각국이 내연기관차 ‘퇴출’을 계획하면서 나온 조치다.

 

현대차도 이번 달을 기점으로 친환경차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쏟아내고 있다.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는 2025년부터 전기차 모델로만 신차를 출시하고 2030년에는 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현대차도 2035년부터 배터리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만 유럽에서 판매하고 2040년에는 다른 시장까지 동일한 기조를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차그룹은 친환경 자동차 청사진을 잇따라 쏟아내고 있지만 전기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기차를 판매한 기업은 테슬라로 집계됐다. 테슬라는 39만6200여대를 판매하며 글로벌 점유율은 22.2%를 나타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현대차의 판매량은 5만1300여대로 전년 대비 76% 증가했지만 점유율은 4.5%에서 2.9%로 떨어졌다. 이는 상하이GM울링과 BYD, 폭스바겐 등 경쟁사에 비해 차량 판매폭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현대차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며 완성차 판매량은 지난달까지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또 8월 글로벌 생산대수도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글로벌 파운드리(위탁생산) 1위 기업인 대만의 TSMC가 ‘반도체 부족사태는 10월을 기점으로 정상화 될 것’이라고 밝힌 만큼 현대차그룹이 4분기에 자존심을 회복할지 관심이 쏠린다. 임은영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차는 10월부터 생산이 정상화되고 11월부터 주말특근이 가능할 것”이라며 “모델간 부품공용화로 수급 조절이 가능하고 국내 부품사와 유기적인 협력체계로 생산유연성이 높아 차별화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소차 점유율 1위 차지했지만 도요타 ‘맹추격’=수소차 시장은 현대차의 독무대였지만 최근 일본의 도요타에 맹추격 당하고 있는 처지다. SNE리서치는 올해 7월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된 수소전기차는 지난해 동기 대비 110% 이상 증가한 총 1만300여대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현대차는 5300여대를 판매해 글로벌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현대차는 지난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인 투싼ix 양산에 성공했고 2018년에는 내연기관차와 동등한 내구 성능을 갖춘 넥쏘를 출시하며 수소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2021년형 ‘넥쏘’를 새롭게 출시하기도 했다. 한 발 더 나아가 2028년에는 모든 상용차 라인업에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수소차 시장 내 현대차의 점유율은 50%가 넘는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도요타의 급성장이 눈에 띈다. 도요타는 ‘미라이’ 2세대 모델을 앞세워 지난해 9.7%에 그쳤던 수소차 시장 점유율을 올해 7월까지 40.1%로 끌어올렸다. 같은 기간 판매량은 500여대에서 4100여대까지 늘어났다. 성장률은 무려 768.6%에 달했다.

 

SNE리서치는 “현대차는 압도적이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에는 도요타와의 양자 대결 구도가 가속화되면서 도요타에게 맹추격 당하는 처지에 놓였다”고 설명했다. 한해 자동차 판매량만 1000만대가 넘는 세계 최대 완성차 기업 중 하나인 도요타는 전기차의 미래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수소차에 전사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도요타는 전기차에 대해 주행거리가 길지 않고 동력원인 배터리 가격이 높다는 이유로 미래차 시장에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도요타의 수장인 도요다 아키오 대표도 지난해 일본자동차공업회(JAMA) 연말 기자회견에서 “전기차를 더 만들수록 이산화탄소가 더 나온다"며 ”전기차 시장이 과장됐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전기차는 주행시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지만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해 많은 양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약점이 있다.

 

 

사측은 올해 4분기에 첫 번째 순수전기차인 bZ4X를 중국에 출시할 예정이지만 이마저도 완성차의 플랫폼 변화가 아닌 글로벌 환경규제에 따른 조치다. 대신 도요타는 하이브리드차와 수소차를 공존시키는 사업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열 효율이 높은 엔진을 개발해 하이브리드 위주의 차량을 판매하고 궁극적으로는 수소차를 친환경차 시장의 대안으로 키우겠다는 계산이다.

 

GM과 벤츠 등이 잇따라 수소차 개발을 포기하면서 수소차 시장은 현대차와 도요타간 양강 구도가 형성됐다. 현대차는 수소차 시장 내 입지가 주춤한 상태지만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충북 충주와 광저우에 수소연료전지시스템공장을 건립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수소 전도사’ 역할을 도맡으며 수소사회 구현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수소차는 개발하는 완성차기업이 한정적인 만큼 시장 확대에 제약이 따르고 있으며 성능도 전기차 대비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소차는 배터리에 내장된 전기를 이용하는 전기차와 달리 수소와 산소의 화학작용을 통해 전기를 발전시켜 구동모터를 작동하기 때문에 차량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다. 또 전기차 대비 고가에 속하고 수소를 생산하는 인프라와 충전 시스템도 부족해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수소 생태계 구현에 최전선에 뛰어들고 있는 정의선 회장은 수소의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글로벌 협업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소는 환경재앙을 극복하는 데 있어 강력한 솔루션 중 하나이지만 일부 국가나 기업의 노력만으로 수소사회로 빠르게 전환하기는 쉽지 않다”며 “각국 정부와 기업들의 많은 동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