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신진 기자] 최근 금융권에서 '아이디어 배틀'이 벌어지고 있다.
금융지주 회장·은행장 등 최고경영자(CEO) 뿐만 아니라 직원, 고객이 낸 아이디어가 신상품 출시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점차 다양해지는 고객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금융권의 노력이 보수적인 문화를 바꿀지 주목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직접 낸 아이디어를 토대로 새로운 플랫폼을 개발했다. 최근 하나은행이 출시한 Z세대(1995~2010년 출생자)를 위한 금융 플랫폼인 '아이부자 앱'은 Z세대인 자녀 고객과 부모 고객이 각자의 휴대폰에 앱을 설치하고, 모바일을 통해 주고 받는 ‘용돈’을 기반으로 건강한 금융습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했다. 자녀 고객은 이 앱을 통해 ▲모으기(용돈·알바·저축) ▲쓰기(결제·송금·ATM출금) ▲불리기(주식투자 체험) ▲나누기(기부) 등 금융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기업은행도 최근 윤종원 행장의 아이디어가 반영된 신상품을 내놨다. 윤 행장은 '기업 CEO들에게 특화된 전용카드가 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상품 서비스부터 카드이름, 디자인까지 개발과정에 직접 참여했다. 그 결과 국내 금융권 처음으로 개인카드와 기업카드를 하나로 합친 듀얼(Dual)카드인 'CEO카드'를 출시했다. 한 장의 카드 안에 상단엔 개인카드, 하단엔 기업카드를 배치해 여러 장의 카드를 소지해야 하는 불편함을 없앴고, CEO의 선호도가 높은 혜택들을 담았다.
신한은행은 평소 아동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이어온 진옥동 행장의 의견을 담아 학대피해아동을 위한 '동행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해당 프로젝트는 3년에 걸쳐 전국 피해아동쉼터 에 아동의 이동을 위한 차량과 유류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신한은행은 학대피해아동 후유증 치료를 위한 의료기관 방문 및 등·하교 지원을 위해 26곳 피해아동쉼터에는 차량 지원을, 76곳에는 유류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진 행장은 2019년 취임 이후부터 개인적으로 1억여원의 금액을 아동지원을 위해 기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의 아이디어도 신사업에 적극 반영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4월 지주, 은행 등 그룹사 전직원을 대상으로 '시너지 아이디어 공모전'을 2주 동안 진행했다. 총 500여건의 우수 제안이 접수됐으며, 최종 심사를 거쳐 7건이 선정됐다. 선정된 건은 카드포인트를 활용한 고객서비스 개선, 전기차 상품 패키지, 인프라 취약점 자동점검 솔루션 공동구매 등이다. 시너지 아이디어 공모전은 회사의 이익과 자회사간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우리금융은 해당 공모전을 매년 진행하고 있다.
고객 대상 아이디어 공모전도 개최해 고객 만족에도 힘썼다. 농협은행은 지난달 고객들을 대상으로 마이데이터 서비스 사업을 위한 아이디어를 공모했다. 실현 가능성, 창의성, 혁신성 등을 고려해 심사가 진행되며, 이달 중 수상작과 당첨자가 발표될 예정이다. DGB금융그룹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을 위한 아이디어 공모전을 실시했다. 전국 대학생과 사회복지기관을 대상으로 사회공헌 관련 아이디어를 제안받고, DGB금융의 실제 사업으로 실행시킬 예정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고객 중심의 상품 개발 및 서비스 개선을 위해 고객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사업으로 반영해 함께 서비스를 만들어 나간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