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현호 기자] 구광모 LG 회장이 29일 취임 3주년을 맞는다. 젊은 나이에 총수 역할을 맡으며 우려 섞인 시선도 있었지만 ‘선택과 집중’을 중심으로 하는 성장에 집중하며 혁신을 일으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과감한 사업정리와 합작법인(JV) 설립, 기업분할 등의 승부수는 빠르게 변화되고 있는 LG를 보여주는 상징으로 분류된다.
구광모 회장 체제의 4주년을 맞이한 LG는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으로 그룹의 모든 역량을 끌어모으고 있다. 특히 구 회장의 진두지휘로 LG화학의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배터리 ‘초격차’를 노리고 있고 LG전자는 전장부품 시장을 위해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 전장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LG디스플레이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과 LG이노텍의 모터·센서 등도 LG의 비전에 큰 몫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진화한 LG…잡음도 곳곳서=구광모 회장은 지난 1년 사이, 굵직한 결정을 내리며 과감한 변화를 이뤄냈다. LG화학은 배터리 사업을 분사했고 스마트폰을 버린 LG전자는 전장사업을 위한 JV 출범을 앞두고 있다. 또 작은 아버지인 구본준 회장과는 결별하며 ‘구광모 체제’를 강화하는 조치도 이뤄졌다.
재계에서도 보수적이라고 평가되는 LG가 혁신적인 변화를 이뤄냈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잡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특히 지난해 말 출범한 LG에너지솔루션은 소액주주들의 큰 반발을 사며 논란을 키웠다. LG화학의 100% 자회사로 출범했지만 기업공개(IPO)가 예정됐던 만큼 배터리 사업을 믿고 투자했던 주주들 입장에선 지분가치 희석을 우려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BTS 없는 빅히트’라는 비아냥이 나오기도 했다.
26년 만에 스마트폰 사업을 정리한 LG전자에는 ‘꼰대 문화’로 폐기처분 됐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관련 소식이 전해진 이후 직장인 익명 앱 블라인드에는 “문제 개선을 위헤 아이디어를 내면 오히려 해야 하는 일을 던져줘 의욕을 상실하게 했다”, “윗사람이 감이 없고 트렌드를 못 읽었다” 등의 지적이 나왔다. 철수 당시 스마트폰 사업부인 MC부문은 23분기 연속 영업손실이 이어졌고 누적 적자만 5조원에 달했다.
사업에 대한 문제 제기와 더불어 구광모 회장을 직접 비판하는 일도 발생했다.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136일 동안 노숙농성을 이어왔던 LG트윈타워 노동자들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잡음 끝에 지난 4월 말, LG마포빌딩으로 근무지를 옮기는 데 합의했지만 청소노동자들은 “농성을 100일 넘게 이어왔지만 구광모 회장은 사태 해결을 위한 목소리를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10626/art_16248405098939_1b73b9.jpg)
◆3년 동안 기업가치 급증=LG그룹의 주요 계열사는 구광모 회장이 취임한 이후 급격한 성장을 이뤄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구광모 체제의 핵심 기업으로 평가되는 LG화학 주가는 지난 2018년 6월29일 종가기준, 33만3500원에 그쳤지만 이달 25일에는 83만8000원을 나타냈다. 3년 사이 151% 이상 증가한 것으로 시가총액은 23조5425억원에서 30조원 이상 늘어난 59조1563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LG전자 주가는 2배 가량 증가한 16만3500원을 기록해 13조5827억원에 그쳤던 시총은 26조7564억원까지 치솟았다. 또 LG생활건강과 LG디스플레이의 시총은 27조5348억원, 8조6770억원을 기록해 각각 26.3%, 33% 증가했다. 3년 전과 비교하면 이들 4개 그룹사의 시총만 56조원 이상 증가했던 것이다.
기업가치가 급격하게 오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실적이 상승곡선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LG화학은 창사 이래 최초로 30조원이 넘는 매출을 달성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부문을 담당하는 전지사업의 매출은 2018년 대비 2배 가량 증가한 12조3635억원, 영업이익은 코나EV 화재사고로 손실을 나타냈지만 자산비중은 28.0%에서 47.3%까지 끌어올려 핵심 사업으로 급성장 했다.
LG전자는 매출이 3년 연속 증가하며 새역사를 이뤘다. 지난해 매출은 63조2620억원, 영업이익은 3조1949억원을 기록해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LG생활건강도 7조8445억원의 매출과 1조220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사상 최대 실적을 시현했다. 중국의 LCD(액정표시장치) 저가 공세로 사업에 어려움을 겪었던 LG디스플레이도 적자폭을 전년 대비 1조원 이상 줄이는 성과를 보였다.

◆4년차 방향의 ‘키’는 전장사업=구광모 회장 체제 4년 차를 맞이한 LG는 또 한번의 변화에 직면했다. 그룹 역사상 최대규모인 7억7000만 유로를 투입해 오스트리아 차량용 헤드램프 기업인 ZKW를 인수한 이후 전장사업에서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된 것이다.
LG전자의 ‘캐시카우’는 생활가전 사업을 책임지는 H&A 부문이지만 회사의 미래는 VS(전장) 사업에 맞춰져 있다. 지난 6년 동안 4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 VS부문은 다음 달, 세계 3위 자동차부품 업체인 마그나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전장 시장 공략에 나선다. 2분기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로 흑자전환이 힘들 것으로 보이지만 합작법인 효과는 빠르게 반영될 것으로 분석된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LG전자는 ZKW 인수 및 합작법인 출범으로 유럽에서 수주가 증가할 것”이라며 “그룹의 배터리와 OELD(유기발광다이오드) 등 전장사업과의 시너지 창출로 전기자동차의 OEM(주문자생산방식) 진출 가능성도 높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박 연구원은 그러면서 VS의 흑자전환을 반영할 경우 연간 영업익은 5조원까지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전세계 배터리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코스피 상장을 노리고 있다. 회사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LG화학 석유화학 부문에 3분의 1 수준에 그쳤지만 성장성을 고려하면 기업가치가 10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배터리 사업은 OPM(영업이익률)은 8%. 연간 영업이익은 1조5000원을 전망한다”며 “회사의 시가총액은 CATL(140조원)에 육박해도 전혀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LG 구광모號는 또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 등의 계열사도 전장사업에서 순항하고 있다. 지난 1분기, LG디스플레이의 10인치 이상 차랑용 OLED 패널 점유율은 91%를 기록했고 3년 연속 적자를 이어온 LG이노텍의 전장사업은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향후 전망도 긍정적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차량용 OLED 시장은 연평균 6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고 지난해 1330만대에서 그쳤던 친환경 자동차 시장은 2025년도에는 5660만대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