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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여 행원은 넘쳐나도 여성 임원은 달랑 한 명

전체 임원 114명 가운데 여성 임원 겨우 4명 뿐, ‘2%’ 불과
최근 KEB하나‧KB국민‧신한은행서 성 차별 채용도 드러나
여성단체 등 “금융권 성차별 문제가 총체적으로 밝혀진 것” 성토

 

[FETV(푸드경제TV)=오세정 기자] 최근 금융권이 채용비리 사태로 홍역을 치르는 가운데 그동안 관행으로만 여겨지던 성차별 채용의 실체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일부 은행은 신입사원 공채 과정에서 남녀 비율을 정한 뒤 관리했으며, 남성 지원자의 점수는 올리고 여성 지원자의 점수는 내리는 등 점수를 조작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주요 4대 시중은행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 임원은 4명에 불과해 ‘금융권 유리천장’의 현실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5개 은행 1분기 보고서 등에 따르면 전체 임원(사외이사‧비상근직 제외) 114명 가운데 여성 임원은 단 4명 뿐이었다. 약 3% 남짓한 수준이다.

 

사내 여성 임원은 KB국민은행의 박정림 부행장, 우리은행의 정종숙 WM그룹장, NH농협은행의 장미경 부행장, KEB하나은행의 백미경 전무 등이다. 신한은행은 그 마저도 없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남녀 간 임금 격차도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을 제외한 4개 은행의 남녀 급여 평균은 1.6배 가량 차이가 났다. 가장 차이가 큰 곳은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의 경우 남성 1인당 평균 급여는 2800만원, 여성 평균은 1600만원으로, 2000만원 이상 차이가 벌어졌다.

 

신한은행은 남성 평균 4200만원, 여성 평균 2300만원이며, 우리은행은 남성 평균 3800만원, 여성 평균 2500만원이다. 국민은행의 경우는 남성 평균2600만원, 여성 평균 1800만원으로, 800만원 수준 임금 차이가 났다.

 

시중은행의 모 여성 임원은 “여성 임원 기근 현상은 과거 세대의 시대상이 그대로 이어지는 것”이라며 “여성이 입사하면 승진의 기회가 많지도 않을 뿐더러 ‘일‧가정 양립’이라는 사회적 분위기도 최근에야 형성된 만큼 여전히 여성의 사회활동 등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일부 은행들이 채용단계에서부터 성별에 따라 차별해 채용한 것으로 알려지며 세간의 질타를 받고 있다.

 

지난 18일 검찰이 발표한 국내 시중은행에 대한 채용비리 중간 수사 결과, 하나은행은 2013~2016년 신입행원 채용과정에서 남녀 채용비율을 4:1로 설정한 뒤 성별 커트라인을 적용, 관리했다. 또 국민은행은 2015년 채용 때 서류전형에서 여성합격자 비율이 높게 나타나자 남성지원자 113명 등급점수를 올리고, 여성 지원자 112명 등급점수를 하향했다.

 

현재 채용비리 관련 검찰 수사 중에 있는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달 금감원의 특별조사 결과 59대 41였던 서류지원 남녀 비율을 서류전형 단계부터 7대 3으로 관리해 채용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이처럼 은행권에선 여성 임원 기근 현상을 비롯, 남녀 임금 격차 등이 여전한 가운데 최근 은행권 채용비리 사건에서 성차별 채용 실태도 드러나면서 금융권의 성차별 문화가 만연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나지현 전국여성노동조합(채용성차별 철폐 공동행동 소속) 위원장은 “최근 폐지됐지만 과거 금융권에서는 일반 행원보다 한 직급 낮은 ‘여행원’ 직급을 두는 등 여성에 대한 차별이 있었다”면서 “승진 체계나 임금 차이 문제 이전에 채용에서부터 금융권을 지망하는 여성 지원자들을 차별한 일련의 사태들은 금융권의 성차별적인 문화가 총체적으로 드러난 것이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근무 현장에서 보면 전체 직원들 남녀 비율은 1대1 수준”이라며 “고의적이고 편법적인 수법으로 점수를 조작하는 채용은 문제가 있는 것이지만 회사 입장에서도 어느 정도의 필요 인원에 따라 성비 균형을 맞출 필요는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8일 채용성차별철폐공동행동 소속 단체 회원들은 전국은행연합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 규준’에 성비 공개를 포함시킬 것을 촉구한 바 있다. 또 은행이 자체적으로 성 차별 채용을 막기 위한 장치를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