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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소리 들어 보니...'아쉬운' 금소법 시행 한 달 반

부담 가중·선택권 제한 등 부작용...제도만으로 '고객 보호' 어려워
정부 주도 의무·조기 '금융교육' 통해 소비자 이해력 높여야

 

[FETV=이가람 기자]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시행된 지 한 달 반이 흘렀다.

 

시간이 지날수록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회사 영업점 창구 혼란은 조금씩 줄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자본시장에서는 여전히 법제 도입이 소비자 보호를 위한 궁극적인 해결 방법이 아니라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금소법은 ▲적합성 원칙 ▲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불공정영업행위 금지 ▲부당권유 금지 ▲광고 금지 등 여섯 개 판매 규제를 모든 금융상품에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이러한 판매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면 소비자는 위반 사항을 인지한 날로부터 일정 기간 내 위법 계약 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또 분쟁 상황에서 소비자의 권한도 강화됐다. 소비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고의 또는 과실 유무를 판매사가 입증해야 하고 형사 처분도 가능해졌다.

 

하지만 금융권은 판매사 직원이 상품 가입자에게 투자 설명서 및 계약서를 읽어 주고 대화를 녹취한다고 해서 소비자의 이해도 자체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 온라인 채널을 이용해 상품에 접근하는 투자자가 큰 폭으로 늘고 있는데 금융사 직원이 설명해야 하는 내용을 약관처럼 읽지 않고 넘기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금소법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소비자의 선택권 제한과 과도한 정보 공개 요구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사고가 터질 때마다 자본시장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제도를 통해 수습하는 것만이 금융 피해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시중은행에서 철회권을 사용해 계약을 취소한 대출 건수는 금소법 시행 전과 비교해 1.5배 급증한 1000건에 육박한다. 금융사가 입게 될 손해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금융사 직원들도 업무 과중에 시달리고 있다. 부담을 이기지 못한 판매사가 고위험군 상품 거래를 중단하면 펀드 시장의 발전이 저하되는 등 부작용을 낳게 될 수 있다.

 

박신욱 경상대학교 교수는 “금융소비자법 핵심인 적합성과 적정성의 원칙을 고민해야 하는데 현실화 적용을 위한 구체적 규정이 금융소비자 선택의 기회를 구속한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소비자가 금융상품을 이해하고 자신에게 맞는 투자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금융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영국·캐나다·덴마크 등 선진국에서는 금융과목을 의무 교육 과정으로 편입해 연령대별 맞춤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계좌 만들기·지출 및 절약 계획 설정과 같은 생활 소비에서부터 대출 이자 계산법·파생상품 투자·스터디 및 세미나 참석까지 커리큘럼이 다양하다. 아이들이 모여 주식 보드게임을 하고 있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소비자뿐만 아니라 금융인의 직업교육 역시 세분화돼 있다.

 

국내에서도 일부 지자체와 금융회사가 금융교육을 전개하고 있지만 대부분 단발성에 그치는 실정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들의 금융이해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이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금융교육을 주도하고 금융사는 보다 나은 교육 환경을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경제 수업은 있어도 금융 수업은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보이스피싱과 주식리딩방 사건이 끊이지 않는 것도 결국 학습된 바가 없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금융교육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면 최소한의 입법으로도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