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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만 같아라”...은행, 올 1분기 퇴직연금 수익률 ‘급등’

개인형IRP 1위 하나, DB·DC는 신한
성장 전망 속 고객유치 경쟁 뜨거울 듯

 

[FETV=유길연 기자] 바닥을 치던 시중은행의 퇴직연금 수익률이 올해 1분기 증시 호황에 힘입어 크게 올랐다.

 

지난해 적립금 250조를 돌파한 퇴직연금 시장은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한 은행 간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사회가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퇴직연금 시장은 매년 커지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퇴직연금 가입자를 확보하면 장기 고객 확보와 함께 수수료 수익을 올릴 수 있어 미래 먹거리로 꼽히고 있다. 퇴직연금은 제도 유형에 따라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개인형개인퇴직연금(IRP) 세 가지로 나뉜다. DB형은 사용자가 운용을 책임지며, DC·개인형IRP는 근로자가 직접 운용을 한다. 개인형IRP는 본인 부담으로 퇴직금을 추가로 납입할 수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1분기 하나은행의 개인형IRP 수익률은 6.07%로 5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1년 전 같은 기간 마이너스 수익률(-0.84%)을 기록했지만, 6%대 수익률로 급등했다. 다른 주요 은행들의 수익률도 일제히 크게 올랐다.  2위인 신한은행(5.96%)과 3위인 국민은행(5.77%), 4위 우리은행(4.57%)도 전년 동기 마이너스 수익률에서 플러스로 전환했다. 작년 1분기 유일하게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농협은행(3.86%)도 3.5%포인트 넘게 급등했다. 

 

DC형 수익률 1위는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의 1분기 DC형 퇴직연금 수익률은 4.5%로 1년 전 같은 기간(0.87%)과 비교해 약 다섯 배 올랐다. 국민은행은 3.99%로 전년 동기 대비 여섯 배 넘게 급등해 2위를 기록했다. 하나은행(3.69%)도 같은 기간 2.79%p 크게 올랐다. 우리은행(3.68%), 농협은행(3.19%)도 각각 2.83%p, 2.1%p 상승했다.

 

이 밖에 기간 별 수익률 편차가 크지 않은 DB형도 모두 소폭 올랐다. 신한은행(1.9%)은 DB형에서도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은행연합회에서 공시하는 퇴직연금 분기별 수익률은 직전 1년간 평균 수익률을 말한다. 올해 1분기 수익률은 지난해 4월 1일부터 올해 3월 31일까지의 평균 수익률이다. 

 

 

시중은행의 퇴직연금 수익률이 일제히 오른 이유는 증시 호황으로 인한 원리금 비보장형 수익률이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DC·개인형IRP의 원리금 비보장형 수익률은 적게는 19%, 많게는 27%의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원리금 보장형을 포함한 평균 수익률도 크게 올랐다. 코로나19 사태 완화로 증시 호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두 제도의 수익률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확률이 높다. 

 

DC·개인형IRP는 퇴직연금 제도 중 원리금비보장형 상품 비중이 높다. 기업의 사용자가 운용하며 퇴직금 규모가 정해진 DB형과 달리, DC·개인형IRP는 근로자가 직접 운영하며 결과에 따라 퇴직연금 규모가 달라지는 특성 때문이다. 높은 수익률을 원하는 근로자들의 두 유형의 가입이 늘면서 원리금비보장형 선택 비중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사용자 혹은 근로자는 세 가지 퇴직연금 제도 안에서 원리금보장형과 원리금비보장형 상품을 각각 선택한다. 원리금보장형 상품은 퇴직연금을 은행의 예금이나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구성돼 수익률 편차가 크지 않다. 반면 펀드, 채권, 파생결합증권 등으로 이뤄지는 원리금비보장형 상품은 상대적으로 위험성은 높지만, 운영결과에 따라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다.

 

한편 은행의 높은 수익률은 퇴직연금 신규 고객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개인형IRP 수익률의 급등은 퇴직연금 성장세를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퇴직연금 적립금 증가를 이끈 것은 개인형IRP였다. 개인형IRP 적립금은 작년 한 해 동안 9조원 늘면서 35.5%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세 제도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올해도 높은 수익률이 예상되는 만큼, 가입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세제해택은 물론 다양한 노후설계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가입자를 끌어들일 만한 요인이다. 

 

급성장하고 있는 개인형IRP 신규 고객을 잡기 위한 시중은행들의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하나은행은 이달 말까지 개인형 IRP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LG스타일러, 아이팟 프로 등의 경품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도 오는 6월 말까지 IRP 신규 가입 고객 등을 대상으로 경품 제공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퇴직연금의 경우 고객이 한 금융사를 운용사로 선택한 후에는 타 금융사로 이동하지 않는 경향을 보이기에 신규 고객을 잡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퇴직연금에 가입한 고객은 적립금을 투자할 상품을 지정할 때 전 금융사의 상품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한 번 정한 운용사를 잘 바꾸지 않는다.  또 퇴직연금 고객은 예금 금리를 넘는 수익률을 유지하면 잘 옮기려고 하지 않는 성향도 보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퇴직연금 신규고객 확보를 위해 각 은행들은 기업 퇴직연금 설명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고, 창구 영업 강화를 통해 개인형IRP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