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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리브엠, 내일 존폐 결정...핵심 사안은?

재연장 앞두고 노사 '주도권' 잡기 신경전

 

[FETV=유길연 기자] 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인 ‘리브엠’에 대한 금융당국의 재허가를 앞두고 노사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노동조합은 당국이 사업 허가 조건으로 내건 ‘직원 간 과당 경쟁 금지’를 회사측이 어겼으며, 사업의 혁신성도 사라진지 오래로 재연장의 명분이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사측은 은행의 비금융업 진출은 급변하는 금융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며, 사업 인가 취소 시 고객이 큰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9년 4월 통신과 금융이 결합된 상품인 리브엠은 금융규제 샌드박스의 일환으로 국내 혁신금융서비스 1호로 지정했다. 금융위는 2년 후 사업 진행상황을 심사한 후 재지정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심사 결과 발표는 오는 14일에 있을 예정이다. 

 

◆ 노조 “직원 과당경쟁 유발” vs 사측 ”생존 위해 통신업 진출은 필수”=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국민은행지부는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신관 앞에서 금융위의 MVNO(알뜰폰) 사업 혁신금융서비스 재지정 반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는 “금융위의 승인(부가)조건을 위반하고도 교묘한 변명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있는 사측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금융위의 알뜰폰 사업 연장 심사에 있어 핵심 쟁점은 ‘승인(부가)조건의 위반 여부’라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위가 사업을 허가할 당시 내걸은 승인 조건 중에는 ‘은행 고유업무 수행에 지장을 주는 영업점 간 또는 직원간 과당실적 경쟁 조장을 하지 않는다’는 항목이 포함돼 있다.

 

노조는 사측이 지역별 영업그룹장 인사평가기준에 리브엠 가입자 실적을 반영하는 등 승인조건을 위반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업점 직원의 최고 인사권자인 지역영업그룹장의 인사평가기준에 알뜰폰 항목을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또 영업점 별 알뜰폰 실적을 공개하고, 직원들에게 알뜰폰 가입을 강요한 것도 주요 위반 사항으로 꼽았다. 

 

노조는 사측의 이러한 행위로 은행 영업점 직원들은 은행 고유업무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알뜰폰 가입자 실적 압박이 심해졌다고 토로했다. 특히 리브엠 재연장 후 사측이 영업점 판매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되면 직원들의 부담은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핵심성과지표(KPI)에 리브엠 실적을 반영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과당경쟁을 조장했다는 주장은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또 현재 이뤄지고 있는 영업점 판매도 비대면 가입을 어려워하는 통신 취약계층을 상대로 이뤄지고 있고, 이를 위해 리브엠 전담 직원(파트타임) 130명을 배치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영업점 판매로 인한 기존 직원들이 부담 증가는 크지 않다는 것이다. 

 

사측은 리브엠 사업으로 인해 직원의 업무 부담이 일부 늘어날 수 있는 점은 인정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급변하는 금융 환경 속에서 새로운 사업 시행이라는 ‘도전’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사측은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의 금융업 도전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은행업 이외의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것이 ‘생존’을 위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 사측 “통신 데이터로 맞춤 금융서비스 가능” vs 노조 “실현 가능성 없어”=노사가 대립하고 있는 또 하나의 지점은 리브엠 사업의 ‘혁신성’이다. 사측은 통신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에게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리브엠 사업은 충분히 혁신적이라고 주장한다. 금융과 통신의 결합 정보를 토대로 신용평가를 개선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금융상품을 출시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노조는 현재 리브엠 사업은 처음 구호와는 달리 전혀 혁신적이지 않다고 설명한다. 무엇보다 통신데이터로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은 애초에 실행 가능성이 낮았다는 주장이다. 카드나 전자결제 데이터 같이 소비 패턴을 담고 있는 자료는 고객 성향이나 신용을 분석하는데 유의미할 수 있지만, 통신 데이터는 금융 서비스 제공을 위한 정보를 충분히 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노조는 리브엠 사업은 은행이 알뜰폰 사업을 추가적으로 하는 것일 뿐, 금융과 비금융 분야의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는 혁신은 크게 기대할 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류제강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리브엠 사업의 구상단계부터 노조는 통신데이터를 금융 서비스에 적용한다는 논리의 근거가 희박하다는 문제를 꾸준히 제기했다”라면서 “하지만 담당 임원들도 이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 사업 취소 따른 고객 불편 노조 “타 사업자로 이동 가능” vs 사측 “불만 폭증할 것”=금융위가 리브엠 사업의 재지정 취소를 내린 후 기존 고객을 위한 조치 방안을 둘러싸고도 노사의 설명은 서로 엇갈리고 있다. 현재 리브엠 가입자는 약 10만명으로 추산된다. 사업이 연장되지 않으면 이 가입자들은 다른 알뜰폰 사업자로 넘어가야 한다. 고객 불편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노조는 기존 가입자들은 리브엠이 제공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혜택을 주고 있는 사업자로 이동할 수 있도록 안내해주면 가입자들이 겪을 불편은 최소화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사측은 리브엠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는 찾기 힘들다며 맞서고 있다. 특히, 멤버십서비스, 통신비보장보험(무료), 미사용 데이터 포인트리 환급 서비스 등 리브엠만의 특화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사측 관계자는 “고객편익이 아닌 노동조합의 일방적 요구를 수용해 리브엠 사업이 조기 철수된다면 국민은행을 믿고 가입한 고객의 민원이 크게 늘어날 것이 가장 우려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