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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원, 파격으로 '뉴 한화생명' 말하다

디지털·소통·혁신 잰걸음...순익 등 실적개선으로 이어질까

 

[FETV=권지현 기자] 김동원 한화생명 전무가 새로운 한화생명을 만들어 가고 있다. 

 

한화생명 입사 7년 차인 김 전무는 지난해부터 전례 없는 과감한 행보를 보이며 보험업계 안팎에서 주목받고 있다. 김 전무가 말하는 한화생명의 미래는 '디지털·소통·혁신'으로 집약된다. 그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차남이다.

 

김 전무의 최근 행보는 보험사 임원의 단순 행보라고 보기에는 보폭이 넓다. 이는 그의 움직임이 한화생명 수익 개선의 필요성과 연결돼있기 때문이다. 한화생명의 당기순이익은 김 전무가 입사한 2014년 이래 최근 2년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가 한화생명의 도약이라는 ‘임무’를 안고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CDSO) 및 전무로 선임된 것도 이 무렵이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196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년 연속 2000억원을 밑도는 수준이다. 한화생명은 2014년 4135억원의 순익을 냈으나 2년 만에 1000억원 가까이 순익이 줄어 2016년 3151억원을 기록했다. 이듬해 2000억원 이상 더 벌어들이며 반등에 성공했지만 곧바로 다시 3000억원대 중반으로 순익이 떨어졌다. 이후 최근 2년간 이렇다 할 반등을 이뤄내지 못하며 순익 1000억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한화생명의 자산이 149조에 육박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순익 개선이 ‘발등에 불’인 셈이다.

 

 

대형 손해보험사 한 관계자는 "한화생명이 생보업계 2위 규모에 걸맞지 않은 낮은 순익으로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때문에 최근 침체된 분위기를 바꾸고자 김동원 전무가 지난해부터 디지털과 신사업 등에 힘쓰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화생명은 최근 카카오페이와 손잡고 국내 최대 플랫폼 카카오톡을 통한 대출 서비스를 선보였다. 한화생명 보험계약자는 이 서비스를 통해 손쉽게 대출가능금액을 조회하고 최소 5%의 금리로 최대 1억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카카오페이와의 이번 제휴는 김 전무가 지향하는 ‘디지털금융’의 신호탄으로 평가받는다. 한화 금융계열사 수장 격인 한화생명의 목표는 금융의 디지털화다. 김 전무는 한화생명 CDSO로서 디지털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카카오페이 대출 서비스를 향후 보험계약대출이나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로 확대할 예정이다. 카카오톡 주된 소비자인 젊은 세대를 겨냥해 보험 관련 대출의 문턱을 낮추겠다는 계산이다.

 

김 전무는 최근 '소통'에도 열의를 보이고 있다. 그의 소통 중심에는 다양한 분야의 최고경영자(CEO)와 전문가 등 ‘사람’이 있다. 김 전무의 주된 소통 무대는 음성기반 플랫폼 '클럽하우스'다. 17일 기준 그의 팔로어는 약 990명, 팔로잉은 150명에 달한다.

 

눈에 띄는 점은 그의 클럽하우스 인맥 대부분이 한화생명의 사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이는 김 전무가 올해 초 신설된 전략부문을 담당하게 된 것과도 맥을 같이 한다. 김 전무는 이들과의 소통을 통해 한화생명의 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전략 수립, 해외 신사업 모색, 신규투자 발굴 등의 기회를 얻어 궁극적으로 한화생명의 순익 개선을 이뤄내겠다는 방침이다.

 

김 전무를 클럽하우스에 초대한 사람은 싱가포르 벤처캐피털(VC) 골든게이트벤처스의 마이클 린츠 파트너다. 골든게이트벤처스는 한화생명 자회사인 한화자산운용의 파트너사다. 그는 한화자산운용으로부터 초기 투자를 받은 싱가포르 차량공유 기업 그랩의 앤서니 탐 창업자와도 클럽하우스에서 인맥을 형성하고 있다. 국내 인사 중에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정경선 루트임팩트 CIO(최고상상책임자) 겸 HGI 의장 등을 김 전무가 팔로우하고 있다. 정경선 CIO는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의 외아들이다.

 

한화생명은 작년 10월 업계 처음으로 보험설계사 관련 교육, 자격 획득, 영업의 모든 과정을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라이프엠디(LIFE MD)'를 선보였다. 이는 당시 업계의 대표적인 오프라인 영업 채널인 설계사의 디지털화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김 전무의 '혁신' 의지가 세상에 알려진 사건이다.

 

라이프엠디와 기존 보험사 앱과의 가장 큰 차이는 설계사 양성 과정의 온라인화다. 통상 보험설계사가 되기 위해서는 약 2개월에 걸쳐 지점장 면접→단장 면접→보험사 교육→보험협회 설계사 시험→보험연수원 교육 등의 과정을 밟아야 한다. 그러나 한화생명의 디지털 과정을 활용하면 2주 내 설계사 자격을 얻을 수 있다. 2차에 걸친 오프라인 면접은 온라인 지원 후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으면 '합격'이라는 절차가 대신하며 교육 과정은 라이프엠디 앱에 마련된 강의 영상 수강으로 대체된다. 이 모든 과정 속에서 오프라인으로 이뤄지는 것은 생명보험협회가 주관하는 자격시험 응시 하나뿐이다.

 

생명보험사 한 관계자는 "라이프엠디는 기존 오프라인 형식에서 벗어나 간편하게 설계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생명보험사들도 눈여겨보고 있는 디지털 플랫폼"이라며 "주변에서 '제2의 직업'으로 설계사에 도전하기 위해 해당 앱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자주 들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