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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금융 건전성 '나 몰라라'...머쓱해진 금융당국

금융지주 중 최하위 단순자기자본비율...자본확충은 없어
순익 감소에도 농업사업비는 더 늘어...배당성향 28% 유지할까

 

[FETV=유길연 기자] NH농협금융지주가 순익으로는 4대 금융지주 반열에 올랐지만, 자본건전성은 금융지주 가운데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본건전성'은 위기 시 금융지주의 손실흡수능력을 평가하는 항목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경기 침체의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해 핵심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농협금융은 지표를 끌어올리기 위한 별다른 움직임이 없고, 오히려 자본 유출을 늘리려는 움직임 마저 보이고 있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의 지난해 말 기준 단순자기자본비율(레버리지비율)은 4.47%로 1년 전(4.58%)에 비해 0.23%포인트(p) 하락했다. 이는 5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4위인 우리금융과 비교해 0.65%p 낮을 뿐만 아니라 덩치가 작은 지방금융지주 보다도 떨어진다. 농협금융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다른 금융지주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단순자본비율에서 크게 낮았다.  

 

단순자기자본비율은  기본자본(Tier1)을 대출자산과 파생상품 등 재무상태표 상 모든 위험노출액(총 익스포저·EAD)으로 나눈 값으로, 자본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 중 하나다. 이 수치가 낮다는 것은 대출자산이나 투자자산이 위험에 빠졌을 때 대처할 수 있는 자본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어 손실흡수능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단순자기자본비율은 바젤Ⅲ 도입 이후 국제결제은행(BIS)자기자본비율을 보완하는 중요한 지표로 평가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018년부터 이 지표를 금융기관에 대한 경영지도 잣대로 활용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단순자기자본비율은 바젤Ⅲ 도입 이후 중요해진 지표이기 때문이 주목도가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라며 "하지만 기존 BIS비율과 동등하게 중요한 지표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금융당국은 금융지주와 은행을 대상으로 배당 성향을 20% 이하로 결정하라고 권고한 것도 자본건전성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갑작스런 위기 상황이 찾아올 것을 대비해 자본비율을 끌어올려 손실흡수능력을 강화하려는 취지다. 


KB·신한 등 다른 금융지주들은 지난해 유상증자와 신종자본증권 등을 조단위로 발행하며 자본을 크게 늘렸다. 저금리와 시중에 풀린 풍부한 자금 등 유리한 시장 조건을 활용하며 자본확충을 이뤘다. 하지만 농협금융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자본확충을 하지 않았다. 

 

더구나 농협금융은 지난해 순익이 줄었는데도 자본의 외부 유출을 초래하는 농업사업지원금을 1년 전 대비 더 많이 책정했다. 농협금융은 작년 기록한 농업사업지원금 반영 전 당기순익은 2조353억원으로 2019년 보다 1.6% 감소했다. 반면, 농업사업지원금(4281억원)은 같은 기간 3.5% 늘었다. 농업사업지원금은 각 계열사의 해당 연도의 순익이 아닌, 과거 3년의 평균 매출액에 부과율을 적용해 책정되는 탓이다.   

 

농업사업지원비 산정 방식에 대한 지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손익규모, 자본적정성 등 재무현황을 반영하지 않고 사업비가 부과되는 방식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작년 6월에는 금감원이 농협은행의 농업사업지원비 산정 방식에 대해 문제를 삼으며 경영유의 조치를 내린바 있다. 

 

여기에 더해 농협금융은 배당도 당국의 지침보다 더 늘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농협금융의 배당금은 농민 지원에 대부분 활용되기 때문에 배당을 쉽게 줄일 수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농협금융의 지난해 배당성향은 28.1%다. 농협금융은 아직 배당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주력 자회사인 농협은행의 순이익이 줄어든 것도 부담이다. 작년 25%가 넘는 배당성향을 보였던 금융지주들은 올해는 당국의 권고에 따라 20% 이하로 정했다. 

 

이와 관련 농협금융은 농업지원사업비는 농촌지역의 발전을 위해 쓰이기 때문에 실적에 따라 규모가 정해지는 배당과는 다른 관점에서 봐야한다는 입장이다. 농협의 존재 이유는 농업의 발전과 농가 수익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지원 사업이기 때문에 정해진대로 지원금을 지출하는게 맞다는 것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배당의 경우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라며 “계열사의 배당금이 오는 대로 규모를 판단해 다음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배당금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